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메뉴가 인기가 좋은가요?"
"달달한 것 좋아하시면 10대는 초코밀크티를, 20대는 타로밀크티, 그 이상은 흑당밀크티를 좋아하십니다. 무난하게 드시려면 블랙밀크티를 좋아하시구요."
팔공티라는 밀크티 프랜차이즈에 가서 메뉴판 앞에서 선택장애에 빠져있는 아저씨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타로밀크티는 어떤 맛인가요?"
"군고구마 비슷한 향인데 많이 달아요. 파우더가 있으니 한번 향을 맡아보세요."
보라색 가루의 향을 맡게 해주십니다. 군고구마와 비슷한데 무엇인가 이질적인 향긋한 향이 납니다. 그래도 20대에게 인기가 좋다니까 뭐 난 40대지만 마음만은 20대일 수 있어서 20대처럼 펄도 넣고, 얼음도 넣고 해서 보라색 타로밀크티를 받았습니다.
타로밀크티 맛과향
수색은 파스텔톤 보라색이 고운 녀석이며, 향은 군고구마 같은 향이 강합니다. 밀크티이고 파우더로 만드는 것이니 분유향이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건 무언가 낯선 느낌이 들더군요. 고구마 느낌이 강해서일까 왠지 따뜻하게 마시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는 하는데 다들 그렇게 마시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겠지요.
그나 저나 이 묘한 향긋함은 프림인가? 아니 뭔가 기름지고 향긋하고 버터?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식물성 느낌 코코넛? 바닐라? 느낌도 나는군요.
제가 느낀 타로 밀크티의 향은 달고 전분으로 약간의 텁텁하고 풍부한 바디감과 무게를 가지고 있으며, 군고구마향 바닐라와 코코넛 향이 절반정도 섞인 듯한 향이었습니다.
요즘 20대들이 좋아한다니 어째든 저는 20대는 아니니까요.
보라색의 타로?
그나 저나 맛이나 향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보라색의 수색이죠. 팔공티는 모르겠지만 공차에서 만드는 타로밀크티는 가루는 색소를 넣어서 보라색을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공차의 생타로밀크티는 캔에 든 타로를 그대로 갈아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색은 약간 탁한 흰색입니다. 현재는 판매하지 않아서 구할 수가 없네요. 저작권 문제 없는 생타로밀크티 사진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만 그냥 우유같은 흰색에 보라색 흔적만 있는 정도입니다.
그럼 왜 보라색을 색소로 넣었을까요? 원래 보라색이 식욕을 돋구는 색도 아니고, 섬유유연제가 떠오르면서 게다가 타로라는 식물은 우리나라 토란의 원류가 되는 식물입니다. 그래서인가 잎도 토란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종류가 다양해서 한국의 토란처럼 흰색이기도 하고 보라색 점이 있기도 하는데, 가끔 어떤 사진에는 보라색이 짙은 타로도 있네요. 아마 타로 중에서 보라색을 내는 종이 있어서 그 특징으로 색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고구마와 마의 중간쯤되는 맛이며, 전분이 많은 뿌리줄기라서 찌거나 구워서 먹습니다. 종류에 따라 단맛이 없는 것에서 단맛이 아주 강한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우베로 만든 디저트
물참마(Dioscorea alata, water yam, ube)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우베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뿌리식물입니다 .필리핀에서 디저트에 많이 사용되는 식재료로서 타로보다 좀더 어둡고 진한 보라색을 띄고 있습니다. 타로는 하와이에서 요리에 많이 사용되며, 디저트뿐 아니라 카레나 스프요리에 사용하는 한편, 우베는 단맛이 강하고 바닐라향이 좀더 진해서 대게 디저트용으로만 사용합니다. halaya ube(할라야 우베)라는 디저트나 hopya라는 전병같은 빵의 속재료로 사용합니다.
어쩌면 억측일 수도 있지만 지나친 바닐라향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타로밀크티는 어쩌면 우베라는 식재료를 착각해서 만든 것은 아닐까 라는 질문을 해봅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공차에서는 생타로밀크티를 만들었지만 허여멀건한 색보다는 선명한 보라색이 인지가 되어버리 시장에서는 그냥 우베밀크티라고 부르기 보다는 그냥 타로밀크티로 굳어져 버린 것은 아닐까요?
별로 알아봐야 돈은 안되겠지만 20대와는 멀어져 버린 40대 아저씨의 견디기 힘든 향긋함에 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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