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 들어봐요. 우린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내요. 3분의 1이나. 게다가 12분의 1은 꿈을 구면서 보내죠.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관심이 없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밤은 고통으로 다가오죠. 불편한 매트리스에서 자고 수면 무호흡증과 불면증을 겪어요. 자고 나도 온몸이 뻐근한 만성피로에 시달리죠.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열 사람 중 여럿이 잠을 잘 못 잔다고 해요. 열에 넷은 주기적으로 수면제를 복용하고, 열에 둘은 만성 수면 질환에 시달린다는군요. 수면 장애는 면역 체계에 이상을 일으키고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죠. 자살충동을 부르고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이라는 소설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프랑스에서도 수면장애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면병원도 생기고, 차 시장에서도 '불면에 좋은 차', '숙면에 좋은 차' '숙면 차' 등의 수면 장애에 도움이 될 만한 차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수면에 도움이 되는 차는 라벤더, 캐모마일, 버베나가 있지요. 우리나라 차로는 국화차가 있습니다만 국화차는 다음에 보기로 하고 서양에 맞는 캐모마일과 레몬 버베나 차를 구해서 마시면서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읽다가 잠이 들면.. 음...
하긴 책만 한 수면제가 없기는 하죠. 잠들어도 괜찮으니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책 '잠'에 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에 발간을 했고 프랑스에서는 Le sixieme sommeil (6단계 수면)이라는 이름으로 2015년에 발간한 소설입니다. 우리나라의 제목이 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 6단계 수면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면 저라도 보지 않을 것 같네요. 2권의 끝에 있는 꿈 기록지를 포함해서 330페이지짜리 2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그 페이지의 양이 많다 하더라도 가독성이 워낙 좋은 편이라(번역을 잘해서 인지 매번 가독성이 좋습니다) 읽는데 부담을 느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진은 2권에 1장 정도밖에 없지만요.
1권의 표지는 눈을 감은 일러스트이고 2권은 눈은 뜨고 있지만 움직임이 있는 듯한 눈의 모양입니다. 1권이 깊게 잠이 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2권부터는 자각몽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로의 모험을 표현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우리에게는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생으로 7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습니다. 1991년에 개미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으며, 이후로 타나토 노트, 신, 파피용, 웃음,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 역사 전등의 많은 베스트셀러를 썼습니다. 최근에는 죽음, 고양이, 기억, 심판을 거의 해마다 새로운 소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6년의 조사에 한구에서 10년간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그의 소설을 한동안 꽤 봤었네요.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신선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의 작품은 언제나 흥미롭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보증수표라고 생각이 듭니다.
잠 줄거리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순에서 책의 내용은 책에서 소개한 부분을 소개하지요
주인공은 유명한 신경 생리학자 카롤린 클라인 교수의 아들 자크 클라인. 카롤린이 수면에 대한 <비밀 실험>을 하던 중 사고로 피험자가 사망하고, 충격을 받은 카롤린은 그날 밤 자던 중에 사라진다. 당황한 아들 자크가 어머리늘 찾기 위해 고민하던 어느 날, 꿈속에서 20년 뒤의 48세 자크를 만난다. 48세 자크는 어머니가 말레이시아에 있다며 위험한 상황이니 빨리 어머니를 구하러 가라고 권한다. 자크는 꿈속의 만남을 믿지 않고 무시하다 두 번째로 같은 꿈을 꾼 뒤 어머니 카론린이 찾아갔던 <꿈의 민족> 세노이족을 찾아 나서는데......
1권까지의 줄거리입니다. 천 절하게 줄거리도 책에 쓰여 있습니다. 이보다 더 잘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세노이족과의 교류와 전쟁, 그리고 꿈속으로의 더욱 깊은 여행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책을 자기 전에 침대 위에 두고 조금씩 읽었는데 묘하게 책을 읽는 동안은 꿈에 좀 더 집중하게 되더군요. 심지어 자각몽까지 꿀 수 있었어요. 빌린 책이 아니었으면 책 맨 후면에 있는 꿈 기록지에 적을 것 같기도 합니다.
책'잠'에서 만날 수 있는 문구
날 사랑해, 엄마는 뛰어난 과학자야(...... 아빠를 식빵이라고 착각해서 조각을 내려고 하지만......
존경하는 엄마의 수면장애를 처음 본 자크의 충격을 표현한 구절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는 감정적으로 슬픈 장면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가지지 못한 능력이라 재미있게 보는 부분입니다.
약한 사람은 복수를 하고 강한 사람은 용서를 하지만 더 강한 사람은 무시를 하지.
소심하고 약한 성격인 저는 늘 복수를 꿈꾸다 좌절하고 자학을 하는 악의 순환고리에 빠지는 편입니다. 현명한 프랑스의 어머님은 무시를 하고 서랍 안에 두면 된다고 하는군요. 상대가 더 이상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해버리는 것이지요. 예전 어떤 선배가 해준 말이 기억이 나는군요.
"똥개야 짖어라 백마는 달려간다."
세상은 늘 <버베나로 할래요> 파와 <카모마일로 할래요> 파로 갈릴 거예요
이 구절이 제가 이번 책을 읽으면서 레몬 버베나 차와 캐모마일 차를 준비하게 된 이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프랑스에서는 레몬 버베나를 버베나라고 짧게 표현하는데 꽤 인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참고로 버베나는 따로 존재하는 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화려한 색감의 버베나 꽃도 불면에 도움이 되기도 해서 조사하면서 상당히 헛갈렸습니다만 프랑스어로 버베나를 검색했더니 레몬 버베나 차가 다수 검색이 되어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카페인이 없이 숙면을 위한 대표적인 차가 레몬 버베나와 캐모마일을 마시는 모양입니다.
좌측이 캐모마일 티입니다. 조금 가벼운 꽃향이 나면서 부사 같은 사과향과 약간의 산미, 단맛이 나면서 오일리 하면서 톡 쏘는 쓴맛도 후미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무게감이 조금 가볍습니다.
우측은 레몬 버베나 티입니다. 젖은 풀향과 레몬 껍질 향이 납니다. 조금 묵직한 무게감과 오일 리 한 풍부한 바디감이 있으며, 약간의 산미, 단맛, 감칠맛이 많지만 아무래도 젖은 풀향이 조금 거슬리기는 합니다.
두 차를 마셔보니 확실히 성향이 다르네요. 파가 생길 만도 한 것 같습니다.
우린 비슷하기보단 상호 보완적인 사람들인 것 같네요.
호감이 없었다면 서로 너무 다르다고 표현을 할 것인데, 사랑이라는 이상한 녀석이 끼어들면 다른 성향은 '상호보완적'이라는 단어로 변화시키는 연금술이 되는군요.
그 클라인 블루라는 색을 내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는 게 얼마나 안타까운지 몰라요.
눈으로 보지 못하는 샴바야가 다른 아쉬움은 없지만 남편인 클라인의 색인 클라인 블루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사진의 짙은 바다 깊은 곳 같은 색이 클라인 블루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면 소비가 늘고 정치인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위임하기 마련이니까
뉴스에서 거짓말을 해서라도 공포를 심어주려는 이유가 소설에 나와있고,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에 매번 말려드는 저를 보면 다음번 공포에는 지갑을 꼭 움켜줘야겠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는 뫼비우스의 띠가 등장하기도 했었는데 이번 소설에는 입체로 된 뫼비우스의 띠인 클라인 병이 나옵니다. 주인공인 자크 클라인의 성인 Klein의 다양한 뜻을 보여줍니다. 작은 이라는 뜻이 있지만 이 병은 고안한 펠릭스 클라인이 주인공의 조상이라고 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있는 작가가 글을 쓰면서 들었던 음악입니다.
그중에서도 디제리두와 오케스트라가 만나다는 음악이 재미있어서 소개합니다.
https://youtu.be/cLu9 GmV2 vF0
취향과는 맞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환영이니까요. 호주의 전통악기를 오케스트라와 협업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어색한데 듣고 있노라면 신비로운 우주여행을 하는 기분이 드는 음악입니다. 꿈속에서 날아다니면 이런 음악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허구이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한다면 프랑스에서는 수면장애에 대해서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것 같군요. 문명이라는 것이 발전하면서 그런 것일까요? 조명이 발전해서 그런 것일까요?
이유를 안다 해도 문명을 접고 수면을 선택할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숙면 차를 소개해서 만들어 드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편이 좋겠지요.
캐모마일과 레몬 버베나는 신경이완과 수면에 도움이 되지만 오일리한 느끼함과 젖은 풀내때문에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카페인이 없는 레드루이보스 50%에 라벤다5%, 캐모마일20%, 레몬버베나 25%로 조합을 했습니다. 제가 없어서 넣지 못한 민트 2종류 정도를 더 넣으면 완벽했겠지만 이 정도 비율로 만들어도 마시기가 훨씬 편해졌습니다.
따뜻한 숙면 차 한잔 하시고 오늘 밤은 편안한 꿈속에서 미래의 자신을 만나는 기회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복권번호는 알려줄 수 없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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