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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공부/티소믈리에 공부

차의 플레이버 휠(Flavor Wheel)을 살펴 보자

by HEEHEENE 2020.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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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차는 실버팁이 있고 진녹색과 갈색이 섞여있는 OP형태이며, 드라이 아로마는 신선하고 솟아오르는 풀향이 나며, 바다향과 머스켓 같은 포도향이 나는 군요"

 

차를 공부하는데서 다르질링 1st Flush라는 홍차를 우려내기 전에 마른 차의 향을 맡고 평가하는 문장이다. 대체 이게 뭔 소리인지 한국어같은데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 수업을 들어봐도 색은 볼 때마다 다르고, 형태는 설명을 들어도 돌아서면 까먹는다. 오늘은 여러가지 차의 정보 중에서 향에 대해서 슬쩍 훝어 보기도 한다.

 

와인이나 커피, 위스키, 물 등 향이 강한 음료는 그 향과 맛을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아로마 키트 등을 사용해서 훈련을 해서 각자의 분야에서 섬세하게 분석을 해서 상품을 구분하고 때로는 블렌딩을 하며 소비자에게 더욱 좋은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물론 소비자는 전문가들처럼 훈련할 필요도 없고, '호'와 '불호'를 선택하기만 하면된다. 대신 전문가 공부를 한다면 호불호가 아닌 객관적인 평가를 해서 소비자의 '호' '불호'의 원인을 찾는 일을 한다. 

단지 즐겁게 차를 마시기만 할 목적이라면 이 아래의 내용은 읽을 필요는 없다. 다만 나의 '호' '불호'의 이유를 알고 싶거나 알 것 같은데 몰라서 답답한 향을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해 티소믈리에들이 사용하는 플레이버 휠을 사용해 향을 표현 해 본다.

 

향은 코의 점막세포의 민감도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기억력이다. 누군가는 향은 코로 맡는 것이 아니라 뇌로 맡는 것이라고까지 이야기 한다. 향을 평가할 때 맡자마자 어떤 향이야라고 떠오르면 좋겠지만, 나의 뇌는 처리속도가 그리 빠르지 못해서 하나씩 물질을 하나씩 떠올려서 비교해야만 알 수 있다. 즉, 단어와 외형을 떠올리고 향을 맡으면서 비교해서 찾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래서일까 커피향미평가를 연습을 하다 차향미평가를 했더니 뇌가 혼돈이 왔다. 재미있는 것은 함께 수업을 듣던 전업 소믈리에분께 이 다즐링에게 머스킷향이 나는지 여쭤봤지만 나지 않고 오히려 헛갈려했다. 각 음료마다 전문적인 훈련으로 향을 구분하는 것은 마치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tea flavor wheel

티 플레이버 휠은 식물, 꽃, 과일, 목재는 3단계로 나뉘어 있으며 나머지는 2단계로 나뉘어 있다. 3단계로 나뉘는 것이 좀더 섬세하게 봐야하는 향이기 때문에 차를 마실 때 자주 만난다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 3단계 사이에 바다향이 2단계 주제에 끼여 있다. 꽤나 중요한 향이라는 이야기이다. 하나씩 살펴 보자.

 

식물향

식물향 : 건초, 미나리, 민트, 호박

차 전문가들의 식물향은 4가지로 분류해서 보는 듯하다. 차 자체가 나뭇잎 말려서 만들다 보니 풀냄새가 날 수 밖에 없다. 그중에서 건조가 많이 되었다면 건초와 비슷한 양이 날 것이고 녹차같이 산화가 덜 되었다면 미나리나대나무, 풋내 등의 신선한 솟아오르는 풀향이 난다.

산화가 많이된 홍차중에서 민트향을 함유한 차도 있다. 대표적인 차가 스리랑카의 딤블라라는 홍차가 민트향이 난다. 민트라면 익숙하지 않겠지만 우리에게는 치약냄새라고 하면 좀더 와 닿을 것이다. 아니면 민트초코아이스크림을 상상하면 그 향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야채의 식물향은 오이나, 샐러리, 시금치, 녹두 등의 향이다. 개인적으로 미나리와 샐러리가 하나는 일반 식물이고 하나는 야채의 향이라니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물내가 더 많은 풀향일까? 아니면 또다른 구분이 있는 것일까? 백호은침이라는 백차를 마시면 연한 오이향이 난다. 

차 향을 맡았을 때 특히 녹차나 백차, 황차, 청차 그리고 다즐링과 캉크리의 홍차를 마실 때면 식물의 향이 난다고 한다. 특히 녹차에서 많이 맡아지는 식물의 향이지만 녹차에서는 좀더 재미있는 향이 많이 나는 것이 있으니 그 향이 아래에 소개할 바다향이다.

바다향

바다향 해산물

차 공부를 하면서 다들 차를 마시고 그 향에 대한 표현을 할 때 앞에 앉은 분이 말씀하셨다

'건미역요'

그랬다. 상상도 못했던 건미역이나 생 김같은 향이 차에서 났다. 차를 마실 때면 나던 묘한 역함이 바다향의 비린내였다. 이 향은 차에서 나는 아미노산의 향이다. 그래서 어떻게 맡으면 찐밤과 같은 향이나 소고기나 닭고기 향으로 나기도 한다. 향이 옅으면 시원한 조개탕이나 새우탕같은 향이지만 진하면 수산시장이나 건어물시장을 지나는 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일본의 센차나 우롱차에서 많이 나는 편이다. 일본은 감칠맛을 좋아해서 그런 듯하다. 일본의 센차는 건미역에 가깝다면 중국의 우롱차는 소고기 같았고, 한국의 녹차는 닭고기같은 향이 났었다. 차에서 그런향이 난다면 바다향이라고 부른다.

 

꽃향

꽃향은 티 플레이버 휠에서는 2가지로 분류를 한다. 한 쪽은 노랗고 휜색을 보이는 꽃을 신선한 꽃 향이라하고 붉고 짙은 색의 향의 꽃으로 자극성 꽃 향이라 부른다.

꽃향 : 신선한 꽃향과 자극적인 꽃향

재스민차라면 재스민향이 당연히 풍부하게 맡을 수 있을 듯하다. 조금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을 신선한 꽃의 향이라고 부른다. 우롱차에서 난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공부가 부족한지 나는 맡을 수 없었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케냐의 FOP 등급의 홍차에서 백합과의 꽃향을 맡았었다.

배우기에는 중국의 홍차에서 자극성있는 꽃향이 나며 인도의 홍차에는 과일향이 난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홍차에는 자극성있는 꽃향이 조금씩 나는 듯 느껴진다. 자극성있는 꽃향은 신선한 꽃향에 약간의 피비린내가 난다고 느껴진다. 즉, 산화가 되어서 생기는 아미노산과 산미와 꽃향이 섞이면 느껴진다. 향의 민감도는 개인의 취향이라 장미향이 묘하게 자주 맡아서 향미평가를 할 때 민망해서 말 하기가 꺼려진다.

산미가 있고 야채향과 건어물향과 단향이 한번에 섞이면 나에게는 장미향과 비슷하게 느껴져 버리지만 신선한 풀향과 젖은 낙엽, 단향이 난다고 평가가 내려지니 말하기가 민망하다.

 

과일향

자극성있는 꽃향에 과일 향이 섞이면 딸기 비슷하게도 느껴진다.

과일향 : 머스켓, 베리류, 감귤류, 견과류, 건과일, 열대과일

다즐링이라는 홍차를 마시면 머스켓향이 난다고 한다. 신선한 풀향과 머스켓의 과일향이 어울리면서 다즐링은 '차의 샴페인'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가끔 청사과나 홍사과의 향도 나는 홍차도 나는 개인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얼 그레이나 레이디 그레이라면 당연히 감귤류향이 날 것이다. 베르가못오일과 레몬오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커피에서는 자주 맡게 되는 견과류의 향은 차에서느 드물게 맡을 수 있다. 견과류향은 단백질과 당분이 열에 변성이 되면서 나는 향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차에서는 맡기가 쉽지 않았다. 곽산황차는 찐밤의 향이 나는데 말을 듣고 맡으니 찐밤이지 나에게는 꾸리한 건다시마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볶은 견과류향이 나는 홍차는 인도의 캉그라에서 조금 더 맡을 수 있었다.

건과일 중에서 건포의 향을 다즐링 2nd flush의 마른 잎에서 경험을 했다. 머스켓향이 숨겨져 있으면서 물에 닿기 전이라 스쳐지나가는 향을 맡을 수 있었다. 다즐링 2nd flush를 차로 우려냈을 때는 머스켓향이 나오는 것을 보면 습기의 여부에 따라 향이 다르게 느껴졌었던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아쌈의 홍차에서 열대과일향이 느껴진다. 어떻게 맡으면 장미향같기도 하지만 좀더 달콤한 향이 망고나 혹은 그보다 좀더 진한 과일향처럼 느껴진다. 원래는 몰트(엿질금, 식혜)의 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아쌈의 홍차이지만 향긋한 과일향이나 꽃향과 어울어지면서 단맛은 묵직해서 마치 열대과일처럼 느껴졌다.

목재향

나무와 젖은 낙엽

중국의 홍차인 정산소종을 마른잎향을 맡으면 베이컨같은 스모키한 향이 확 쳐올라 온다. 뭐 이런게 다있나 싶은데 우려내서 한 입 물고 삼키고 잠시 있으면 뒤에서 은은하게 소나무향이 올라온다. 그 향이 강하면서 풍부해서 소나무로 집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듯하다. 정산소종을 흉내내서 만들었다는 랍사우종을 마시면 뒤에서 올라오는 향이 소나무는 아니고 일반 나무로 만든 집 가운데 서있는 기분이 든다. 

축축한 흙이나 젖은 낙엽같은 향의 대명사는 흑차인 보이차이다. 흙향이 강해서 거부감이 드는 것은 루이보스도 비슷한 향이 나기는 하지만 보이차만하지는 않다. 그리고 다즐링 Autumn이라는 가을에 나는 다즐링도 넞은 낙엽같은 구수한 향이 올라온다.

토양향

지하실, 베이컨, 가죽가방

젖은 낙엽향이 좀더 곰팡이스러우면 지하실같은 향이 난다. 플레이버 휠에서는 이것을 토양향이라 적혀있다. 영어로 earth 향이다. 좀더 명확하게 비가 흙에 내리면 흙속에 있는 여러 미생물들이 튀어 올라오면서 나는 향이다. 여기에 곰팡이가 있으면 지하실 같은 향이고 곰팡이가 없으면 흙향이다. 흑차인 보이차에서 기본적으로 나는 향이다.

탄향

스모키향이라면 낭만적인 캠프파이어가 떠오를지 모른다. 하지만 대게는 베이컨향에 좀더 가깝다. 정산소종은 산화할 때 생소나무를 태워서 연기를 흡착시키기 때문에 마른 잎에서는 강한 스모크, 베이컨향을 누구나 맡을 수 있다. 차를 건조하거나 산화하는 과정에서 연기를 흡착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다른 홍차에서도 종종 스모키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홍차에서는 탄향과는 다른 훈연향이 나는 경우가 많다.

동물향

동물향 혹은 가죽향은 차에서는 아직 맡아보지 못했다. 운이 좋은 걸까? 아니면 나의 코나 뇌가 둔한것일까? 이 글을 포스팅하기 전에 맡고 글을 남길 수 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성냥, 꿀, 향신료, 우유

광물향

티플레이버 휠에 광물향이 있다. 광물에 금속이나 석회, 화약, 황, 부싯돌, 바위향을 동일 항목에 모아두었다. 차에 이런 향이 난다고 상상을 하지 않았지만 매우 강한 스모키에 향신료향이 함께한다면 황과 비슷한 향이 날 수도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랍소우종이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고, 캉그라에서 마른잎에서 금속향을 느낄 수 있었다

단향

단향의 목록에 초콜릿, 코코아버터, 빵, 꿀, 아몬드페이스트를 한 목록에 두었다. 커피였으면 초콜릿만 해도 밀크초콜릿에 다크초콜릿에, 카카오까지 나뉘는데 탄수화물이 적고 로스팅이 없는 차에서는 아무래도 단향은 하나로 묶어서 보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대게의 홍차에서는 단향을 느낄 수 있다. 

매운향

향신료는 매우 향으로 구분해서 보는 듯하다. 티플레이버휠에서 나오는 모든 향신료는 마살라 짜이를 만드는 재료라서 흥미롭다. 하지만 단일 홍차에서는 맵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한 향은 아직 맡지 못했다. 조만간 찾아내서 향을 기록하고 싶다.

우유향

우유향이 나는 홍차는 인도의 아쌈에서 차를 우려내고 나온 젖은 잎에서 맡을 수 있었다. 그런 느낌을 밀키하다고 표현한다. 나에게는 질감으로 느껴지면서 부드러운 향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공부하시는 누군가가 우유향으로 특정해 냈었다. 

 


 

차의 세계에서는 있어서 안되는 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풍부하지 않고 명확하지 않는 향이라면 차가 오래되었거나 보관이 잘못되었다고 한다. 

내가 가장 충격받았던 향은 바다향인 건미역이나 해산물향이었다. 녹차와 우롱차의 비린향이 거의 바다향이었다. 이런 향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니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또다른 충격은 정산소종의 소나무향이다. 차를 산화나 건조할 때 향을 입히는 방식으로 가끔 얼그레이에도 베르가못 외에 스모키한 향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향의 평가는 주관적인 평가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코보다는 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영역이기 때문에 누군가 단어를 말해주면 그 향이 느껴지는 듯, 아니 느껴진다. 전문가라면 훈련을 통해 조금은 객관적인 틀에 넣어야하는 고통을 겪어야 하지만 일반인들이 차의 향을 즐기고 싶다면 위의 내용은 정답이 아니라 참고로 해서 즐긴다면 더 많은 향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한국의 우전 녹차에서 삼계탕향도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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