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차는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지만 유난히 한국차가 인정받지 못한다. 한국은 물이 좋아서라고 하기도 하고, 대용차가 많아서 그렇다, 또 혹은 숭늉을 마셔서 그렇다고 하기도 한다. 약간의 위로가 되는 말처럼 보이지만 산업적인 가치가 있는 차가 없음을 인정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심지어 녹차는 수입관세를 500% 이상으로 유지를 하지만 국내의 녹차시장은 마니아층 일부 외에는 대기업의 티백 산업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마음을 한켠에 두고 한국 녹차를 공부한다. 공부를 하는데 치명적인 발언을 더 들었다.
"한국 녹차는 시험에 나오지 않아요, 부담 없이 들으세요"
한국 차의 역사
한국에 차가 가장 먼저 들어온 곳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그것은 학계의 문제이고 인터넷 상에서는 그냥 순서대로 적어본다.
가장 오래된 기원
김해의 백월산에 나는 죽로차의 기록이라고 한다. 금관가야의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황옥이 인도에서 차 씨앗을 가져왔다(서기 48년). 신라의 문무왕이 661년에 가락국 2대 왕인 거등왕의 제사를 잇게 했는데 이에 제물이 술, 떡, 밥, 차, 과일 등을 사용했다고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나와있다.
현재는 김해시 관광포털에 가면 장군차라는 이름으로 죽로차를 계승했다고 한다. 이 지역의 차는 대엽종으로 뜨거운 물로 우려도 되는 녹차이며 들찔레향기와 달콤한 감칠맛이 풍부하다고 한다.
학계에서 인정하는 기원
당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된 김대렴(신라 흥덕왕3년 서기 828년)이 당에서 차 씨앗을 들여와서 왕명으로 지리산 남쪽 화개동천에 심었다. 이때 심은 차나무는 중국의 소엽종으로 현재의 하동군 화개 명 운수리 쌍계사 주변이다.(삼국사기)
이후 차는 불교와 왕실, 귀족들을 중심으로 성행을 했다. 고려시대에서 '다방'이라는 국가 기관과 '다소'라는 차를 생산하는 행정구역도 있었으며, 대형사찰을 중심으로 차의 재배와 생산, 그리고 다기의 수집도 성행했다. 그래서 고려시대에 자기의 발달을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귀족문화였던 차는 백성들의 고충에 원성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의 행사는 사라지거나 축소되면서 다촌이나 차밭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소빙기(1480~1750년)에 냉해로 차의 생산량은 줄고, 과도한 세금에 사람들도 기피했다. 그래서 '차례'에 차를 사용하지 않고 술을 사용하는 문화가 이때부터 시작했다.
쇠퇴한 차문화는 소빙기이후 정약용과 초의 선사, 장의순에 의해 실용적인 차문화를 보급하고 동다송, 동다기, 다신 전등의 책도 나오면서 조선의 차문화가 조금씩 살아났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한국 고유의 차문화는 문화말살정책과 더불어 사라지고, 일본에서 사용하는 야부키 타종을 전남 보성에 심었다. 이것이 현재 보성의 차밭이다.
그리고 현재 제주도, 전남 강진, 해남 등지에서 야부키 타종을 심고 키워서 재배하고 있다.
대표적인 차 산지로 알려진 보성과 제주도 등지는 일본의 야부키 타종의 차나무가 대다수이며, 하동은 시넨시스종으로 중국종의 차나무이며, 김해지역은 인도 대엽종 계열의 차를 재배하고 있다.
한국 녹차의 제조
수확, 살청, 식힘, 유념, 건조 과정을 거쳐서 만든다.
수확은 손으로 대부분 채엽을 하며, 살청을 초청방식으로 250도 정도의 솥에서 5분 정도 한다. 충분히 식힌 뒤 유념을 50% 정도 한다.(참고로 중국은 10%, 일본은 70% ) 70~80도 정도의 온도에서 덖듯이 건조를 해서 수분을 제거한다. 살청에서 건조과정을 반복해서 한다. 보통은 2~3회 정도 반복한다. 어떤 차에 9증 9포라 부르는 경우 살청, 유념, 건조를 9번 반복했다는 뜻이다.
한국 녹차의 종류
한국에도 다양한 녹차가 있다. 앞서 말한 김해의 장군차도 있고, 가루 녹차도 만들어진다. 마트에서 많이 팔리는 녹차는 현미녹차 티백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녹차는 이름은 정하는데 특별한 규제가 없어서 이름만으로 구분이 어렵기는 하다.
그중에서도 신차(햇차)는 첫 수확물만으로 만든 햇차를 의미한다.
작설차는 사투리로 잭설차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참새의 혓바닥같이 작고 어린 새싹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시기로 보면 우전을 의미한다.
죽로차는 대나무 숲에서 재배한 찻잎으로 수확한다. 대나무가 일부 차광을 하고 대나무 잎의 이슬이 떨어져서 찻잎에 대나무향을 입힌다고 한다. 전라도 순천의 송광사 주변에서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엽차는 예전에 식당에서 식사 전에 주었던 차이다. 여름에 기계를 사용해 성숙한 찻잎을 수확하고 유념을 하지 않고 만든 차로 끓는 물에 우려내서 마신다.
우리나라 녹차 등급과 시음
우전(雨前)
곡우(4월 20일) 전에 채엽해서 만들었다고 우전이다. 20일 전에 태엽을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20일에서 25일 정도에 수확한다고 한다. 채엽하는 입은 1창 1기로 하는데 새싹 1개에 잎 1개라는 뜻이다. 참고로 중국식 표현에서는 1아 1 엽이라 표현한다. 수색이 노란색으로 후미가 긴 특징이다.
차 수업에서 마신 우전은 연녹색과 진녹색의 인형으로 신선한 풀향, 고소한 해조류 향, 우유 향, 삶은 밤 향, 과일 신향이 났다.
우린 잎은 연녹색으로 고소한 해조류, 젖은 풀향, 밤 향, 삼계탕 같은 아미노산 향이 났다.
찻물은 맑고 연한 노랑연두로 단맛과 쓴맛 떫은 순서로 맛이 나며 풀향과 젖은 녹즙 향, 피칸 같은 견과류 향이 났다.
세작(細作)
우전의 수확이 끝나면, 보통 4월 25일경에서 5월 1일 정도까지 1창 2기로 태엽을 한다. 차선생님께서는 우전은 향과 맛이 명확하지 않고 세작부터가 제대로 녹차맛과 향이 난다고 칭찬을 한다. 차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취향의 차이가 있다. 물론 가격은 우전이 더 비싸다. 세작부터 떫은맛과 쓴 맛이 난다.
직접 본 세작은 카키색, 진녹색, 연녹색의 인형 차로 건미역, 신선한 풀향, 연한 국화향이 났다.
우린 잎은 황록색이며 젖은 풀향, 고소한 해조류와 묵직한 과일향이 났다
찻물은 맑고 연한 황연두 색으로 쓰고 떫은맛이 나며 고소한 단맛이 났다. 젖은 풀향과 해조류와 밤 향이 났다.
중작(中作)
5월 1일경에서 5월 10일 정도까지 1창 2기로 채엽하는 중작은 쓰고 떫으며 항산화 작용이 가장 뛰어난 녹차라고 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가장 떫고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작은 세작보다 좀 더 진한 진녹색, 카키색 인형으로 시원한 풀향 무거운 과일향, 우유 향, 고소한 해조류 향이 났다.
우린 잎은 짙은 녹색과 카키색으로 젖은 풀내와 고소한 해조류향이 났다
찻물은 맑고 연한 노랑 연두색으로 쓰고 떫으며 단맛도 있으며 아미노산의 비린 향으로 밤 향과 젖은 풀향이 났다.
대작(大作)
중작 이 후로 채엽하는 찻잎으로 만든다. 잎이 크고 발효차나 가공 차의 원료로 사용을 하는 차이기도 하다.
발효차
대작으로 만든 발효차를 시음해 보았다. 민황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발효차이며 홍잭살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잎은 흑갈색의 잎형으로 젖은 풀향, 풀 비린내 고소한 해조류, 광물, 탄 목재 향이 난다.
우린 잎은 진갈색, 흑갈색이며 탄 향과 약간 매운 향과 젖은 풀향과 건과일의 단향도 났다.
찻물은 맑고 진한 황갈색으로 단맛과 쓴맛, 그리고 옅은 떫음과 구수함이 있으며 약간의 산미도 있었다. 낙엽, 바닐라, 광물 향이 났다.
마무리
대학시절 전통찻집에서 무한 물 리필에 마셨던 녹차 외에는 현미녹차만 접했던 한국의 녹차였다. 수업을 통해 접해본 한국의 녹차는 생각보다 우리의 입맛에 잘 맞았다. 하지만 상품화 하기에는 공급의 안정성과 높은 가격이 문제가 있다. 요즘은 산지에서도 많은 개선과 노력을 통해서 좋은 차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마니아층에서는 인기를 누리고는 있다고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도 접할 수 있는 차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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