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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그리고 책, 문학, 예술

[책] 육우 다경(茶經)을 읽다

by HEEHEENE 2021.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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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년 중국에서 차에 관한 세계 최초의 전문서적인 '다경'이 탄생하였는데 이 책이 후세의 차 생산과 차문화의 발전에 미친 영향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차(茶)를 접하면 마치 신비로운 마법서인듯 설명을 듣는 세계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경전 '다경'으로 소개받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당나라 시대에 쓴 책입니다. 역사적 의의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겠지만 과연 현대에 이르러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실제로 서점이나 도서관에 검색을 해도 구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기껏 구해도 한자투성이의 알 수 없는 말밖에 없는 책이더군요.

육우 다경

그래도 차를 공부한다고 하면서 '다경'을 한번도 읽어 보지 않았다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검색을 하면서 찾아낸 책이 일빛 출판사가 만든 육우 다경입니다. 책의 설명이 유혹적이었습니다.

그림으로 쉽게 풀어쓴 다도, 다예 다사의 안내서
이 책은 아름답고 정밀한 500여 컷의 일러스트와 100여 개의 달하는 도표와 도해로 '다경'의 내용을 현대적 감각으로 아주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28000원짜리 책을 과감히 구입하고 몇 일뒤 택배로 책이 도착했습니다. 차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궁금해하실 책 다경 이제부터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책에 관해서

이 책은 2017년 초판을 인쇄했으며, 지은이를 육우로 하고 옮긴이를 김진무, 김대영으로 적혀있습니다. 원작인 다경을 옮긴 것일 뿐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책의 맨 끝인 499페이지에 옮김이의 글을 보면 이 책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몇 부분을 옮겨봅니다.

육우 다경

이 책의 텍스트는 중국의 남해출판사의 '도해 다경'이며 육우의 '다경'을 도표와 일러스트 등의 여러 도해를 사용하여 초심자들이 보다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 
그러나 이 텍스트는 차학의 전문서가 아니고 입문서이다. 
어디까지나 이 책의 목적은 '다경'에 보다 쉽게 입문하도록 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원본 '다경'을 쉽게 해석한 '도해다경'이라는 중국 책을 번역하고, 일러스트와 도표를 더한 책이라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다경을 쉽게 풀어만 쓴 내용만 있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부록에는 다경 원문과 함께 한글로 번역한 부분도 전문이 있으며, 중국의 지역별 명차를 일러스트와 함께 70~80종류의 차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녹차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홍차, 백차, 흑차, 화차까지 있어서 현대에 있는 차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 육우

육우

다성(茶聖)이라 불리우는 육우는 당나라 개원 21년(733년)에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돌다리 아래 버려졌지만 지적선사에 거두어져 절에서 성장하며 여러 학문과 불경, 그리고 차 끓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12살에는 사찰을 떠나 광대패 생활을 하였습니다. 외모가 뛰어나지 않고 말까지 더듬었지만 총명하고 유머러스해서 경릉의 태수 이제물의 눈에 들어 그의 소개로 추부자의 처소에서 학문에 매진하였습니다(746년). 21세에 차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파산 협천을 유주하고  호북, 강서, 강소 , 절강 등지를 다니며 실지 조사를 하였습니다. 안사의 난을 겪으면서 은거하여 10여 년간 저술에 몰두합니다. 765년 '다경'초고를 완성하였고, 775년 '다경'을 다시 수정하고 내용을 증보하였습니다. 780년에 판본을 책을 묶어 출간하였습니다. 

당에 이어 송나라때까지 투차라는 개념이 있을 만큼 중국인들의 차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많은 부분은 직접 다니고, 다녀보지 못한 곳은 자료조사를 해서 당시에 중국의 차에 대해 집대성한 그의 책은 차에 대한 백과사전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학문의 깊이가 깊어서 단순히 차에 대한 정보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차를 만들 때 가져야 하는 마음(철학)까지 내세워서 '경(經)'이라는 단어를 붙였습니다.

 

책의 내용

중당시기 이전 중국은 이미 차문화가 싹을 틔우고 있었으며 역대 사료들에서 차에 대한 여러 많은 기록들이 있었다. 하지만 차에 대한 정의 및 차(茶)라는 글자의 확립에 대해선 여전히 미해결의 상태였다. 육우가 '다경'을 저술하고서야 이들 사료들이 일일이 기술되었으며, 아울러 이로부터 차에 대한 기록은 '차(茶)'자로 확정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시가 있었던가요. 다경을 저술한 것은 알았지만 차라는 단어를 정립한 것이 육우의 다경 때문인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저 수확하고 끓이고 마시고 사랑했지만, 그를 제대로 불러준 것이 육우였고 그래서 다성, 다선, 다신이라 불릴만한 자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보이차라는 흑차가 약효도 있고, 다양한 이득때문에 인기가 있는 편이지요. 이 책에는 보이차의 전설과 고사가 일러스트로 있어서 소개합니다.

삼국시대 촉나라 재상 제갈량이 군대를 이끌고 운귀일대를 토벌하려고 하였다. 병사들이 현지의 물과 풍토병을 이기지 못하고 안질 등의 질병으로 고생하게 되자 사기가 크게 저하되었다. 이에 제갈량이 지팡이를 암석에 찍어 넣자 지팡이가 한그루의 차나무로 변하였다. 이 차나무의 액과 즙으로 병사들의 안질 등 질병을 치유하였다. 이로부터 안질 등과 관련된 보이차의 치유효능이 세상에 전해지게 되었다.

세상에 역시 중국은 판타지 소설의 천국입니다. 마케팅의 천재라고 해야할까요? 내용의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는 판타지지만 재미도 있고 외우기도 좋은 내용입니다. 이 외에도 대표적인 차에 대한 전설이 책에 있습니다. 옛날이야기 듣는 듯 재미있군요. 중국차를 마실 일이 있으면 참고서적으로 삼아서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꼭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명절만 되면 말도 많은 차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남북조 시기의 제나라 무제 소이는 영명 11년에 "영령에게 제사를 지낼 때 가축으로 제물을 올리는 것을 삼가고, 다만 떡, 차, 마른 반찬,술과 포만으로 모시는 것으로 충분하며..."라는 조서를 내린 바 있다.

우리나라도 낮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라고 부르지요. 하지만 차를 제사상에 올리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저같이 술을 못마시는 사람이나 낮에 하는 제사라면 차를 사용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 

책에 따르면 차례를 지내는 방법은 차오나이나 차출에 찻물을 부어 놓아두거나, 차를 끓이지 않고 놓아두거나, 차는 없이 차호나 차충만을 상징적으로 놓아두어서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제품을 올리기보다는 간단하게 차를 올리는 것으로 정성을 표하였다고 합니다.

 

육우는 '다경'에서 오직 정행(精行)과 검덕(儉德)의 성정을 지닌 사람만이 차로써 질병을 쫓고 몸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를 하는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정행검덕을 일상의 규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합니다.

정(精)은 일을 함에 일의 목적과 의미를 인식하고 세밀히 살피면서 자신과 사물에 대해 더 완벽한 경지를 추구하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행(行)은 단정한 행동과 흔들림없이 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검(儉)에 대해서는 차의 본성이 검박함에 있으며 지나치지 않기를 강조합니다.

덕(德)은 자신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으며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는 군자의 진정성을 갖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성정을 지닌 자가 차를 마실 때 그 효과가 좋다는 말을 합니다.

 

차를 마시는데 섬세하고 집중하며, 자랑거리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차를 마실 때 효과가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비단 차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음식을 먹든 지키면 제대로 된 효과가 날 듯합니다.

 

품(品)이라는 글자는 세 잔의 찻잔이 마주하고 있는 형태와 같다. 한잔은 시원하면서 순일한 차 본래의 맛이고, 두 번째 잔은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며, 세 번째 잔은 인생의 본질적 괴로움에 대해 참오(參悟)하는 것이다

다도(茶道)를 전혀 모르는 저에게는 그저 말린 풀떼기를 넣은 물에 너무 거창한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냥 물이기 때문에 거창한 의미를 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밥을 먹는데 3숟가락으로 의미를 둔다면 공감이 갈까요? 아니면 고기 3점으로 의미를 둔다면 의미가 생길까요? 그저 먹고 배부르기에 집중하지 않을까 합니다. 술은 어떨까요? 저는 3잔이면 인생의 괴로움에 취할지도 모르겠군요.

마실 수록 정신이 맑아지는 차만이 이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싶습니다. 

사실 저는 다도를 싫어합니다. 어느 정도의 예를 지켜서 마시는 정도는 존중하지만 너무 엄격한 규칙을 만들어서 따르도록하면서 그들만의 룰에 복종시키는 훈련을 시키는 것을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귀족들과 승려들의 독점적인 지위를 지키는 도구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반항심이 컸죠. 지금도 차의 가장 큰 역할은 갈증해소와 기력 향상을 위해 즐겁게 마시는 것이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길을 담기에 차가 꽤나 좋은 도구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부록 부분의 원문과 중국의 차소개

다경 원문

부록에 보면 원문이 한자와 한글 번역본이 있습니다. 그림과 함께 본 내용도 쉽지 않았는데 옛말 투로 있는 이 글은 더욱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관심이 있거나 다경에 대해 좀 더 날것으로 접하고자 하시는 분께는 좋은 텍스트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전 이 책과 닮은 차가 용정차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차라면 녹차이고 녹차 중에서도 용정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군요. 가장 녹차다운 녹차랄까요. 이렇게 차에 대한 일러스트와 향과 맛, 산지, 제조방법까지 기술해 두었습니다. 녹차뿐만 아니라 백차, 황차, 흑차, 화차까지 중국차에 대한 사전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제가 공부가 얕기 때문에 이렇게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서호 용정에 대한 내용을 옮겨 보겠습니다. 다른 차들도 비슷한 순서로 풀이를 해두었습니다

특징
형상 :편직(납작하고 곧은 형태)
색택 :취록
탕색: 청록(맑은 녹색)
향기: 순욱청향(향기가 맑고 진하며 오래감)
지미: 감순(달고 진함)
엽저:성타,균제(전체적으로가지런하며 꽃송이 형태를 이룸)
산지:항저우시 서호산구
중국의 내외를 막론하고 명성이 높은 넓적한 형태의 녹차이다. '색록(色綠), 향욱(香郁), 미효(味酵), 형미(形味)'의 사절로 유명하다.
용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청명 전후에서 곡우까지 찻잎을 채적하여 만든다. 특급의 용정차의 표준이 되는 것은 일아 일엽 혹은 일 아이 엽이며, 초제의 과정은 조, 탑, 날, 추, 솔, 마, 압 등의 기본 동작으로 나누어지고 일일이 직접 손으로 진행한다. 솥에 넣어 덖으면서 두 번의 살청 과정을 거쳐 만드다.

이 책은 고전인 다경을 옮겼다고 주장하지만, 중당 시대 이후의 차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어 있는 중국차 사전 같은 책입니다. 처음 그냥 텍스트만 읽었을 때는 '이게 다경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부록의 다경 원문도 읽고 다시 도해와 내용을 찬찬히 읽었을 때는 옮긴이가 읽는이들에 대한 배려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차에 대해 아직 초심자라 이 책의 깊이를 논할 자격은 없습니다. 하지만 차에 대한 초심자가 교과서나 참고서로 두고 살펴보면서 차를 마시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책을 빌려서 읽거나 다 읽은 책은 중고 서점에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책장에 두어야겠네요. 앞으로 자주 꺼내 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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