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3월이라서 였을까요. 읽을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 책장 사이를 산책하는 동안 작은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님의 시집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시인이며, 그의 시 중에서도 별 헤는 밤과 서시는 익숙한 구절이 있는 시입니다.
차에 관련된 책과 영화를 발견하기가 어려워 이제 문화와 차를 병행한 컨텐츠는 끝을 내야 하나 싶을 때, 좋은 책을 발견했었습니다. 노시은 작가님의 화요일의 티타임입니다.
https://heeheene-tea.tistory.com/81
그림과 신화를 좋아하고 차를 좋아하는 작가는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책에 녹여냈습니다. 이에 영감을 얻어서 이제부터 꼭 차가 나오지 않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차 혹은 차를 마시면서 떠오르는 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저의 좁은 시야와 얕은 지식이지만 저만의 감성으로 책을 읽은 감성을 차에 비교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중에 첫번째 책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입니다.
책에 관해서
이 책은 매우 작은 크기입니다. 페이지 186페이지의 시집으로 윤동주 시인의 시와 그의 몇 가지 문장을 실었습니다.
작가 윤동주
그는 1917년12월30일에 만주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할아버지 윤하연의 명동교회 장로였습니다. 지금이야 교회가 문제가 많지만 당시에는 기독교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교회 장로는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윤동주의 아버지 윤여석은 초등학교 교사였었습니다. 1935년 평양의 숭실 중학교에서부터 시를 자주 쓰기 시작했고, 1936년 11월 연길에서 발행하는 어린이 잡지'가톨릭 소년'에 시를 발표했습니다. 1938년 서울 연희전문대학 문과에 입학했고, 당시에 만난 교수였던 최현배 교수는 국어의 중요성과 일본어 사용 중단을 강조했고, 이양하 교수는 서양의 시들을 소개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출판하려 하였으나 이양하 교수의 만류로 출판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1943년 친구인 송몽규는 한국돌립운동에 참여 혐의로 체포당했고 4일 후 윤동주도 체포당하고 1944년 5월 31일 2년 실형을 받습니다.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9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사인은 송몽규의 증언에 의하며 일본의 생체실험에 여러 주사를 맞은 것이 원인으로 추측됩니다.
그의 '쉽게 쓰여진 시'를 1947년 경향신문에 정지용 시인이 소개를 했었다고 합니다. 이후로 그의 시는 대중의 관심을 받아서 1990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습니다.
그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상태였고, 그런 환경에서 조국을 잃을 슬픔을 담은 시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작가 소개를 좀 장황하게 했습니다. 진보적인 성향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과 대학에서 좋은 시를 소개해준 스승과, 민족정신을 심어준 스승이 있었고 그 가운데 동지였던 친구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는 조국을 잃은 슬픔을 아름답게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시
학교 시절에 외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시입니다.
'죽는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지금은 이 구절만 기억이 나지만 윤동주 시인의 삶에 대해 읽어보고 난 뒤의 서시는 유난히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그는 아마 전사는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다소 부드럽고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였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전투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입을 앙다물고, 주먹을 쥐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 나갑니다. 빰 시린 차가운 칼바람에 목을 움츠리지 않고 어깨를 펴고 앞을 보고 당당히 걸어갑니다. 젊은이의 치기일지도 모릅니다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그의 무거운 걸음은 글자가 문장이 시가 됩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의 동경과, 별 하나의 시와, 별 하나의 어머니, 어머니
이 구절이 너무도 아름다워 유명한 시입니다. 전문을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네요.
저는 어째서인가 어린왕자가 생각이 납니다. 어린 왕자가 우리나라에 내려와서 살면서 어두운 밤 빛나는 별이 많은 언덕에 앉아 장미를 그리워하며 쓴 시가 아닐까 라는 쓸데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시
봄이 다가오는 오늘, 이글을 쓰는 날이 경칩입니다.
아직 개나리, 진달래, 배추꽃은 피지 못했고, 기껏 해서 난 매화도 얼마 전 내린 눈에 설중매가 되었네요.
시에서는 종달새가 이랑에서 솟쳐겠지만, 오늘 날자로 보면 개구리가 어느 논에서 솟치지는 않을까요?
이리 경쾌한 봄을 노래하는 오늘 하늘도 푸르릅니다. 아른아른 햇살이 높습니다.
저 말줄임표에 어떤 말을 넣고 싶었던 것일까요?
지금은 일제 강점기가 아니라 그의 감성과는 다른 시대입니다.
하지만 무언가 거부할 수 없는 고통은 시대마다 있는 것 같습니다.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이노무 코로나는......
이 시 참회록은 윤동주 시인이 일본에 유학을 가기 위해 창씨개명을 해야 했고, 이후 그에 대한 내부적 갈등을 옮긴 시라고 합니다. 지금의 시대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당시로서는 일본의 위세는 세계를 장악하는 지배국가입니다. 어쩔 수 없는 압력이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는 고통과 죄책감이 시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바랐던 시인은 젊은 나이에 녹슨 구리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면서 참회록을 써야만 했습니다. 그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부끄러워할 수 있는 양심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건만 참회록을 쓰고 다급함에 손바닥으로 거울을 닦아봅니다.
그 안에는 바꿀 수 없는 거대한 운석 아래로 걸어가는 시인 윤동주가 있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리고 엽차
그의 시를 읽으면서 저는 엽차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의 녹차시장은 상당히 괴롭습니다. 토종 녹차 종은 김해와 하동 지방에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마니아층에서만 마시는 형편이고 보성이나 제주의 넓고 대중적인 녹차는 사실은 일본의 품종이 대부분인 것은 비밀 아닌 비밀입니다. 그래서 초청으로 살청을 하기보다는 증청을 해야 제맛이 난다는 말도 있고 실제로 일본식의 증청가공을 한 제품을 마시기도 합니다. 일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거대한 흐름이겠지요. 하지만 일본의 녹차가 한국에 인기가 없듯이 일본식 녹차는 한국인들의 입맛에는 사실 잘 맞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차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하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한국의 차 중에서도 엽차는 누구한테 말해도 좋다고 말합니다. 없어서 못 마실뿐 있으면 좋다는 평가를 합니다.
엽차는 대작을 수확한 이후 기계로 줄기와 함께 수확해서 사용하며,
일반 차 우리는 방법과는 다르게 1:100 정도 양으로 물에 넣고 끓여서 우려냅니다.
이렇게 우려낸 엽차는 쓴맛과 떫음이 없고 적당한 단맛과 구수한 매력이 있습니다.
마시고 마셔도 카페인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가격도 저렴해서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렇게 좋은 차이지만 상품성이 없어서 구입하려면 인터넷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대중의 사랑을 받고, 대중의 입맛이지만,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절벽에 막힌 엽차는
절망에 빠져있지만 여전히 구수한 단맛을 제공합니다.
뭐 그냥
책 표지의 누런색이 엽차의 색과 닮아서
지금이 그냥 3월이라서
엽차를 좋아하고,
서시와 별 헤는 밤을 좋아해서
푸르른 하늘을 경칩에 이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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