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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과 차제품

소보로빵과 서울우유 차이라떼를 먹으면서 읽는 '앨리스의 소보로빵'

by HEEHEENE 2023.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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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소보로빵

도희는 14살입니다. 아빠는 과일장사를 하시고 오빠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바쁘게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엄마를 돌보는 것은 중학생 도희의 몫입니다. 엄마는 소보로 빵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망상장애가 있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희는 엄마를 돌봅니다.

도운이는 성이 도씨이고 이름이 운입니다. 도희의 느티나무 공부방의 친구이며,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도운이의 부모님은 어떤 종교에 빠져 있다고 합니다.

장미는 이름처럼 예쁜 공부방 친구입니다. 배우를 꿈꾸는 장미는 도희를 관객으로 연기연습을 합니다.

앨리스의 소보로빵
앨리스의 소보로빵

 

도서관에서 소보로빵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집은 이 책은 어느날 갑자기 일곱 살이 되어버리는 엄마를 돌보는 14살 도희와 그 주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폐쇄된 피아노 공장의 긴 담벼락에 바싹 붙어 걸었다. 소보로빵처럼 울퉁불퉁한 시멘트 담벼락의 질감이 손끝에 닿았다.
-앨리스의 소보로빵 중-

소보로 빵에 집착을 시작한 엄마를 보면서 답답해하는 도희에게는 길가의 시멘트 벽을 보면서 소보로빵이 떠올랐는 것 같습니다. 도희에게는 애증의 소보로빵은 어떤 빵일까요?

 

소보로빵

소보로빵은 일본어로 소보로라고 부르는 과자가 올라간 빵입니다. 우리나라말로는 곰보빵이라고 합니다. 소보로라는 단어도 포르투강에서 건너왔다는 설도 있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소보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소보로빵과는 또 다른 음식이라는군요. 일본의 소보로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간 것을 양념에 절여서 수분이 없을 때까지 볶은 음식을 의미한다는데요. 중국의  러우송, 로우쏭이라 불리는 빵의 토핑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소보로빵소보로빵
한국의 러우송인 고보로와 소보로빵

아무튼 일본에서는 비슷하게 생긴 빵은 메론빵이 유명하고 실제 소보로빵은 찾기 어렵다는군요. 영어로는 토핑을 크럼블이라고 부르는데 그 원형은 독일의 슈트로이젤이라고 합니다. 버터와 설탕, 밀가루로 만든 고명, 토핑입니다. 우리나라의 소보로빵은 여기에 땅콩버터를 더해서 고소함을 더한 토핑을 올린 빵입니다.

 

불퉁거리는 오빠 얼굴에 벌겋게 피가 몰렸다. 여드름이 톡톡 불가진 이마는 새빨갰다 여드름이 불가질 때 골룸처럼 인상이 변하는 딱 지금 이 얼굴이 박두남의 진짜 얼굴이다.
-앨리스의 소보로빵 중-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엄마를 지금껏 돌보던 도희가 느티나무 공부방의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나가도 되냐고 하자. 엄마를 돌봐야 한다는 말에 반발하는 오빠의 모습을 보고 있는 도희입니다.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욕지기를 묘사만으로 표현된 부분이 안타까우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도운은 정말로 건전지가 다 닳아 고장난 도라에몽같다. 아무 힘도 없고, 머리도 안돌아가고, 유머도 없고, 고집도 부리지 못하는 고장난 도라에몽

사이비 종교에 빠진 부모님에게 끌려갔다 돌아온 도운은 말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철이없던 공부방의 동생인 경수는 도운에게 칭얼대다 나쁜 소리를 하고 맙니다. 이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선생님과 동생에게 지쳐버린 도운은 옆으로 픽 쓰러집니다. 

엄마는 지금 흔들의자에 앉아 빵을 먹는다. 볼 가득 초코파이를 베어 물고 달콤한 맛을 음미하고 있는 엄마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나는 엄마를 빤히 쳐다보면서 소보로 빵을 먹는다. 언젠가의 어느 날, 엄마가 꽂혔던 바로그 소보로빵, 한입가득 베이 문 빵 때문에 목이 턱 막힌다.
-앨리스의 소보로빵 중-

책의 초반에는 소보로빵에서 집착하는 엄마는 자신의 소보로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집착을 하는데요. 후반부에 오면 아빠가 만든 흔들의자에 앉아서 초코파이를 먹고 있고, 도희가 소보로빵을 먹습니다. 먹던 소보로빵을 줄까 물어봐도 먹고있는 초코파이만 먹을뿐 이제는 소보로빵을 거부하는데요. 엄마는 소보로빵이든 초코파이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아 . 내가 정말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햇볕 좋은 강둑의 풀밭에서 언니의 무릎을 베고 잠들었던 앨리스가 잠에서 깨어나서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앨리스의 소보로빵 중-

빵을 먹고 잠든 엄마 옆에서 함께 잠이 든 도희는 예전에 읽었던 소설인 이상나라의 앨리스처럼 주변이 변하는 듯 느껴지는 꿈을 꿉니다. 소설 속에서 이상한 나라를 여행한 앨리는 꿈에서 깨면서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도희도 잠에서 깨면 엄마가 이상했던 세계가 모두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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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특별히 주인공 도희에게 좋은 일이 벌어지지도 않고 엄마는 그대로이고, 다만 아빠가 만들고 있던 흔들의자는 완성이 되고 소보로빵은 엄마대신 도희가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해피엔딩입니다.

 

소설 속에 아이들은 녹녹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지만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서 고통받고 견뎌내야만 합니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엄마를 제외한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는 모습이 자주 보일 정도입니다. 아이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책임을 지지 못하는 어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요. 괜스레 소보로빵이 먹고 싶어 졌습니다.

삼립소보로빵과 서울우유 차이라떼

차이라떼차이라떼
소보로빵과 차이라떼

소설 속에서는 삼립의 네모난 소보로빵이라고 하는데 현재 마트에서는 작은 소보로빵만 팔고 있었습니다. 몇 년 만에 소보로빵을 먹어보았습니다. 소보로빵은 빵덩어리에 위에 달콤 고소한 크램블이 올라가서 속은 뻑뻑한 맛인데요. 맥주나 우유와 잘 어울리는 빵이라고 합니다.

편의점에 들렀더니 우유 중에서 특별한 우유가 보입니다. 서울우유에서 나온 차이라떼입니다. 소보로빵을 먹고 목이 메는데 차이라떼를 먹었습니다. 소보로빵은 익숙한데 차이라떼는 개성이 강한 향과 맛입니다. 달달하지만 매운맛이 있고, 향은 카르다몬향이 선명한데 그보다 혼합된 차이향이 있습니다. 차이를 가끔 해 먹는 저에게도 부담스러운 차이향입니다. 

 

무엇인가 어긋난 듯한 맛이 왠지 소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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