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뭐가 그리 사연이 많은지 날도 많은 5월입니다.


봄꽃들은 지고 이제는 여름을 알리는 조금은 진한 향기의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데요. 라일락과 장미입니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꽤나 이른 더위에 라일락은 이미 폈다가 져버리고 이제는 담벼락에 붉은 장미마저 벌써 화려한 붉은색으로 장식을 합니다.
창밖은 오월인데
창밖은 오월인데
피천득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 짙어 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크리스탈 같은 미(美)라 하지만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가시에도 장미 피어나는데
'컴퓨터'는 미소가 없다
마리도 너도 고행의 딸
피천득 님의 '창밖은 오월인데'에서 보면 누군가 한참 날씨 좋은 오월에 바깥에 시선을 두지 않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시인이 아끼는 막내딸인 피서영의 모습을 보고 마치 수필처럼 쓴 시가 아닐까 추측이 되는데요. 피천득시인의 막내딸인 피서영 님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공부해서 현재 보스턴대학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는데요. 양자역학계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연구를 하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피천득( 1910년 5월 29일~ 2007년 5뤟 29일) 영문학을 전공해서 셰익스피어스 소네트 시집을 번역을 했고 다양한 시와 수필 작품활동을 했습니다. 위의 시도 마치 수필처럼 느껴지지만 수필도 마치 시처럼 경쾌하다고 하는데요. 한국의 현대 수필의 기초를 세운 선구자라고 합니다.
아무튼 오늘은 피천득님의 시선집을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창밖은 오월인데 라는 시는 요즘 4월 말부터 중간고사를 치는 학생들이 떠오르는 모습이 그려지는 시였는데요. 다른 시도 살펴보겠습니다.
연정
피천득
따스한 차 한잔에
토스트 한 조각만 못한 것
포근하고 아늑한
장갑 한짝만 못한 것
잠깐 들렀던 도시와 같이
어쩌다 생각나는 것
보통 시인이라면 사랑하는 마음인 연정을 추켜올리며 찬사를 보내는 글을 쓸 법도 한데, 시인은 연정보다는 차 한잔과 토스트 한 조각이 더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냥 여행길에 잠시 만난 도시의 추억과 비슷했군요.
그렇게 생각하니 담백하니 좋습니다.
낙화
피천득
슬프게 아름다운 것
어젯밤 비바람에 지다
여울에 하얀 꽃잎들
아니 가고 머뭇거린다
여울은 강이나 바다의 얕은 곳을 의미합니다. 지나간 4월에는 꽃샘바람과 꽃샘추위가 있었는데요. 어떤 시인은 꽃을 시샘한 겨울 바람이 아니라, 지나가려던 겨울바람에게 얼마나 예쁜 보여주려고 다시 불렀다고 합니다만 아무튼 그 바람에 꽃잎은 떨어집니다.
길가에 그리고 여울에도 하얀 꽃잎들은 떨어지고 무엇이 아쉬운지 머뭇거립니다.
불을 질러라
피천득
마른 잔디에 불을 질러라!
시든 풀잎을 살라 버려라!
죽은 풀에 불이 붙으면
히노란 언덕이 발갛게 탄다
봄 와서 옛터에 속잎이 나면
불탄 벌판이 파랗게 된다
마른 잔디에 불을 질러라!
시든 풀잎을 살라 버려라!
사람은 안주를 하면 퇴행을 하게된다고 합니다.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 어쩌면 시든 풀잎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는 불을 질러야 합니다. 죽은 풀에 불이 붙고 언덕이 발갛게 타고나면 속잎이 나옵니다.
고통스럽고 아픈 길을 걷고 있다면 어쩌면 방향이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월의 장미같은 베리에이션 티
창밖은 오월이고
오월임을 알려주는 것은 푸른 하늘 그리고 장미꽃입니다.
아름다운 꽃이 흔하게 보이는 사치스러운 계절입니다.
피천득 시인은 가시에서 꽃이 핀 것이 장미라고 하는데요. 날카로운 아름다움과 장미의 핏빛향은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오늘 사용한 티는 히비스커스티를 베이스로 만든 테일러스 오브 헤로게이트의 만다린 앤 진저 티입니다. 복합적인 과일향과 생강향이 은은하게 있어서 진저에일과 잘 어울리는 티입니다.
이 진한 붉은 색의 티를 사용해서 장미를 형상화한 베리에이션 티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만다린 앤 진저 티를 100~150ml에 3분간 진하게 우려내어줍니다.
그리고 바닥에 줄기와 가시를 형상화하는 녹색 시럽이 필요한데요. 오뚜기에서 판매하는 멜론 시럽을 20ml에 진저에일 30ml를 넣어서 잘 저어줍니다. 탄산은 필요 없기 때문에 마구 저어주면 생강향과 단맛 그리고 녹색의 베이스가 만들어집니다.
녹색의 줄기와 가시 모양은 얼음이 적당히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여기에 진하게 우려낸 붉은색 티를 넣으면 녹색 꽃망울에 올라간 장미 같은 모양이라고 우길 수 있게 되는데요. 약간 무언가 아쉬움이 있죠? 꽃에는 나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노란 나비대신 노란 레몬을 장식해서 완성을 합니다.


어때요? 장미같이 보이시나요? 꼭 만다린 앤 진저티가 아니더라도 히비스커스 베이스티라면 사용하시면 모양은 비슷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만다린 앤 진저티를 사용하시면 멜론향과 함께 복합적인 생강, 만다린등 복합적인 과일향의 조화가 재미있는 티로 만들 수 있습니다.
창밖은 오월입니다
콧노래를 부르며 장미꽃 사진이라도 찍으러 놀러 다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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