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흐니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 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5월 장미공원에 들렀습니다. 다양하고 많은 장미가 있었는데요.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장미향을 맡았습니다.
장미도 향이 조금씩 다른데요.달콤한 오렌지향이 나는 장미에서부터 풀향이 더 진한 장미, 그리고 진한 피빛 향을 가진 장미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달콤하면서 향기로운 향이 나는 곳을 바라보면 여지없이 찔레가 보입니다. 장미의 화려한 색감에 가려져 있지만 향기만은 그에 뒤지지 않은 찔레는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송이송이 흐니 찔레꽃으로 피워놓고 있습니다.
향기가 장미보다 더 선명한 것은 아픔을 가시가 되어서 그런 것일까요?
중년여자의 노래
문정희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이상한 계절이 왔다
아찔한 뾰족 구두도 낮기만 해서
코까지 치켜들고 돌아다녔는데
낮고 편한 신발 하나
되는대로 끄집어도
세상이 반쯤은 보이는 계절이 왔다?
예쁜 옷 화려한 장식 다 귀찮고
숨 막히게 가슴 조이던 그리움도 오기도
모두 벗어 버려
노브라 된 가슴
도해 바다로 출렁이든가 말든가
쳐다보는 이 없어 좋은 계절이 왔다
입만 열면 자식 얘기 신경통 얘기가
열매보다 더 크게 낙엽보다 더 붉게
무성해 가는
살찌고 기막힌 계절이 왔다.


꽃은 주로 여성을 떠오르게 하고 5월에 피는 장미는 그중에서도 나이가 있는 여성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꽃잎을 활짤 열어젖히고 붉은색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자신감은 중년여성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낙엽보다 더 붉게 무성해 가는 살찌고 기막힌 계절이 아마도 5월이 아닌가 합니다.
오라, 거짓 사랑아
문정희
꽃아, 너도 거짓말을 하는 구나
어제 그 모습은 무엇이었지?
사랑한다고 말하던 그 붉은 입술과 향기
오늘은 모두 사라지고 없구나
꽃아, 그래도 또 오너라
거짓 사랑아



반가웠던 꽃들이 아름다워 사진으로 남기고
다음에 다시 보고 싶어 가면 어느샌가 사라져 버릴 그대들은
거짓 사랑일지 모르겠습니다.
거짓된 사랑일지라도 일 년이 지나면 다시 생각이 나고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장미를 따라
-프리다 칼로의 집에서
-문정희
유명한 여자의 집은
으깨어진 골반 위에 세워진다
초겨울을 난타하는 카리브 바람 속에
음지식물처럼 소리 없이 절규하는
한 여자의 집
머리핀과 레이스 속옷
입술 자국 아직 선명한 찻잔 사이
가슴 터진 석류가 왈칵 슬픔을 쏟고 있다
이마에 박힌 호색한 남편은 신이요 악마
결혼은 푸른 꽃 만발한 고통의 신전
피 흐르는 자궁을 코르셋으로 묶어 높고
침대에 누워
그림만 그림만 그리다가
강철같이 찬란한 그림이 된
한 여자의 집
아무것도 없었다
사랑도 광기도 혁명도
무엇으로 쓸어야 이리 없는 것인지
빈 뜰인지
시간이 있을 때 장미를 따라
지금을 즐겨라
해골들만 몸 비틀며 웃고 있었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입니다. 유명한 작품으로는 자화상과 여인의 몸속에 기둥이 박혀 있는 작품입니다. 작품도 유명하지만 일자의 진한 눈썹과 콧수염으로도 유명한데요. 그녀는 혁명가로 열심히 살아오다 인생에서 큰 사고 2가지가 일어납니다. 그녀가 탄 버스가 전차와 부딪히면서 하반신 마비가 될 정도로 큰 수술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결혼한 디에고는 바람둥이 었습니다.
시인의 그녀의 집에서 느낀 점을 시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저는 왠지 프리다 칼로를 생각하면 장미 중에서도 푸른색을 띠는 장미가 그리고 지나치게 화려하게 벌어진 장미가 떠오릅니다. 장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붉은색이 아니거나 꽃모양이 멕시코가 떠오르는 이 두 가지 장미는 색다르지만 아름다움은 충분합니다.


이 오렌지 빛의 장미는 이름이 슈팅스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맛있게 생긴 색을 가진 만큼 그 향도 달콤했습니다. 여기에 조금 화려한 향이 더해졌는데요. 장미이지만 오렌지향을 더한 음료를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칵테일 - 가시 돋친 장미
이번 칵테일은 히비스커스티를 사용해서 붉은색 수색의 히비스커스 진을 만들고 여기에 줄기의 녹색을 만들기 위해서 블루큐라소와 레몬첼리 그리고 멜론시럽으로 달달하고 복합적인 과일향의 줄기를 표현했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조금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우시면 블루큐라소 리큐어대신 블루큐라소 시럽을 그리고 레몬첼로 대신 레몬시럽을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칵테일 가시 돋힌 장미 |
히비스커스 진 30~45ml 블루큐라소 20ml 레몬첼로 30ml 메론시럽 15ml 장식용 체리 |
1. 히비스커스티를 진에 넣고 3~4시간을 두면 진한 붉은색의 그리고 향긋한 꽃향이 나는 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셰이커에 블루큐라소와 멜론, 레몬첼로를 넣고 잘 섞어준 다음
3. 칵테일잔에 녹색의 음료를 먼저 넣어줍니다.
4. 여기에 히비스커스 진을 플로팅을 해줍니다.
5. 체리로 장식해서 완성을 합니다.
처음에는 화려하고 달콤한 장미꽃 모양 칵테일을 만들려고 했는데 만들다 보니 가시 돋친 장미꽃 같이 알코올 향이 진한 칵테일이 되었습니다. 꽃잎의 진한 붉은색은 화려한 꽃향에 진향이 톡 쏘는 느낌입니다만 그 아래에는 달콤한 멜론향과, 블루큐라소의 오렌지, 레몬첼로의 레몬향이 혼합해서 복합적인 과일향이 느껴집니다.
독한 듯 하지만 마지막은 달콤한 알면 알 수록 달달한 느낌의 칵테일을 만들었습니다.
약간의 개선을 해야 하겠지만 이대로도 재미있는 칵테일이 되었네요.

오늘은 문정희 시인의 지금 장미를 따라 라는 시선집을 읽으면서 장미공원에서 본 장미에 어울리는 시를 찾아서 소개하고 장미와 닮은 티 칵테일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꽃잎에 가시가 돋은 듯 독하지만 뒷맛은 달콤한 칵테일인데요.
어쩌면 중년의 여성과 닮은 장미가 떠오르는 칵테일입니다.
세상 험한 꼴 이모저모를 겪어서 날카로움을 가진 중년여성은 어쩌면 장미를 닮았습니다. 장미를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작은 가시를 그나마 무기라고 내세우는 모습이 무뚝뚝하고 목소리를 올리는 그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쩌면 여성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선입관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만든 고정관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중년 여성은 장미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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