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를 보면 주인공은 깊은 삿갓을 눌러쓰고 찻집의 2층 창가에 앉아 용정차를 마신다라는 구절이 종종 보인다. 용정차는 중국의 대표적인 녹차이다. 티소믈리에 교육을 시작하면서 홍차나 청차는 그나마 마셔봤지만 접하지 못한 것은 녹차였다. 소량의 녹차를 개인이 마시기위해 구입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3kg이상 구입하는 상업용 구매인 경우에는 관세가 500%가 넘는 다고 한다. 국내의 녹차시장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다양한 녹차를 접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기껏해야 세작이나 현미녹차가 전부였던 나에게 오늘은 중국의 다양한 녹차를 접할 기회를 얻었다.
중국 녹차의 역사
중국차의 기원
중국차의 역사를 이야기하면 신농씨(기원전 2737년, 신석기시대)의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황제였던 신농씨는 다양한 약초와 독초를 발견하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어느 날 독초를 먹고 힘들었던 그에게 우연히 녹차잎이 떨어진 물을 먹고 나았다고 한다. 이 전설에 의하면 녹차는 약용으로 사용되었었다.
주나라와 진나라 시기
주나라(기원전1046~256년)에 차는 음료로 처음 인식이 되었고
진나라(기원전221~206년)때는 도로가 건설되면서 차가 더 멀리 전해졌다. 당나라(618~906년) 찻잎을 쪄내면 쓴맛이 감소한 듯는 것을 알았고, 이 때 쯤해서 '차(茶)'라는 단어가 생겼다. 그전에는 '荼'(씀바귀 도)라는 글자와 함께 사용했었다. 그리고 현종황제시대에 차 문화가 발전하면서 '다경(茶經)'을 육우가 지었다고 한다. 다경에는 당시 차의 재배법, 제다법, 포다법을 상세히 기록하고 철학적인 내용까지 담았다. 다경에 있는 당시의 차 제다법은 차를 증기에 쪄서 으깨서 반죽을 만들어 틀어 넣어서 빛이나 공기에 손상되지 않도록 떡이나 벽돌형태로 만들었다. 요즘시대에서는 흑차에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송나라
송나라(960~1279년)에는 차는 더욱 대중화 되었고, 왕에게 진상하는 딱딱한 형태의 차(연고차)가 이싿. 이를 '용단봉병'이라고 한다. 가루차가 개발되었다. 당시에 격불에 사용하는 '차선'이 등장했다. 당시의 차선은 요즘의 대나무소재가 아니고 솔잎을 사용했다한다. 가루차외에도 찻잎이 낱 잎인 '산차'도 나타난 시기이다.
끓인 물에 차를 넣어 끓이는 방식을 '점차(点茶)'방식도 이 당시에 생겼다. 그전에는 차와 물을 넣고 함께 끓이는 방식(전차;煎茶)으로 끓여 먹었다. 차를 끓여 먹는다는 표현은 이때까지의 차를 마시는 방법때문에 생긴 표현인듯하다.
명나라
명나라(1368~1644년)때는 연고차나 긴압차의 제조방식이 힘들어 백성을 힘들어서 황제의 칙령에 따라 차를 산차(낱개의 잎차)형태로만 만들도록 했다. 그러면서 차를 우려먹는 방식이 뜨거운 물을 부어서 우려내는 방식인 포다법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차를 마시는 도구도 차호와 개완이 생기고, 살청방식도 이때 생긴다. 16세기 말 부터 중국의 6대차가 하나씩 생긴다. 홍차는 1590~1600년경에 발생하고 1600년경 중국의 차가 광둥성과 푸젠성을 통해 세계로 수출을 했다.
청나라
청나라(1644~1911년)때 1725년 청차가 1796년 백차가 제조되었다. 차의 생산과 제조를 독점하면서 막대한 은을 얻게 되지만 이에 영국은 아편을 팔아서 은을 되찾으려는 시도에 아편전쟁(1840~1842년)에서 중국은 지면서 홍콩을 할양하고, 아편대금을 지불하고, 강제 개항을 추가로 한다. 여기에 영국은 인도와 실론에서 차재배를 성공하면서 중국의 차수출은 감소한다.
현대의 중국의 차
중화인민공화국이 되면서 마우쩌둥의 문화대혁명(1966~1976년)에 차 문화는 더욱 쇠퇴하고 찻집도 문을 닫는다. 등샤오펑(1904~1997년)이 1981년 주석이 되면서 실용주의 노선을 단행하면서 차시장은 급속히 성장한다.
2016년도 기준 중국은 세계 티 생산량 점유율은 42.6% 로 생산과 소비의 1위라고 한다. 그중에 가장 많은 비중은 녹차가 차지 한다. 2013년도 자료로 보면 중국차 생산량읜 66%가 녹차이다. 최근에는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의 차는 더욱 세계로 퍼져가고 있으며, 스페셜티의 세계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중국 녹차 제조법
중국에서 녹차 제조법은 채엽, 위조, 살청, 유념, 건조 과정을 거쳐서 분류를 한다.
채엽은 찻잎을 따는 과정이다. 찻잎을 딸 때는 새싹만 딸 것인지(일아) 한 잎을 더 딸 것인지(일아일옆)를 정해서 등급을 정해 딴다. 일반 고급 녹차는 새싹과 두잎까지 딴다(일아이옆)
위조는 건조하는 과정이다. 녹차는 산화가 없다고 하지만 이 위조 과정에서 약간의 산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살청은 산화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덖는 과정이다. 솥에서 찻을 덖는 과정은 초청이라고 한다
유념은 찻잎을 비비고 으깨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손으로 펴기도 하고 말기도 해서 중국차의 특징인 독특한 형태가 만들어진다. 유념으로 인해 생기는 형태에 따라 차형태를 부르는 이름이 있다.
차의 형태에 따른 명칭 |
과립형 :단단하고 둥글게 말려 있는형태(용계화청) 권곡형 : 가늘면서 나선이나 고리모양의 굴곡모양(벽라춘) 편평형 : 편평형은 찻잎이 납작하거나 넓으면서 평탄한형(용정) 편형 : 하나의 찻잎이 한 조작을 이룬차(육안과편) 침형 : 싹을 채취 가공하여 단면이 둥글고 곧은 형태(남경우화차) 난화형 : 싹과 잎이 연결되어 꽃봉오리와 비슷하고 산중 난초와 비슷한 형태 조형 : 나뭇가지모양(수금귀) |
건조를 솥에서 하면 초청, 불의 열로 건조하면 홍청, 햇빛으로 말리면 쇄청이라고 한다. 수분의 함유량은 3%이하로 만든다.
이렇게 가공한 녹차의 종류는 너무도 많다. 그중에 몇가지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안길백차
이름은 백차지만 가공방식은 녹차이다. 저장성 안치현에서 생성되는 초청녹차이며 '일아이엽'으로 채엽을 하고 유념 시 길쭉하게 말아서 침형으로 제조한다. 찻잎이 하얀 빛을 보이는 짧은 기간에 수확을 했고, 아미노산의 함량과 단맛이 높다.
잎의 형태는 연녹색, 황녹색, 청녹색을 띄며 침형으로 말린 잎이다. 향은 건초향과 고소한 향, 약한 단향과 부드러운 풀향과 버터향이 난다.
우린 잎은 황녹색과 연녹색을 보이며, 땅콩이나 밀크향, 젖은 풀향이 났다.
찻물은 맑고 연한 노랑연두이며 단맛이 나서고 쓰고 떫은 맛이다. 신선한 풀향과 해조류, 삶은 밤과 볶은 견과류향이 나는 차였다.
용정
용정중에는 백차 용정과 서호 용정이 있는 데 그중에서 서호용정을 마셨다. 서호용정은 저장성 항저우 용정현에서 생산하는 초청녹차이다. 찻잎은 편평하고 광택이 있으며, 곧게 뻣어 있다. 이 모양을 두고 붓다의 눈꺼플이라는 말도 있다. 용정의 특징은 '사절'이라고 한다 -선명한 초록, 부드러운 향, 싱그러운 단맛, 아름다운 모양이다.
과연 실제로 사절을 느낄 수 있을까?
잎의 형태는 편평형으로 연녹색, 황녹색, 녹색을 보이며, 건과일의 단향과 고소한 해조류, 신선한 풀향이 느껴졌다.
우린 잎은 연녹색과 녹색으로 찐밤향과 묵직한 단향, 해조류, 느끼한 풀향이 난다.
찻물은 맑고 연한 노랑연두로 단맛이 앞서고 진한 쓴맛과 떫음이 있다. 해조류향과 신선한 풀향이 난다.
벽라춘
장쑤성의 둥팅(洞庭)산에서 초청으로 생산한 녹차이며 차밭에 꽃과 과일나무가 그늘을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기에 영향을 밭은 '화과향'이라는 과일과 꽃향이 나는 특징이 있다. '혁살인향' (사람이 놀라 죽을 만한 향)이 원래 이름이었으나 청의 황제 강희제가 이 차를 마시면서 찻잎의 모양을 보고 벽라춘(찻잎이 하양고 솜털에 싸여 나선으로 꼬인 모양)이라 했다.
춘분과 곡우 사이에서 일아일엽으로 찻잎을 따서 백호가 많다.
벽라춘은 꼬부라지고 말린 잎이다 이를 곡라형이라고 한다. 백호가 많고, 진녹, 연녹색의 차이다.
우린잎은 카키색과 진녹색이며 밤향과 옅은 훈연, 젖은 풀향이 나고
찻물은 맑고 연한 노랑연두색으로 쓰고 떫고 단맛이다. 과일향과 꽃향, 해조류, 풀향과 단향이 난다
육안과편
안후이성의 루안시(六安市)에서 만든 홍청 녹차이다. 늦게 수확한 찻잎이며 찻잎의 모양이 해바라기 씨앗과 닮았다고 '과편(瓜片)' 라고 책에는 적혀 있지만 이렇게 생긴 해바라기 씨앗을 본 적이 없다. 곡우 전 후로 찻잎을 하나씩 줄기 포함해서 따서 만든다.
육안과편이 길고 말려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편형'이라고 한다. 내눈에는 평평하지 않지만 이런걸 편형이라 칭한다. 색은 진녹색이며, 바다의 해조류향이 짙고 단향과 과 땅콩같은 고소한 향과 훈연향이 났다.
우린잎은 진한 녹색으로 젖은 풀향과 진한 해조류향이 난다.
찻물은 맑고 연한 밝은 연두 색으로 구수하고 쓰며 떫고 달다. 꽃향과 해조류 훈연향이 난다.
태평후괴
태평후괴라는 녹차는 마셔보지는 못하고 통에서 조차 꺼내보지 못했지만, 그 형태가 독특하고 이름이 재미있어서 소개해본다. 중국의 안휘성의 황산에서 나는 녹차이며 유념을 매우 약하게 해서 여러 번 우려 마시는 특징이라고한다.
이름에 태평은 차나무가 있는 곳 근처의 호수가 태평호이고, 높은 곳에 있는 차잎을 따기 위해서 원숭이를 훈련시켜서 원숭이 후(猴)를 사용했다. 괴는 귀한 차라는 뜻이다. 태평호 근처에서 원숭이가 딴 귀한 차라는 뜻이다.라고 인터넷에는 있으나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드'라는 책에서 이 내용은1793년 애니어스 앤더슨이라는 영국인이 중국인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듣고 전달해서 생긴 '카더라' 정보라고 한다. 실제로는 원숭이가 따지는 않는다고 한다. 마케팅의 승리인가?
그외에도 '티마스터'라는 책에서는태평후괴라는 차에 대한 전설을 있다고 해서 요약해서 옮겨본다.
오래된 원숭이 한쌍이 새끼원숭이와 함께 황산에서 살았다. 새끼원숭이가 주변을 살펴보러 나갔다 안개에 길을 잃었다. 아비원숭이가 새끼를 찾아 다녔지만 찾지 못해 타이핑현 인근에서 지쳐서 배소로에 추락해 죽었다. 이 근처에서 찻잎을 채집하기 위해 지나간 노인이 죽은 원숭이에 슬퍼하며 산기슭에 묻어주고 주변에 차나무와 식물들을 심어주고 떠나려하자 '노인이여 그대의 의로운 행위야말로 반드시 보답을 받을 것이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다음 해에 노인이 원숭이가 묻혀있는 산에 올라가자 산전체가 차나무로 덮여 있으면서 모든 차나무를 선물로 준다는 소리가 들렸다. 노인은 이 선물을 기념하기 위해 '원숭이언덕'이라 '후강'이라 짓고 차나무 이름을 '후차'라고 지었다. 차의 질이 좋아 '최고' 선두'를 뜻하는 '괴'를 사용해서 '후괴'라 지었다. |
비록 수업 중에는 마시지 못할만큼 귀한 차이지만 언젠가는 마실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차 뚜껑을 덮는다.
차의 향미평가를 할 때 중국 녹차는 처음 보고 마시는 경험이라 흥미롭긴 했지만 혼란의 도가니였다. 재미로만 마신다면 위에 소개한 차 외에도 황산모봉도 꽤 부드럽고 감칠맛과 단맛이 있는 차이다. 한국의 녹차에만 익숙하다면 고소함 보다는 부드러운 감칠맛이 특징인 중국 녹차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향과 맛 뿐아니라 그 형태 또한 재미있어서 투명한 티팟으로 우리면 좀더 흥미로운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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