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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그리고 책, 문학, 예술

[시와 Tea] 천천히 마셔야 맛있다 너와 함께 마셔야 향기롭다. - 나태주 시인의 풀꽃과 녹차

by HEEHEENE 2022.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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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를 취미로 배우고 있습니다. 캘리그래피 선생님께서 하나의 시구를 주시고 글씨 연습을 하라고 알려 주십니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풀꽃 - 나태주

지난 시간에는 꽃이라는 글자를 한참 썼었는데 이제는 이에 풀꽃이라는 시가 더 붙어 버렸습니다.

글씨는 엉망진창이지만 시는 짧고 예쁜 말이라서 글씨 연습하기에는 딱이군요.

게다가 감정을 넣는 부분이 명확해서 감정을 실어서 글씨를 쓰는 캘리그라피에는 적합하다고 하시는군요.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용정차

한참을 시를 쓰다보니 시인이 쓴 또 다른 시도 궁금해져서 도서관에서 풀꽃이 포함된 시집을 빌렸습니다. 그리고 차를 한잔 우려냅니다.

풀꽃과 잘 어울리는 차는 어떤 차일까요? 꽃이니 캐모마일? 풀과 꽃이니 청차가 나을까요? 아니다 모두 너무 강합니다. 천천히 누군가와 함께 할 때 향기로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손님이 온다면 대접할 차였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너무 뜨겁지 않도록 한 김이 빠진 식은 온도에 마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마셔야 찻잎이 상하지 않고, 누군가가 오면 대접하려고 아껴둔 용정차를 꺼냅니다.

 용정차

용정차는 중국의 저장성에서 나오는 녹차입니다. 독특한 부분은 찻잎이 납작하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짙은 녹색을 보이며 향기롭고 맛은 부드럽습니다. 용정차 중에서 품질이 좋고 유명한 것은 서호지방에서 나는 서호 용정이라지만 그게 아니면 어떻습니다. 대접할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용정차

혼자 마실 때는 개완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오늘은 '너'를 생각해서 천천히 마시려니 다관을 이용해야겠습니다. 다관을 더운물로 데우고, 데운 물을 찻잔에 다시 담아서 모두 데워줍니다. 그리고 찻잎을 넣고 천천히 우려줍니다. 처음 우려낼 때는 물을 많이 넣지 않고 조금 짧은 시간을 우려냅니다. 향이 좋습니다. 그리고 달짝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라는 시집의 또다른 시 '좋다'와 잘 어울리는 첫물이네요.

좋아요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좋다 -나태주

물을 넣자마다 향긋한 요정의 향이 흘러나오고, 찻물은 달달하니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달달함이 비슷합니다.

그렇게 첫 물을 마시고 두번째 물로 비슷한 시간을 우려내어 줍니다. 향이 익숙해지고 나서야 이제야 맛이 보입니다.

 용정차

두 번째 찻물은 단맛이 줄고 약간 쌉싸름한 묵직함이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안부'라는 시 '그리움'이라는 시와 잘 어울리는군요.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안부 - 나태주
햇빛이 너무 좋아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갑니다.

그리움 - 나태주

용정의 달달하고 향긋함도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의 약간의 쌉쌀함이 있으면서 은은한 향긋함이 마음에 듭니다.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서 반갑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해서

그저 안부나 알고 생존신고나 듣고 나면 만족하는 그런 나이가 되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용정차

세 번째 찻물을 넣습니다.

세 번째는 뉘앙스는 있지만 그래도 입을 씻는 느낌이 많습니다. 굿바이 하는 느낌이죠.

그래서 저는 녹차를 우려낼 때는 3번까지만 우려내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이 가을에 - 나태주

'이 가을에'라는 시와 세번째 잔은 잘 어울립니다. 그리움보다는 슬픔이 맑아진 찻물과 닮았습니다.

하루 같은 1년

1년 같은 하루, 하루

그처럼 사라진 나

그리고 당신

12월 - 나태주

그뿐 아니라 '12월'이라는 시와도 세 번째 찻물은 닮아 있습니다.

조금 아쉬운 향과 맛으로 입을 씻어 내고 있으면 

지나간 첫 잔과 두 번째 잔이 추억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용정차

오늘은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라는 시집의 시와

그와 어울리는 용정차를 마셔보았습니다.

왠지 겨울에는 녹차보다는 홍차나 보이차를 마셨는데 녹차를 마시는 것도 좋군요.

추운 겨울 외출하기도 힘든 시기

따뜻한 녹차 한 잔 마시면서 시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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