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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다/티탐구생활

곡우(4월20일) 전에 수확한 첫물차 우전을 티백으로 마셔봅니다

by HEEHEENE 2021.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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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곡우(穀雨)입니다. 곡우 전에 이 글을 써야 했는데 봄날 나름 함 때문일까 슬쩍 지나가 버렸네요.

곡우는 곡식 곡(穀)에 비 우(雨)를 사용합니다. 곡우가 지나면 입하가 옵니다. 봄의 마지막 절기입니다. 그래서 이때쯤 봄비가 와서 못자리를 하는 볍씨를 담그는 등 곡식들이 물을 필요로 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이때 내린 비가 귀하게 여겼었던 모양입니다.

https://heeheene-tea.tistory.com/130

 

[4월 차관련 트랜드] 첫물차 수확과 world blend lab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럭셔리 티브랜드

4월 첫물차 수확 3월에 있던 냉해로 인해 보성차밭에서는 차나무가 한파로 붉고 말라죽거나, 푸르게 말라죽는 현상으로 올해의 햇차 수확이 늦어질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전 곡우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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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는 4월7일부터 하동의 야생녹차와 보성의 녹차밭에서 첫물차를 수확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배우기로는 곡우 5일 전쯤 수확을 한다는데 빠르게 수확한다 싶었습니다. 

 

측백나무에 내린 봄비

곡우 전에 수확하는 첫물차를 우전(雨前)이라고 합니다. 우전은 곡우 전에 수확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차선생님의 말씀으로는 4월 25일 26일쯤에 수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녹차는 곡우부터 시기에 따라 세작, 중작, 대작으로 구분합니다. 첫물차가 우전이기 때문에 작고 보드라운 새싹과 잎  1창 1기 혹은 1창 2기로 수확을 해서  살청을 해서 더 이상 산화를 방지하고 식히고 유념을 하고 건조해서 생산합니다.

녹차 잎 -출처 flickr

어린 새싹만으로 만들어 향미가 우아하고 섬세하고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2021년도 하동야생녹차 우전은 80g에 55000원, 100g에 100000원 정도네요 조금 저렴한 곳이 100g에 60000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끔 아주 저렴한 우전을 보이는데 당해연도 수확물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가벼운 지갑의 저로서 높은 가격의 햇차 첫물차를 마실 수는 없으니 마트에 판매하는 우전으로 기분이나 내봐야겠습니다.

 

홈플러스 우전 10g

홈플러스에서 1g짜리 티백 10개를 10g해서 9990원에 판매합니다. 대략 한티 백에 1천 원으로 봐야겠죠.

물론 올해 수확한 우전이 아니라서 이 가격에 가능할 것입니다만 그래도 우전은 봄이 가기 전에 모두 판매되는 실정이라는데 맛이라도 볼 수 있는 게 어디겠습니까. 

게다가 티백이라서 빨리 우려나게 하기 위해서 유념(비비기)을 강하게 하기 때문에 일반 우전과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전이라는 국내산 녹차를 조금 가볍게 마실 때는 이렇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전 티백

녹차 전문가 분들은 우전을 티백으로 만든다면 경악을 하시고 고개를 절래 저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름은 피라미드 티백을 사용해서 잘 우려내도록 노력을 했네요.  1g 티백을 100g 80도의 물에 1~2분을 우려내라는 지침에 따라 우려내 보았습니다.

우전녹차 티백

사진에서는 색표현이 잘 되지 않았지만 약간의 형광 연두 빛을 보입니다. 연하기는 하지만 녹차 빛을 보이며, 향은 삼계탕 같은 은은한 아미노산의 향에 신선한 풀향이 납니다. 쓴맛이 있고 떫음이 있으며 구수한 느낌까지 있습니다. 강도는 약하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것 같습니다만 무언가 애매하게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향이 풍부하지 못해 물비린내를 지배하지 못하고 바디감이 헐겁게 느껴집니다. 제대로 우려 내지를 못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티백 2개를 가지고 뜯어서 다구에서 우려 보았습니다.

충분히 풀린 찻잎이라 이번에는 쉽게 우려 납니다. 

1분 정도 우려내고 잔에 옮겼습니다.

조금은 탁한 색을 띠는 연두색입니다. 아무래도 티백용이다 보니 부서진 잎이 많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향은 풍부해지고, 맛도 진해졌습니다.

수업 때 마셨던 녹차와 비슷한 느낌이 이제야 듭니다.

대신 짜릿한 풀내음보다는 은은한 감칠맛과 아미노산의 느낌이 마치 맑게 끓인 백숙의 육수를 마시는 듯합니다. 다만 목의 당김이 생각보다 강합니다. 카페인이 많은 것 같네요.

쌉쌀함이 입안의 혀를 치고, 향으로도 코를 칩니다.

 

저에게는 봄날에 우산 없이 외출했다가 비를 맞고 추적추적 걸어오는 길에 마시는 차 한잔의 느낌입니다.

 

우전녹차 티백

 우려내기 전의 찻잎과 우려낸 찻잎을 꺼내보았습니다.

역시 티백용이라 줄기와 잎이 분리되거나 부서진 녀석들이 많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녹차에 대해서 잘 몰라서 이제 막 경험하는 입장에서 우전은 값비싼 녹차입니다.

저렴하게 체험을 하고 싶다면 지난해의 우전을 사서 경험해 볼 수 있네요.

저의 개인 취향과 우전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향미는 일치하지는 않습니다만 아마 제대로 된 우전을 마셔보지 못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맛과 향보다는 너무 강한 카페인의 느낌이 저에게는 부담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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