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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그리고 책, 문학, 예술

[책] 서른 편의 차 그림 신화이야기 -화요일의 티타임 (노시은)

by HEEHEENE 2021.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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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관련한 책은 도서관에 많지는 않습니다. 다양하지도 않고 대부분은 레시피북이거나 예절을 묻고 있는 책입니다. 인류의 음료에 오랜 시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데에 비해서 다양한 시각이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어쩌면 숭유억불정책으로 차문화가 축소되었다는 조선시대보다 더 축소된 차문화가 아닐까요?

'화요일의 티타임' 이라는 책은 그런 면에서 많이 알리고 싶은 책입니다. 저자가 그림과 그에 관련된 신화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차를 소개합니다. 예절과 과거의 차 맛과 향에 따라야만 한다는 차에 대한 교육과는 또 다른 저자만의 시각을 한번 볼까요?

화요일의 티타임


책에 관해서

이 책은 2017년에 출간한 282페이지의 A5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입니다. 모든 페이지가 컬러이며 종이가 조금 두꺼운 편입니다. 

화요일의 티타임 목차

총 30가지의 다른 차와 그림, 그리고 신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 노시은

일본계 미술회사에서 일하고 중국 국가 공인 티 큐레이터, 티 마스터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옛날이야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본인을 소개합니다. 기존에도 '내 배낭 속의 영국남자' '언제라도 티타임'이라는 책을 발간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찻잔 곁에 머무는 사람
일단 미술관에 들어가면 문 닫을 때에나 나오는 사람
옛날 이야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듣고야 마는 사람

공식적인 자격과 개인의 흥미가 열정이 버무려져서 나온 책이라고 소개합니다. 저자가 옛날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듯이 이 책은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차 한잔 하면서 듣는 옛날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책 내용

이 책은 한 문장이나 특정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그림과 신화, 차의 조합이 아름다운 내용입니다. 이 30가지 조화 중에서 제가 공감이 잘 되거나 마음에 드는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합니다.

 

대차 18호 - 레이디 고디바 -고디바부인 이야기

레이디 고디바

대차 18호는 제가 마셔보지 못한 차입니다만 고디바라는 초콜릿은 알고 있습니다. 그 초콜릿 브랜드의 모델이 된 고디바 부인 이야기가 감동적이고 그에 해당한 그림도 있어서 소개합니다.

영국 코벤트리 레오프릭 영주는 당시 전쟁으로 과도한 세금을 거두려는 왕과 동조하였습니다. 이에 영주의 부인이었던 고디바부인은 세금 삭감을 간청하였고, 남편은 알몸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돌면 청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마을을 도는 동안 모두 창문까지 다 걸어 잠그고 누구도 이에 대해 입방아에 올리지 않아서 영주는 세금을 삭감해주었습니다. 영국의 코벤트리에 가면 고디바 동상이 있다고 합니다 이 내용에 감동받은 벨기에의 초콜릿 장인이 만든 초콜릿이 '고디바' 초콜릿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는 고디바 초콜릿도 대차 18호도 없습니다만 일반 조금 상쾌하고 시원한 홍차에 초콜릿 하나로 하루의 피로를 씻고 싶어지는 글과 그림이었습니다.

 

밀온 홍차 - 비너스의 탄생 - 아프로디테의 탄생

밀온 홍차도 마셔보지 못한 홍차입니다만 이번에는 작가님이 소개한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이 단락을 소개합니다.

비너스의 탄생

알렉산드로 카바넬이 미와 사랑 풍요의 여신인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 그리스식 이름인 아프로디테는 원래 '거품에서 태어난 여인'이라는 뜻을 가졌는데, 크로노스의 낫에 잘린 우라노스의 성기가 바다에 빠지고 말았고, 그 속의 정액과 바닷물이 만나 거품을 일으켜 그녀가 태어났다고 한다.

작가가 밀온홍차에 비너스의 탄생이 떠오른 이유는 밀온 홍차가 몇 번이고 우려도 예쁜 맛과 향을 지속적으로 내어주는 차라서 라고 합니다. 미적 감각이 둔한 저에게도 비너스의 탄생 그림은 예쁘게 보입니다. 관능적인 미보다는 그 자체가 예뻐 보이는 그림이라 생각이 드는군요.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예쁜 밀온 홍차는 꼭 먹어보고 싶어 집니다.

 

동방미인 - 불타는 유월 - june

전설이 마음에 들었던 고디바,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비너스의 탄생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차가 마음에 든 동방미인입니다. 마음에 든다라기 보다는 마셔본 그리고 소지한 차가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고 해야 할까요. 

공도배 위로 손바닥을 댔을 때 '엇, 뜨거워!' 하는 느낌이 없을 때 차를 우리기 시작하면 된다. 다소 귀찮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온도를 낮춰서 우려야 동방미인의 맛과 향을 극대화시켜 즐길 수 있다

불타는 유월이라는 그림에서 6월은 june이라고 부릅니다. 영어의 june은 헤라의 로마식 이름인 juno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바람둥이 남편 제우스의 정절을 지키고자 늘 신경을 곤두세운 헤라가 지쳐서 잠시 잠이 든 모습이라는 작가의 해석과 조금은 우려내는데 번거롭지만 마실 때만큼은 나른한 휴식을 제공하는 동방미인과 닮았다고 합니다. 

차는 대게는 그러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차를 우려낼 때는 무게와 온도를 재고 시간을 재어야 합니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이렇게 우려낸 차를 마실 때면 정신과 몸이 나른해지는 기분은 저 또한 공감합니다. 내일은 동방미인을 마셔야겠네요.

 

적엽 단총 - 해바라기 - 고흐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라면 고흐를 뽑지 않을까? 그의 해바라기는 당시의 색은 바래지만 그에 대한 대부분의 사람의 사랑은 바래지 않는 그림입니다. 

해바라기

파리 시절의 네 점, 아를에서의 네 점과 그걸 다시 그린 세 점, 도합 열한 점이다. 반 고흐 박물관에서 봤던 것은 아를의 것을 다시 그린 것 중하나였다. 나에게는 다섯 번째 해바라기

그의 해바라기 첫 작품은 아를로 오기로 한 친구 고갱의 방에 장식을 하기 위한 그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재현한 해바라기를 그릴 때는 그 혼자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더 밝은 노랑을 띤다고 합니다.

작가는 '아름다워서 슬픈' 해바라기를 떠올리면 적엽 단총이라는 차를 소개합니다. 붉은 잎이라는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누런빛의 수색입니다.  이 단총이 나는 지역에서 황색을 적색이라고 표현을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쌈- 키티의 티파티 

키티의 티파티

작가님이 드레스코드까지 있는 티파티에 초대받았답니다. 크리스마스 파티이다 보니 드레스코드가 붉은색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가 진득한 느낌은 붉은 색 아쌈이 샌드위치나 케이크와 잘 어울렸다고 합니다. 

저는 인간관계에 매우 서툴러서 파티라고는 가본 적이 없습니다만, 비슷한 모임에 가면 너무 들뜬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무거운 일을 늘 맡곤 합니다. 하지만 아쌈은 좋아하지요. 

붉은색 드레스코드에 아쌈이 떠올랐던 작가는 '키티의 티파티'라는 그림을 소개합니다. 영국의 풍속화가인 해리 브루커의 작품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평범한 가정에서 5명의 아이들 이모여서 티파티 소꿉놀이를 하는 그림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놀이를 통해서 인간관계를 배우는 것이었네요. 

 

석류 - 페르세포네 -페르세포네 신화

페르세포네

제우스와 대지의 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페르세포네는 미모가 뛰어나서 지하의 신 하데스가 납치를 해서 지하세계로 데려가 버립니다. 딸을 잃어버린 데미테르가 대지를 방치하며 딸만 찾아다니자 제우스가 하데스에게 딸을 돌려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데스는 지하세계에서 난 음식을 먹으면 지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원칙으로 페르세포네에게 석류를 먹여서 돌려줄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우스의 중재로 일 년의 반은 어머니와 보내고, 반은 지하세계에서 보내게 되는데 그래서 모녀가 함께있는 일년의 반은 풍요롭다가 나머지 반은 춥고 황폐해진다는 전설입니다.

이 전설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 중에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페르세포네'를 소개하면서 작가는 신화에 작은 상상을 더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았고 , 비록 투박하고 이상형과는 멀었지만 하데스는 그녀를 진심으로 아껴줬다. 지상에 있을 대는 미처 몰랐으나 하계에는 그 나름의 기이하고 뒤틀린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것도 알게 됐다. 지하세계의 여왕이라는 자리도 근사하게 느껴졌다. 결국 다시는 지상으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기로 한다. 못 이기는 척 하데스가 건넨 석류를 몇 알 삼킨다.

저도 이 전설을 읽은 적이 있으며, 비슷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비슷한 상상을 했었네요.

 

기문 -팔라스 아테나 

팔라스 아테나

기문 홍차는 티 블랜딩을 배우면서 저를 난감하게 한 홍차입니다. 잉글리시 블랙퍼스트에 사용하고 평상시에도 무난하고 여성스러운 홍차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블랜딩을 하면 무뚝뚝한 중년의 남자 같은 느낌에 당황하곤 합니다.

작가님은 남자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도 한 전사의 그림을 선택했습니다. 뜨거운 물 그대로 100도에서 우 린다면 스모키한 향이 95도에서 우린다면 난꽃향이 난다는 이중적인 면이 이 그림이 떠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밀크티 - 바우키스와 팔 레몬 -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방문한 바우키스와 필레몬의 집

바우키스와 팔레몬

인간세상에 내려온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배고프고 지친 아비와 아들처럼 보이도록 해서 도움을 요청하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가운데 바우키스와 팔 레몬은 가난하지만 정성껏 그들을 대접합니다. 그들이 신임을 눈치 챈 바우키스와 팔레몬은 거위를 잡아 대접하려는데 거위가 제우스의 무릎으로 도망가는 모습이 이 그림입니다.

작가는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바우키스와 팔 레몬에게 대접받은 식사가 따끈한 밀크티와 유사하다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밀크티에 대한 팁을 소개합니다. 봉황 단총이나 보이차, 재스민 차로 만드는 밀크티도 꽤 매력적이라고 말해줍니다.

저도 이번 겨울에 밀크티를 처음 배워서 도움도 많이 받고, 매력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일반 홍차에 비해 밀크티는 생존에 필요해서 마신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 따뜻함에 거부감이 없더군요. 

 

르완다 홍차- 므네모시네 -뮤즈

므네모시네는 티탄족으로 기억을 관장하는 여인입니다.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9명의 뮤즈를 낳아서 뮤즈의 어머니로 알려져 있습니다. 

므네모시네

저도 무엇인가 창작하는 일을 하고 싶지만, 뮤즈의 사랑을 받지는 못한 인간입니다. 노력만으로 넘어서지 못하는 완성도라는 것이 있어서 므네모시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물론 기억력도 없는 것을 보면 그 모녀들에게 어지간히 미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럼 작가는 왜 하필 이 모녀들에게서 르완다 홍차가 떠올랐을까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홍차로서 독특한 홍차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서 마치 뮤즈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나는 글을 쓰며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제인 모리스 같은 뮤즈는 없다. 그런데 왠지 있어도 정신적으로 혼미하고 피로할 것 같으므로 괜찮다. 입안에 맴도는 이국적인 르완다 홍차의 달콤함으로 만족스운 지금은 더욱.

차는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했습니다. 용도와 마시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바뀌었지만 인간의 손에서 찻잔을 완전히 놓은 경우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약용으로, 종교에서 기도를 위한 카페인으로, 귀족들의 사치품으로, 자본주의의 상품으로 그렇게 늘 곁에 있었지만 그저 도구였을 뿐 그들을 감탄하고 바라본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차를 그대로 바라보고 그에 영감을 얻어서 또 다른 문화와 융합을 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너무 많은 차와 그림과 이야기라서 다 기억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만 이것은 므시모시네의 저주일지도 모르니 르완다 홍차가 남았는지 찾아보기라도 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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