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빵학원에서 제빵기술을 배우고 있는데요. 유난히 빵을 잘 만드는 동기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았더니 호텔 제과제빵 분야에서 일을 했던 경력자였더군요. 프로선수가 기초를 다시 다지기 위해서 온 느낌이랄까요. 나이는 어리지만 배울 점이 많은 파티시에였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이 추천해주는 카페나 빵집은 시간이 걸려도 가보는 편인데요. 누군가의 추천을 받는다는 것은 추천해 주시는 분의 취향에 따른 장점이 많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친구들은 비주얼이 예쁘고 사진 찍기 좋으면서도 유행을 알 수 있고, 나이가 많으신 분들께서 추천해 주시는 곳은 그 지역의 상징인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데 이 '에이스'( 수업 중에 너무 잘해서 사람들이 모두 에이스님이라고 부릅니다)님이 추천해주신 가게가 하나 있는데요. 대구 중구 약전골목에 있는 레브 슈크레입니다. 두 말할 것 없이 바로 찾아갔는데요.
처음 방문했을 때가 화요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월요일 화요일이 휴무더군요.
좋은 곳은 쉽게 풀린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가슴 설레면서 빵을 구경합니다.
모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정밀하고 예쁘게 만든 작은 디저트가 진열장에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구경을 하는데요. 이건 레시피를 알아도 흉내내기에는 레벨이 너무 높네요.
초콜릿과 잼도 있었구요.
마들렌, 휘낭시에, 까눌레, 케이크, 그리고 크로와상도 있었습니다.
가격대는 높은 편입니다.
제가 주문한 밀푀유가 9000원이니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마들렌은 2500원이고 휘낭시에는 2200원, 크로와상이 3700원이고 까눌레가 2700원이라 베이커리카페의 가격에 비해면 그렇게 높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테이블은 많지는 않지만 편안한 좌석이 있어서 편안하게 앉아서 먹고 가도 괜찮습니다.
메뉴에 음료는 커피와 티로 단출하게 있는 듯하지만 프랑스 제과 전문이라면 마리아주 티로 페어링을 하는 센스가 차를 즐기는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습니다.
"음.. 케이크는 밀푀유로 하고요 음료는 먹고 갈 건데 추천해 주시겠어요?"
"네 밀푀유라면 웨딩임페리얼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알겠습니다. 웨딩 임페리얼로 주세요"
"아이스로 드시겠어요? 따뜻하게 드시겠어요?"
"아... 음... 아이스? 아니 아니 따뜻하게 부탁드려요"
"네 자리에 계시면 가져다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매번 주문할 때면 왜 이렇게 버퍼링이 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레브슈크레를 검색하면 르꼬르동 블루라는 세계적인 프랑스 제과학원에서 인터뷰한 내용이 나옵니다. 파리의 르꼬르동 블루 출신의 부부께서 제과점을 운영하신다고 합니다. 그중에 레브슈크레라는 뜻도 있어서 소개합니다.
4년 후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오픈한 레브 슈크레는 남편인 Jean-François Deguignet (쟝 프랑소와 드기네)와 함께 프랑스 제과를 한국에 알리고자, 제가 휴식차 프랑스로 떠난 그 순간부터 함께 구상해 왔던 가게입니다. Rêve Sucré는 프랑스어로 ‘달콤한 꿈’이라는 뜻인데요. 혼자 꾸던 꿈에서 이제는 둘이 함께 꾸는 '달콤한 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예전과 같은 이름을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https://www.cordonbleu.edu/news/korean-alumni-revesucre/ko -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차와 케이크를 가져다주십니다.
차는 주전자에 잎차를 우려서 주시는데요 2분 정도 지나고 마시기를 권합니다.
양이 약 3잔 정도 나올 정도로 넉넉했습니다.
자 이제 대표 메뉴인 밀푀유부터 천천히 먹어보겠습니다.
레브 슈크레 밀푀유
밀푀유는 천 개의 잎사귀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입니다.
제대로 된 밀푀유라면 수천 개의 낙엽이 쌓인 듯한 재미있는 식감을 즐길 수 있다고 하는데요
레브슈크레의 밀푀유는 낙엽들이 새로로 축을 세우고 그 사이에는 커피 향이 나는 크림이 그리고 그 위에는 바닐라빈의 검은색이 보이는 바닐라크림이 낙엽 위에 내린 함박눈처럼 올라가 있는 케이크입니다.
제공해 주신 포크와 나이프로 잘라가면서 먹으면 크리미함과 바삭함이 공존하는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수천 개의 낙엽의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밀푀유였습니다.
고소함과 달콤함 그리고 바삭함과 크리미 함이라는 대조적인 느낌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조화로운데요.
누군가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았을 때
"단점을 찾을 수 없었어요"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저 같은 초보 홈베이커로서는 넘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레브슈크레 마리아쥬 웨딩 임페리얼
저도 개인적으로 한번 마셔본 적이 있는데요. 인도의 아쌈 홍차에 초콜릿과 캐러멜향을 가향한 홍차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웨딩 임페리얼이 초콜릿과 캐러멜향인 이유는 프랑스에서는 결혼식에 선물로 초콜릿과 캐러멜을 아몬드에 싸서 만들기도 했다는데요. 아마도 여기에서 유래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아무튼 이 홍차의 특징은 아이스크림 같은 크리미 한 맛과 잘 어울리는데요. 특히 하게도 우유보다는 아이스크림 같은 생크림류와 더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크림을 많이 사용하는 프랑스 제과류와 조화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홍차만 따로 마시면 초콜릿과 캐러멜향이 풍성합니다. 아삼특유의 몰티 한 느낌은 많지는 않고 캐러멜향이 가장 선명하고 초콜릿향은 후미에 따라와서 화이트초콜릿 같은 느낌이 느껴집니다. 많이 쓰지는 않지만 후미에 약간 떫습니다.
사실 홍차만 따로 마시기에는 저의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향이 진한 홍차인데요.
크리미 한 밀푀유와 함께라면 멋진 페어링을 자랑합니다.
달콤함이 없는 홍차이지만 밀푀유의 달콤함이 입과 코를 가득 채울 때쯤 웨딩 임페리얼의 달콤함 향이지만 맛과 질감은 정반대의 느낌으로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코는 달콤한데 입은 깨끗해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 여운을 즐기면서 다시 밀푀유에 손이 가는 무한 반복에 빠질 수 있습니다.
밀푀유를 다 먹었는데 홍차가 한잔 정도 남았습니다. 저런 새 디저트를 주문해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 가벼워진 지갑을 만져보고 현실감을 다시 깨닫습니다.
밀푀유가 없는 웨딩 임페리얼은 달콤하지만 조금 떫고 쓴맛이 이상하게 잘 느껴집니다.
결론입니다.
아직 프랑스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만약 가서 프랑스식 제과와 차를 마신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 곳이었습니다.
선물용으로도 아니면 직접 맛보기에도 후회 없는 밀푀유와 웨딩임페리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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