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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그리고 책, 문학, 예술

[책과 Tea] 외로워서, 심심해서, 혼자서 그렇게 차를 마신다 - 차의 기분 과 하동녹차

by HEEHEENE 2022.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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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외로워서 마신다.

심심해서 마신다.

혼자서 마신다

편치 않을 때 마신다.

비우려고 마신다.

 

책 '차의 기분'의 소제목의 일부입니다. 

차의 기분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차의 기분은 차에 대한 정보도 있지만 그보다는 차를 잘 아는 찻집 사장님을 만나 차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글과 사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햇살이 잘 드는 어느 찻방에서 그날의 기분과 잘 어울리는 차 한잔과 인상좋은 사장님의 짧은 한마디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기분을 느끼기에 적합한 책이었습니다. 

차의 기분 중

깔끔하고 정갈하면서도 거리감이 없이 편안한 느낌이라 책 이상으로 정리하기는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난 차는 녹차입니다. 그것도 하동녹차입니다. 하동녹차 한 잔과 함께 책 '차의 기분'을 읽어 보겠습니다.


책 차의 기분 에 관하여

차의 기분 중

2018년에 출간 한 196페이지의 올 컬러 책입니다.

사진의 양이 많고 글자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담없이 읽고 감상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특히 아름다운 사진도 많아서 차 관련 사진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 김인

사루비아 다방의 대표이며 '고유한 순간들'이라는 티 블렌더 책의 공동저자이기도 합니다. 

뒤샹이 그랬듯 내가 원하는 것도 월세를 내고, 식비를 대고, 여가 시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작고 조용한 직업이다. 사루비아 다방에서 차를 만들고 틈틈이 글을 쓴다. 둘 다 작고 조용한 직업이다. 월세를 내고, 식비를 대지만, 여가 시간을 자유롭게 즐기진 못 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차의 기분』을 썼다.사루비아 다방은 크라프트 블렌드 티 컴퍼니로 계절을 담은 순하고 신선한 블렌딩 차를 만든다. 서촌에서 시작해 현재 연희동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예스24에서의 소개글을 보면 작은 동네 다방처럼 보이지만 삼청동에 오프라인 카페에서부터 온라인에서도 유기농 티를 판매하는 큰 업체로 보입니다. 

 

'차의 기분'의 일부분

차의 기분 중

혼자서 차를 마시는 사람은 혼자여서 좋아 보인다. 보통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저는 대게는 차를 혼자 마시는 편입니다. 혼자 차를 마시는데 찻집을 가지는 않지만요.

다방에 혼자 와서 차를 마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좋아 보인다니

혼자 다니길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은 용기가 나는군요.

 

아침에 깨어나 마시는 차는 꿈과 현실 사이에 가로놓인 향긋한 교량과 같다.
점심을 먹고 마시는 차는 산책과 흡사하다.
오후 네시에 마시는 차는 호락호락 시간에 쫓겨 살지 않겠다는 문명인의 세련된 입장 표명이다.
저녁에 마시는 차는 기도하는 것이다.

커피와는 다르게 차는 찻잎으로 만든 차만 차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허브티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차 또한 차의 한 분류로 넣다 보니 카페인에게서 커피보다 좀 더 자유로운 편입니다.

차 자체만 해도 동량의 커피에 비하면 절반 정도의 카페인이지 많이 쓰지 않는 차라면 좀 더 하루 종일 마시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의 차는 시와 같군요.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이 차를 마시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저녁에 마치 기도하는 모습으로 손을 모아서 차를 마시는 경우도 자주 있었던 것 같군요.

차의 기분 중

칼이 아닌 차선으로 목이 아닌 차를 쳐서, 그 차를 묵묵히 삼키는 천 년 채식주의자들의 풀빛 카니발리즘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차를 마시다. 마시다. 그만 따분해져 만들어낸 차 마시는 놀이, 수천 년 차를 마셔본 후에야 가능한.

일본과 중국의 다도와 다예에 관한 저자의 한 줄 평가입니다.

다도와 다예에 대해 충분한 경력이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찻물이 붉고 어둡다. 수렴성이 강해 맛은 거칠지만 혀를 휘감고 도는 육감적인 향기는 어쩐지 부도덕하다. 홍차에 장르가 있다면, 다즐링 세컨드 플러쉬는 느와르가 아닐지. 

인도의 다즐링 홍차는 주로 퍼스트 플러쉬를 홍차의 샴페인이라며 세계 3대 홍차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분들은 다즐링 세컨드 플러쉬를 권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세컨드 플러쉬를 권하는 말 중에서 가장 유혹적인 문장입니다. 덕분에 올해에는 다즐링 세컨드 플러쉬를 마셔야겠습니다. 

 

 

이것은 확실히 최후의 맛
소문대로 윈스턴 처칠이 랍상 소우총을 즐겨 마셨다면, 그는 알았던 것이다. 운을 걸 만한 차는 따로 있다는 것을

랍상 소우총이라는 차는 나무의 훈연 향이 강하게 있는 차입니다. 처음 접하면 '으웩'이라는 단어가 그냥 나옵니다. 소나무 연기 같은 송연 향이 가득한 정산 소종에 비해서는 다른 그보다는 덜 향기로운 말 그대로 '최후의 맛'으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독한 녀석도 시간이 지나서 기억으로 필터가 되면 다시 한번 마셔보고 싶어 지는군요.

 

단골 카페 중 한 곳이 또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 카페가 들어섰다. 길 건너편에 서서 새 카페를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적의에 차서 죄 없는 카페를 노려보았다.

카페를 좋아하는 저도 종종 느끼는 기분입니다. 특히 기분 좋은 추억이 있는 카페가 어느 순간 문을 닫았을 때는 서운함과 원망이 새로 들어선 카페로 몰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 며칠이 가는데 이제는 순간으로 서운하고 마는 것을 보면 저도 이별에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달갑지 않은 익숙함이네요.

 

하동녹차

저는 보성이나 제주의 녹차보다도 하동녹차를 좋아합니다. 맛도 달고 향도 시원해서 모자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야생에서 자라서인지 차의 품종이 달라서인지, 가공방법이 달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하동녹차가 좋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깔끔한 맛은 다른 녹차에서는 받을 수 없는 느낌입니다.

'차의 기분'이라는 이 책도 그렇습니다. 저자분의 내공이 깊어서인지 재주가 좋아서인지, 센스가 좋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책이나 문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단향과 바디감이 느껴집니다.

 

제가 어설프게나마 책의 일부분을 소개해 드렸지만

그 제 맛을 보여드리지는 못 합니다.

다만

차에 관한 좋은 문장을 찾고 있다면

차에 관한 좋은 사진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은 꼭 권하고 싶습니다.

깊은 내공으로 함축되고 다듬어진 문장과 사진이 곱씹으면 씹을수록 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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