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수유 꽃 진 자리
산수유꽃 진 자리
나태주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 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꽃 옆에 무심히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 꽃이 외워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
놀러 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여름 한 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 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꽃 진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노란 산수유꽃이 불꽃처럼 파란 하늘에 터져 있습니다. 언젠가는 빨간 열매가 되겠지만 이른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노란색 꽃입니다. 자세히 보면 작은 꽃들이 여러 개 펼쳐진 모양인데요. 멀리서 보면 녹색 이파리 하나 없이 노랑노랑한 것이 이제 곧 벚꽃도 피겠군 싶습니다.
노란 꽃을 보고 있으면 겨우내 햇살을 머금었다가 봄이 되면 뿜어내는듯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나태주 시인은 산수유를 필때보다 지고 난 뒤를 보셨는 것 같습니다.
산수유꽃이 지고 나면 녹색의 열매가 맺혔다가 노랗게 그리고 빨갛게 익어갑니다.
아무도 따먹지 않는다면 눈이 올때까지 말라가면서 있다가 다음 해 꽃이 필 때 그 옆에 검붉게 말라 있기도 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른 봄의 산수유 꽃처럼 피어나고 떠나간 자리에는 상처나 추억이 말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 얼굴도 생각이 나지는 않은데 아련함 지질함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으로 유명합니다. 짧으면서도 감성적인 시인데요.
그러다 보니 꽃과 봄에 관한 시도 많이 있습니다.
시 제비꽃
제비꽃
나태주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
쓸쓸한 날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피었습니다.
민들레가 피는 자리 그 옆에서 보라색 제비꽃도 피어 있습니다.
봄이 되면 만남을 기약해도 좋으련만 헤어지고 땅바닥을 보니 제비꽃이 보였나봅니다.
예쁜데, 예쁜데 마냥 예쁜데...
시 풀꽃 3
풀꽃 3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풀꽃은 1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2편도 있는데요.
저는 3편이 마음에 듭니다.
만만치 않은 세상에 싹을 틔운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죠.
게다가 작게라도 꽃을 피운다면 아름답습니다.
화려한 꽃들만 꽃은 아니니까요.
바람 부는 날
바람 부는 날
나태주
너는 내가 보고 싶지도 않니?
구름 위에 적는다
나는 너무 네가 보고 싶단다!
바람 위에 띄운다.
4월 APRIL은 꽃이 열린다는 의미의 달입니다. 그래서 5월이 여왕이라면 4월은 처녀의 달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아름답고 싱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꽃과 나무 외에도 하늘도 싱싱해서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합니다. 바람에 얹혀서 지나가는 구름들로 발걸음이 활발한데요.
시인은 보고 싶은 그에게 그리움을 빠르게 전달하고 싶었나 봅니다. 싱싱부는 바람에 그리움을 날려 보냅니다.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시인의 봄에 관련된 시 몇 편을 읽어 보았습니다. 사실 동네의 산수유나무에 꽃이 피어서 냉큼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책을 빌렸는데요.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풀꽃과 더불어 위에 있는 시들을 수록한 책은 '꽃을 보듯 너를 본다'라는 시집입니다. 이 시집은 2015년 나태주 시인께서 인터넷 블로그나 트위터에 자주 오르내리는 시들만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시집을 읽으면서 오늘 마실 차는 예상하셨을 것 같지만 산수유차입니다.
산수유차
봄이 되면 마을 곳곳에 노란 불꽃을 터트리는 산수유가 인가에 많은 이유는 '산수유나무 하나면 아들 대학 보낸다'라 농이 있을 만큼 그 열매가 인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적으로 산수유 열매가 야뇨증이나 이명 등 간경과 신경에 영향을 끼쳐서 소위 정력에 좋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여성분들의 빈뇨나 불규칙한 생리혈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군요. 몸을 데워주는 성질에 간과 신장 기능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서 장기간 복용이 좋다고 해서 사람들은 산수유 열매를 좋아했고, 술이나 차로 만들어서 자주 마셨다고 합니다.
지금도 약재상이나 마트에서 건조한 산수유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기능보다는 맛만 보기 위해서라면 마트에서 인스턴트 산수유차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고향 산수유차는 고려인삼제품공사에서 만들었습니다. 산수유농축분말이 1.3% 포함되어 있지만 복분자 과즙과 사과산 구연산, 덱스트린, 칡즙분말, 볶은 소금, 캐러멜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따뜻한 물 80ml에 쉽게 녹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산수유차에 비해서 향이 상큼한 베리류향이네요. 아마 복분자의 영향이 높은 것 같습니다. 라즈베리보다 조금 부드러운 산미 그리고 달달합니다.
마시기 편한데 단점이라면 점도가 높습니다. 점도만 조금 낮다면 깔끔한 과일차와 비슷하게 느껴져서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저의 취향이 별난 탓이겠지요. 아무튼 몸에 좋다니 열심히 마셔봅니다. 그리고 얼음을 넣어서 차게 먹어도 괜찮은데요. 점도와 함께 꿈꿈 한 향이 조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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