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볼 수 있는 홍차는 잉글리쉬블랙퍼스트, 에프터눈티라 적혀 있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다즐링, 아삼, 기문으로 이름이 적혀진 것도 있다. 그리고 자스민꽃이 들어 있지 않는 자스민차도 있다. 이것은 사기일까? 무슨 백작의 이름이라는데 귤이나 레몬 비슷한 홍차를 얼그레이라 부른다. 만드는 회사는 다른데 이런 이름들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차는 생산지에 따라 분류해서 판매하는 차를 스트레이트차(straight tea, single origin)라고 하며 이 차들을 혼합한 것은 블렌디드차(blended tea), 그리고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향을 더한 차를 가향차(flavored tea)라고 한다.
스트레이트 차
스트레이트 차는 차 중에서 홍차를 구분할 때 한 지역에서 나온 찻잎만을 사용해서 만든 차를 의미한다. 보통 원산지의 지역명을 사용한다. 인도의 다르질링 지역, 아삼지역에서 나온 차를 다르질링, 아삼이라고 하며, 중국의 안후이성의 기문지역에서 나는 홍차는 기문홍차라고 한다. 그리고 스리랑카의 우바지역에서 나오는 홍차를 우바홍차라고 한다. 각 지역에서 나오는 홍차는 대게 고급홍차가 많지만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따라 품질이 변화가 있을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내가 홍차를 접했을 때 고급홍차라며 권해 마신 차가 다르질링차였다. 하지만 립톤 티백으로 홍차를 접해서 마셨던 기억에 다르질링은 너무도 홍차스럽지 않고 비싸기만 했었다. 아직도 나에게는 스트레이트보다는 블렌디드차가 좀더 취향에 맞는 것 같다.
블렌디드차
블렌디드차는 여러 지역에서 나는 차를 혼합해서 만드는 차이다. 회사이름은 트와이닝, 아마드, 마리아쥬, 딜마등의 홍차 제조사의 이름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애프터눈티, 블랙퍼스트티, 실론티 등이 나온다. 이런 차들이 대표적인 블렌디드차이다.
각 회사의 혼합배율이 다르지만 그 이름이 같은 것을 보면 목적에 맞게 블렌징을 했다. 예를 들어서 실론티는 스리랑카의 여러 지역의 차를 혼합해서 만드는 차를 의미한다. 블랙퍼스트 티 중에서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티가 유명하다.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홍차는 아삼, 실론, 케냐 지방의 차를 혼합해서 만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빈속에 우유를 타서 먹기에 적당한 농도이며 영국의 석회 함량이 높은 물에 알맞게 우려지는 특징이 있는 홍차이다.
이렇게 차를 혼합해서 만드는 장점은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한 맛과 향을 맞추고, 생산가를 맞추어서 시장에 일정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목적이다. 그외에서 어떤 목적을 위한 기념 차를 만들거나 해서 혼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의 생일 90주년을 기념해서 트와이닝사에 한정판 홍차를 만들기도 한다. 맛과 향이 특별할 것이라 생각해서 일부러 부탁해서 마셔보았다. 내 코와 혀가 영국여왕의 90세를 느낄만큼 섬세하지는 않는지 특별한 향과 맛은 느껴지지 않고 그냥 밋밋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나도 이런 특별한 한정판의 맛과 향을 이해할 날이 올까?
가향차
여러 산지의 차들을 조합한 것이 블렌디드차라면 가향차는 스트레이트 차나 블렌디드 차에 과일이나 꽃, 오일등을 첨가해서 향과 맛을 더한 차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딸기홍차도 있고, 홍차는 아니지만 대표적인 가향차로는 자스민차가 있다. 자스민향은 자스민 꽃에서 향이 나온다. 자스민꽃차를 구매하면 자스민꽃이 가득한 차를 살 수 있지만 자스민차를 구매하면 자스민꽃을 볼 수는 없다. 단지 이리 보고 저리보아도 녹차일뿐이다. 사기라며 불만을 토로 했었는데 공부하면서 알아 보니 찻잎에 접촉시키거나 근처에 두는 방법으로 향을 배게 만든 자스민차라고 한다. 선입관이 없어지고 자스민차를 마시면 저질 차에 오일을 입힌 것이 아니라 그저 입을 좀더 깔끔하게 씻어주는 고마운 자스민향과 깔끔하고 시원한 녹차의 쓰고 떫음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에센셜 오일을 가미한 차가 얼그레이차이다. 차에 대해 공부하지 않을 때는 얼그레이에 있는 실버팁을 보고 베르가못 껍질일 것이라고 추측했었다. 하지만 접촉이나 껍질 몇 개로는 충분한 향을 오랜 시간을 지속할 수는 없다.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면 오랜 시간동안 지속적인 베르가못향을 유지할 수 있기때문에 상품적 가치를 위해 에센셜 오일을 사용한다.
참고로 얼그레이 차의 유래는 중국의 홍차의 대표적인 차가 '정산소종'이라는 차라고 한다. 찰스 그레이 백작은 이 정산소종을 선물을 받고 마음에 들어서 다시 구하려고 했으나 당시 구하기 힘들어서 영국의 차 회사가 이를 흉내내서 만들었다. 이 정산소종에는 용안이라는 과일을 첨가한다는 정보를 듣고서 용안을 찾았으나 이 과일을 구할 수 없어 베르가못으로 가향을 해서 만들었다. 결과물은 정산소종과 달랐지만 그 나름대로 나쁘지 않아 인기를 끌었고 상품화가 되면서 그레이 백작이라는 뜻의 Erl Grey 라는 차로 이름이 정해졌다고 차선생님께서 알려 주셨다. 이상한 점은 정산소종은 베이컨향 비슷한 스모크향이 강하고 뒤끝에는 소나무향이 나는 차인데 용안은 조금 꾸리한 열대과일향이 난다고 느꼈다는 점이 독특했다.
음식에 대한 설이라는 것이 대체로 명확하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방향으로 알려지기 마련이라 재미로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 참고로 그레이 백작이 지냈던 곳의 물이 석회가 많아서 베르가못을 많이 넣어서 만들었다는 말이 있으니 석회질이 많은 물을 사용할 경우에는 참고할 만한 이야기이다.
차에 대해 무지했을 때는 어떤 차는 나쁜 차 어떤 차는 좋은 차 라고 서둘러 결론을 내렸다. 대게 익숙하지 않는 녀석은 모두 나쁜 차라고 판단을 내렸었다. 허나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용도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 졌고 오랜시간 내려온 차는 다들 대중의 사랑을 받은 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나쁜 차는 없다. 모르는 차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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