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발견한 이디야에서 만든 블렌딩티인 스트로베리 루바브를 보고 떠오른 책이 있었습니다. 아니 떠오른 작가분이 있었습니다. 하상욱 시인입니다. 누군가는 말장난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시라고 하는 묘한 시를 쓰시는 분이죠. 자신을 시인이라기보다는'시팔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며 심지어 싱어송라이터라고 나와있습니다. '회사는 가야지'라는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무척 재미있어서 이 사람이 누구지라고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클래식보다는 대중음악을, 출판만화보다는 웹툰을 좋아합니다. 제가 능력만 된다면 대중 예술을 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어려운 예술은 이해를 하지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대중예술이 좋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시는 목디스크가 재발하는 고통을 느끼면서 읽어야 하지만 하상욱 시인의 시는 그 자리에서 다 읽어서 목에 부담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 저는 프랜차이즈 카페도 좋아합니다. 대충 하는 프랜차이즈는 싫어하지만 특히 가성비 좋은 카페는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꾸준히 저렴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제품에 도전하는 이디야는 호감이 꽤 높은 회사지요. 그중에서도 톡 튀는 스트로베리 루바브라는 티는 매력적인 색감과 포장지가 매력적이며 보지 않아도 향료의 영향력이 높은 가향 차일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시팔이 시인의 시와 커피팔이 이디야의 스트로베리 루바브 티 닮지 않았나요?
우선 책부터 볼까요?
서울시 책에 관하여
하상욱 시인의 '서울시'라는 책은 원래 페이스북에 있던 시를 모아서 리디북스라는 전자책 출판사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단편시모음집입니다. 전자책은 2012년에 출판되었으며, 제가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은 2013년에 초판이 나왔고 39쇄가 2017년까지 된 책이네요.
무료로 볼 수도 있는 책이 5년간 39쇄가 되었다는 것은 대중의 사랑을 받은 책임에 분명한 것 같습니다.
페이지는 285페이지이지만 마음 먹으면 1~2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짧은 시의 모음입니다. 그래서 잠자리에 머리맡에 두고 한 두 개를 시를 읽으며 '큭큭'거리기에 적당합니다.
작가 하상욱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시팔이' 잘생김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1981년생이며,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학사 출신입니다. 약력은 간단하지만 페이스북 팔로워가 30만 명이 넘는군요. 트위트는 64만 명 이상이 팔로우를 하고 있는 파워인플루언서입니다.
그리고 리디북스라는 전자책 출판사의 기획자이자 에디터였습니다.
내부로는 어떤 깊이와 사연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중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유쾌하고 센스 있으며 용기 있는 시인으로 보입니다.
서울시 책 내용
이 책은 우선 작가의 말과 목차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전에 지식이 없이 이 페이지들을 봤을 때 충격이란
딸기가향차를 처음 마시는 기분이었습니다.
향긋한데 익숙하지는 않고, 맞는 것 같은데 뭔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더군요.
심지어 '목차'를 만들기 위해 여러 번의 노력 끝에 나온 작품이라는데 인정은 되는데 말이죠.
시는 대게 이렇게 짧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상욱 시인은 짧은 게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키까지 작은 것이라나요.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글귀가 반전을 통해 전달이 되는데 묘하게 공감이 가는 내용이죠.
만들어진 시를 보면 쉽고 웃음이 나오지만
실제로 이렇게 쓰라면 저라면 하기 힘든 작업일 것 같습니다.
대신에 반전이 있는 차를 블렌딩 하려고 노력해야겠죠.
많은 시 중에서 이 시를 고른 이유는 반전이 3가지나 있으면서도 실제 독자인 여자 친구분은 반전을 알면서도 만족할 내용이라 이만큼 고객만족이 된 시가 있을까 싶어서입니다.
'Tea'의 시작은 갈증해소와 기능 개선 등의 목적에 따라 유행했죠. 꽃 찻잎으로 만들지 않은 수 많은 티젠들도 마찮가지이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차는 사치품이 되었고 차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은 큰 거리가 느껴집니다. 저는 차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대중적인 차를 고민하는 스타일이지만 가끔은 차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여자 친구)도 만족하고 대중(독자)도 만족하는 차를 만들 수는 없을까도 고민합니다. 오늘 마시고 있는 스트로베리 루바브는 그 반열에 들 수 있을까요?
이 시는 개인적으로 공감이 격하게 한 시입니다.
여름철
작은 방,
그리고 보이지 않는 어떤 구멍이 있는지
방충망에 모기향을 피워도 눕기만 하면
나의 귀에 존재감을 알리는 녀석이죠
죽이지 않으면 잘 수 없었던 처절한 여름밤의 전투를 아름답게 표현한 시입니다.
그냥 가볍게 피를 한 번만 달라고 하면 그깟 얼마나 먹는다고 주고 말 것인데 왜 그렇게도 괴롭히는지 먹어도 먹어도 또 다라는 앵앵거림은 손뼉 칠 수밖에 없더군요.
손뼉 칠 때 떠나라는 말을 모르나 봅니다.
너의 피가 곧 나의 피 일진대
붉은 빛깔을 수색이 여름날의 전투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어젯밤 아무런 이유 없이 잠을 자지 못하고 3시간을 뒤척이며 땀을 흘렸었죠.
그리고 다음날 무거운 머리를 흔드는 알람에 지하철을 타야 할 시간이더군요.
잠을 깨기 위해 카페인을 때려 넣은 데에도 수업 중에는 왜 그렇게 졸리는지
저녁에는 한 모금의 카페인에 새벽까지 약효가 지속되던 카페인데 왜 이렇게 효과 차이가 있을까요?
저녁에는 카페인이 없는 향긋한 딸기 차나 마셔야겠습니다.
저녁에 늘 빈속으로 운동을 하러 갑니다.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할 필요가 있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괜히 피곤하다고 커피 한잔하고 운동을 하러 갔다가 이 경험을 했었죠.
20대로 회춘해서 소개팅이라도 나간 줄 알았습니다.
아~ 그럼 좋은 건가?
깨어 있는 동안은 저도 놓지 않는 손이 되더군요.
가끔은 차 한잔하는 동안은 놓아도 될 것을 이렇게 글을 쓰면서 차를 마시며 쉬는 동안에
오른손에는 스마트폰을 왼손에는 찻잔을 들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네요.
이 시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나이는 먹었지만 아는 것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하면서 괜스레 꼰대가 되어가는 저의 모습에 뜨끔했습니다.
냉수 먹고 정신을 차릴 겸 딸기향 가득한 이 차를 차갑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답답해진 속을 달랠 겸 탄산도 좀 넣었고요. 스트로베 루바브 티는 어느 정도 향은 나오지만 맛과 색이 부족합니다. 집에 그레나딘 시럽이 있어서 조금 더해서 탄산수와 섞어서 마셔보았습니다. 이 티는 붉은색 시럽과 잘 어울리네요. 탄산은 취향에 따라 넣어도 넣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차는 세일도 하지 않으니 세일 제외가 되지도 않지만
마트에서 수많은 세일 상품 중에
유독 고르면 세일 제외 상품일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요.
그렇다고 좋은 녀석이 눈이 밟혔는데 가격 때문에 옆에 놈 사기는 애매하고
조금 비싸도 좋은 걸 고르기도 하고,
가벼운 지갑을 욕하면서 맘에 들었던 손을 어렵사리 놓고 저렴한 녀석을 카트에 담기도 하지요.
그렇게 눈 흘기며 지나갈 때
"너 잘 팔리는 녀석이구나"
라고 투덜거린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은 '공감' 이 가장 큰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나 세상의 진리는 논하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가장 짧게 그리고 재미있게 표현합니다.
어쩌면 짧게 쓰는 것 또한 긴 글 읽기 귀찮아하는 현대인에게 공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책(스누피와 친구들의 인생 가이드)이라는 책에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바보야 말로 신선하고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요. 저는 하상욱 시인이 부럽습니다. 작은 키가 , 뛰어난 재주가, 좋은 책보다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부럽습니다.
이디야 스트로베리 루바브 티
한통에 4480원이며 10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티백 하나에 448원 정도 하지요. 딸기와 루바브라는 잎을 타이틀로 삼았지만 원재료에는 사과, 히비스커스, 로즈힙, 레몬 버베나, 페퍼 트리 열매, 모란꽃잎, 장미꽃, 수레국화와 다양한 천연향료와 합성향료로 만들었습니다. 1.5g짜리 티백에 정말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네요.
여기서 색을 내는 성분은 히비스커스가 가장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장미나 수레국화는 양이 많지 않아서 큰 역할 할 것 같지는 않네요.
합성향료는 샴페인 향이 들어갔고,
쳔연향료에는 딸기, 라임, 바닐라, 루바브가 들어가 있습니다.
루바브를 향으로까지 넣는다니 루바브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모양입니다. 저야 이 루바브(대황)이라는 녀석을 잘 먹어보지 못해서 뭐라 평할 수는 없습니다.
이 붉은색이 매력적인 줄기를 가진 식물로 딸기나 베리류 파이를 만들 때 함께 사용하면 맛있다고 하는 요리 레시피는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딸기만 향으로 느끼면 묘하게 쿰쿰한 느낌이 있기는 하지요. 그래서인가 다양한 향들이 더해져서 그 쿰쿰함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신선하고 향긋한, 달콤한 느낌이 나는 향을 만든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어찌 보면 딸기보다 좀 더 딸기같은 향이 나는 녀석이지만 향료에 거부감이 있다면 조금은 꺼려질 만큼 향이 강합니다.
어찌보면 실제 딸기보다 좀더 우리 머릿속의 딸기 이미지에 가까운 향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 분들이 노력은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향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차와 함께 사용해도 좋으며,
시럽과 함께해서 마실 때 시너지가 좋습니다.
딸기보다 더 딸기 같은 향이 나는 이디야의 스트로베리 루바트 티는 매력적입니다.
시보다 더 시 같은 하상욱 시인의 서울시는 매력적입니다.
둘 다 만들어 놓은 제품을 보면 조금 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으려면
딸기와 루바브를 사랑해야 하고
사람을 사랑해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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