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수업을 받고 있는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에서 진행하는 한방차 블렌딩 수업은 실제로 한의학적인 이론에 근거는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국내에서 구하기 쉬운 허브를 이용한 목적별 허브티라는 명칭이 더 가까울 것 같은데 이름이 '나만의 한방차'라는 단어를 좋아하시는 분이 커리큘럼을 짠 것은 아닐까 추측합니다.
한국의 한의학을 사용한다면 기본적으로 명리학적인 음양오행의 개념을 잡고, 경락과 경혈의 개념을 알고 난 뒤, 국내 한약재의 특징을 공부하면서 사람을 분류하는 사상의학이나 팔체질을 공부하면서 한방재료 블렌딩을 배우면 좋겠지만 그 정도라면 한약학과를 졸업해야 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여긴 그냥 차입니다. 너무 큰 기대는 금물입니다. 그래서 한약재로 사용하는 몇 가지 재료를 가지고 시음을 하고 이를 이용한 차를 만드는 훈련을 합니다.
기존의 티 블렌딩처럼 상품을 시음하거나 창의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주어진 5가지 재료의 배합을 다르게 해서 만드는 훈련입니다. 어떤 기대보다는 한방재료로 이런 것을 사용하는구나 라고 보시면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한방재료 시음
구기자(중국산)
무언가 끈적한 녀석들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곶감씨가 뭉쳐저 있는 것 같은 녀석인 구기자는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씹어보면 달큰하고 시큼하고 맛있습니다.
3g을 95도의 150ml에 3분 동안 우렸습니다.
맑은 주황색의 수색이 있으며 들큼한 과일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점액질이 표면에 있어서 티 블렌딩에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재료입니다.
구기자(국산)
고추 분발처럼 보이는 색과 씨가 보이는 바싹 말린 구기자입니다. 매운 향이 훅하고 올라옵니다. 사실 그리 맵지는 않지만 가루가 많아서 맵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구기자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타민 A, B, C 가 있으며 만성피로, 빈혈, 어혈, 출혈, 안구건조, 두통, 통증에 효과가 있습니다. 뭐 거의 만병통치 같아 보입니다.
3g을 95도의 150ml에 3분 동안 우렸습니다.
탁한 주황색의 수색을 보이면서 들큼한 단맛과 약한 산미가 있습니다. 블렌딩에서 단맛의 설탕처럼 사용하면 적합합니다.
감국
노란 꽃잎입니다. 네 국화 꽃잎이라서 그렇습니다. 신선한 풀향과 흙향이 나는 녀석입니다. 성분은 브릴프탈리드, 크니 딜리드, 센큐놀리드, 리구스티라이들, 세다니산이 함유되어 있으며 피부 질환과 두통, 안구질환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2g을 95도의 150ml에 3분 동안 우렸습니다.
가벼운 꽃잎이라 2g이래도 양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며 수색은 투명합니다. 야채 같은 향이 있으며 오일리 하며, 신선한 꽃향이 납니다. 저는 건과일과 흙내도 조금 느껴지더군요.
성질이 따뜻하다지만 꽃들 중에서는 차가운 성질의 꽃이며 달큼한 보디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싱글로 마셔도 무방한 차라고 합니다.
결명자
작은 고동색의 씨앗입니다. 휀넬이나 아니스처럼 시원한 향이 있습니다.
성분은 아미노산, 글루 클론산, 콜린 베타인, 셀레늄이 있어서 전립선 비대증이나 출혈, 안구 염증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거야 씹어 먹을 때 이야기 같습니다. 워낙 단단한 녀석이라 차로 우리면 글쎄요.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3g을 95도의 150ml에 3분 동안 우렸습니다.
역시 수색은 투명합니다. 맛도 향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깨끗한 백 탕입니다. 그래도 느껴지는 단맛은 기존에 마셨던 감국이 입안에 남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블렌딩에 결명자를 사용하는 경우는 보통 이름 때문에 넣어서 눈에 좋다고 표하기 위함과 중량을 늘리는 용도이지 맛과 향, 색 그리고 효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진피
고운 색의 귤껍질입니다. 잘 말리면 좋은 향이 나지만 조금만 실수하면 꿈꿈 한 향이 나기 쉬운 진피는 비타민 C, 카로틴, 캠페롤, 안트라퀴논이 들어있으며, 헛구역질, 위장질환 담석즙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냥 감기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좀 더 현실성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런 내용은 없네요.
2g을 95도의 150ml에 3분 동안 우렸습니다.
수색은 맑고 밝은 노란색을 보입니다. 시트러스 과일향이 향긋하며, 약간의 매운 향이 있으며 맛은 신맛과 쓴맛이 있습니다.
블렌딩에는 부드러운 과일향과 수색을 목적으로 사용하면 좋겠지만 쓴맛과 쿰쿰한 향은 잘 눌러서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맥문동
보라색 예쁜 꽃을 피우는 맥문동의 뿌리입니다. 갈색을 보이게 잘 구워서 만든 것 같습니다. 단향과 토스트 탄 향이 매력적인 맥문동은 비타민C, 칼슘, 철분, 베타카로틴이 들어 있으며 각혈과 부종 변비, 비뇨 관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볶은 맥문동을 기관지에 좋다고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3g을 95도의 150ml에 3분 동안 우렸습니다.
수색 또한 갈색으로 진하게 나오며 구수한 향과 맛이 강합니다. 단독 차로 많이 마실만큼 구수하고 단맛이 강합니다.
나만의 한방차 만들기(청안 차)
위에 소개한 5가지 재료는 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성분과 효능을 가진 한방재료입니다. 그래서 수업에서는 이 5가지 재료의 배합을 조절해서 나만의 한방차를 만드는 훈련을 했습니다.
여기서 고민을 했습니다. 나만의 개성 있는 차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무난한 한방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차를 만들 것인가? 오늘은 마지막 수업 무난히 묻어가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오행의 숫자를 이용해서 비율을 만들었습니다.
오행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토의 기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드러운 구수한 성질의 맥문동을 가장 많은 35%
산미가 특징인 구기자를 목의 기운이라 생각해서 19% 정도
화려한 느낌인 감국은 화의 기운이라 생각해서 13%
산미가 있지만 쓴맛과 가두는 느낌이 진피에 있다고 생각해서 금의 기운인 진피는 27%
단단하고 제 맛이 없는 결명자는 수의 기운이라 6%
로 비율로 저만의 청안 차를 만들었습니다.
4g을 95도의 150ml에 3분 동안 우렸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의 모든 청안차도 맥문동의 비율이 높아서 구수하고 단향만 가득한 비슷한 차가 만들어졌습니다. 특징도 재미도 없는 거의 비슷한 느낌이더군요.
오늘이 티 블렌딩의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이후에는 티블렌딩 자격증 통과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마지막 수업인데 조금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차라리 쌍화차라도 만들었으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대신 다양한 한방재료를 경험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만든 티 블렌딩을 소개해 드릴게요.
자세한 시험 내용은 유출하면 안 될 것 같으니 시험 제출용 저의 블렌드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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