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밀크티 한잔'
어린 시절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모자장수의 티파티에 초대를 받아 가서 차를 얻어 먹는다.
시간이 없다고 바쁘다고 정신없이 날뛰던 토끼가 가는 곳이 기껏해야 차를 마시는 파티라니. 게다가 차에다 각설탕을 뿌려대고 조그마한 병에 우유를 붓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지만, 티파티 개념이 없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어색한 대목이었다. 이후 영국에는 차를 마시는 문화가 발달했고 그중에서 티파티는 정치적으로 사교적으로 꽤나 중요한 모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국에서는 진하게 우린 홍차에 설탕과 우유를 넣어 먹는다는 말에 홍차 티백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먹어 보았지만 나의 취향이 영국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후 차는 대학시절 당구장에서 만나게 된다. 다들 콜라를 마시는 중에 무언가 색다른 것을 찾는 중 실론티라는 빨간 캔음료를 마셔보고는 달달하고 향긋함에 빠져서 한동안 당구칠 때면 '나는 실론티!' 라고 개성을 발휘했다. 시원한 실론티는 여름에는 좋았지만 겨울에는 따뜻한 음료가 필요했다. 캔커피에 지칠때쯤에 나온 음료가 '데자와'이다. 밀크티라는데 이 음료는 호불호가 강했다. 여학생들에게는 그나마 나았지만 남학생 중에는 좋아하는 이가 많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나쁘지 않아서 술이 많이 취하고 추웠던 겨울에 편의점에서 가끔 사먹었던 음료이다. 지금은 일본제품불매 운동으로 마시기 어려워지긴 했지만 추억의 밀크티이다.
그리고 한참을 잊고 지낸 후 다시금 찾아온 밀크티는 차가 들어있지 않았던 흑당밀크티 열풍때문이었다. 우유와 흑당시럽과 타피오카펄만 들어간 흑당밀크티는 나에게는 조금 밋밋한 맛이라서 차가 들어간 흑당블랙밀크티가 더 내 취향이었다. 쫄깃한 타피오카 건더기와 달달하고 흑당의 향이 매력적이라 여름동안은 한참을 마셨다. 하지만 겨울에 흑당밀크티 전문점에서 마신 흑당 밀크티는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유난히 몸이 차가운 나는 겨울에 차가운 음료를 마시지 못해서 '따끈한 밀크티'라는 것을 마시고 싶었다. 기껏해야 로얄밀크티를 마실 수가 있었는데 흔하지도 않을 뿐더라 맛도 향도 나의 취향과는 조금 멀었다. 그래서 차 선생님께도 조언구해보고 서점에서 책을 사보기도 해서 밀크티를 만들어 보았다. 생각보다 밀크티의 종류가 다양해서 하나씩 소개해 볼 작정이다.
영국식 밀크티
밀크티라고 한다면 첫번째는 영국식 밀크티를 빼 놓을 수 없다. 사실 '밀크티'라고 부르는 것은 영국식 밀크티를 의미한다. 다른 나라의 밀크티는 다른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티를 우려낸 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서 마시는 차를 의미한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티파티에 마신 차가 밀크티이다) 하지만 영국의 물의 성분과 우유의 종류가 달라 차 전문가들도 한국에서 흉내를 내어보면 그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영국이나 스리랑카에서 밀크티를 마셔보면 맛이 제법 좋다고 한다.
영국의 물과 차 그리고 우유를 구해야 제맛이 난다고는 하지만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프랑스의 에비앙 생수와 그나마 독일 우유는 구했다. 지방의 함량이 조금 높은 편이라 도전해 볼 만하다. 우리나라의 우유중에서도 지방함량이 높은 것이 있으니 참고해서 사용하면 될 듯하다.
레시피
우유 - 40ml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 3g
물 -120 ml
각설탕 2개 혹은 설탕 2티스픈
200ml의 찻잔에는 이 정도 양으로 만드는 것이 적합하다. 그냥 홍차와 우유와 설탕을 취향에 따라 섞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레시피라고 할 만하지는 않아서 색다른 실험을 해보았다. 영국의 물과 우유를 구할 수는 없겠지만 대용할 만한 유럽의 물과 우유를 구해서 밀크티를 만들어서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물과 우유로 만든 밀크티와 비교해보았다.
하나의 잔에는 제주삼다수에 일반 우유를 사용하였고,
또다른 하나는 에비앙에 독일식 지방함유량이 높은 우유를 사용해서 밀크티를 만들었다. 뜨거운 물에 3분간 우려내었다.
우유를 타지 않는 차는 삼다수는 깔끔했으며,
에비앙은 조금 더 뭉글한 바디감이 있었다. 미세한 차이라서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우유를 타면 독일의 우유(마트에서 유럽 우유가 독일 제품 뿐이었다)가 유지방이 높은지 고소한 향이 더 많이 났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큰 호불호가 갈리지는 않을 듯 하다.
설탕을 넣어보면 고소함과 달콤함이 어울리는 유럽식 우유를 사용하는 편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우유는 로얄밀크티나 차이로 만들 때는 나쁘지 않았지만 영국식 밀크티를 만들 때는 조금 밋밋한 맛이 나는 편이다.
결론은 유지방이 높은 우유를 사용하고 설탕을 넣으면 영국식 밀크티도 마실만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국식 밀크티는 내 취향하고는 잘 맞지는 않다.
밀크티 논란
밀크티는 우유에 차를 부어야한다는 파와 차에 우유를 부어야한다는 파로 갈려서 오랜시간 논쟁을 했다고 한다. 우리의 부먹 찍먹과 비슷해 보이는 이 논란은 부먹찍먹 논란과는 다르게 결론이 났는데 2003년 영국왕립화학협회에서 ' 완벽한 차 한잔을 만드는 법'에서 우유에 차를 넣어야 차의 온도가 떨어서, 높은 온도에서 우유의 단백질의 변성이 되지 않아 신선하게 유지된다고 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밀크티를 마셔본 분의 말씀으로는 차에 우유를 넣는 방식이 우유의 농도를 조절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본인은 차에 우유를 넣는 방법을 선호한다고 한다.
학문적으로는 우유에 차를 넣는 방식이 옳을 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은 편의성의 이유때문에 차에 우유를 넣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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