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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그리고 책, 문학, 예술

[책] 말 그대로 순삭 되는 책 구해줘(기욤 뮈소) 그리고 따뜻한 밀크티

by HEEHEENE 202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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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프랑스 소설 '구해줘'를 만났습니다.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제목과 저자 정도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고, 오랜만에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서 부담 없이 빌렸습니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천천히 읽으면 한 2주 걸려서 읽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습니다. 첫날 자기 전에 20페이지 정도를 읽을 때까지는 예상대로였습니다만, 다음날 카페에서 조금 읽어야지 하면서 펼친 이 책은 남은 422 페이를 앉은자리에서 다 넘겨버렸습니다.

차 한 잔 다마시는 동안 너무도 쉽게 다 넘겨버린 소설에 약간의 허망함과 동시에 미친 가독성의 이유를 고민하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리뷰하면서 줄거리는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은 이유 중 하나가 사전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구해줘 와 잘 어울리는 마살라 차이 (밀크티)

그리고 이 소설 '구해줘'를 보면서 떠오르는 차는 '마살라 차이'입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겨울의 뉴욕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 줄리에트는 스타벅스의 바리스타이죠. 불행한 일의 연속으로 난방이 잘 되지 않는 집에서 추위에 벗어나기 위해 물을 끓이고 반쯤 말라붙은 티백을 다시 물에 넣어서 마셔야 했습니다.

마살라차이(향신료 밀크티) 재료

추운 겨울, 차가워진 몸에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마살라 차이가 좋더군요. 마살라 차이는 홍차에 계피, 정향, 흑후추, 카다먼등의 향신료가 들어가 있습니다.

 

밀크티 만들기

물 150ml에 향신료와 홍차가 섞인 마살라 차이를 6g과 설탕 1큰술 소금 한 꼬집을 넣고

약불에 2~3분갈 끓여줍니다

마살라 차이(밀크티) 만들기 2

그리고 우유를 넣어서 부르르 끓어 올리면 잔에 넣고 컵 두 개로 밀크티를 왔다 갔다면서 거품을 내고 유막은 제거해 줍니다. 설탕의 당분, 홍차의 카페인과 향신료의 몸을 데워주는 성분들이 차갑게 식은 몸에 열과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넣어줍니다. 살짝 감기 기운이 있어도 효과가 좋더군요.

마살라 차이 (밀크티)

책을 읽으면서 불쌍한 줄리에트에게 이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을 권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장면에도 이 밀크티가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습니다.

 

책 '구해줘'

2005년에 Sauve-Moi 라는 이름으로 출판했고 한국에는 2006년 구해줘로 출판한 소설로 총 442페이지입니다. 

옮긴이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우연히 펼쳤는데 조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 있다 '구해줘'는 분명 그런 책에 속한다

인터파크에서는 프랑스 아마존에 85주 베스터셀러 1위를 차지했고, 한국에서도 200주 동안이나 베스터셀러가 된 책이라고 합니다. 서점에서는 이 책이 모든 사물을 꼼꼼히 살펴보는 프랑스식 전통에 하드보일드 한 빠르고 거친 미국식 전개와 영상 미적인 묘사가 이 소설을 한번 펼치면 손에 놓기 힘들게 한다고 합니다.

제가 느낀 소설 '구해줘'는 캐릭터 설정과 표현에 집중하는 한편 단순한 편이라서 인물을 이해하기가 편했습니다. 그렇게 인물을 이해하고 나면 바로 사건이 여기저기 펑펑 터지면서 설정된 인물들이 각자의 개성에 맞게 사건에 휘말리는 소설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공감하기 좋은 사랑과 불안을 동시에 고조시키면서 앞서 제시한 문제를 해결해가기 때문에 독자로서는 불안함이 없이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가 있었습니다. 

 

저자 기욤 뮈소

기욤 뮈소

기욤 뮈소는 1974년생으로 프랑스의 앙티브라는 곳에서 태어나 경제학을 대학에서 전공하였고 애거사 크리스티와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에 영향을 받으면서 그만의 독특한 서스펜스와 로맨스가 결합하고 그만의 판타지스러운 요소가 결합합니다. 

책 '구해줘'는 그의 3번째 소설입니다. 최근 2021년 9월 21에는 센 강의 이름 없는 소녀(L'INCONNUE DE LA SEINE)라는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고 그의 홈페이지에 소식이 나와있습니다

 

 

책 속의 한 줄

구해줘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

매일 하루를 인생의 첫날이라는 생각으로 살 수 있다면 살기가 좀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고통의 원인은 비교할 만한 과거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구해줘

뭔가 몸을 따뜻하게 해 줄 만한 걸 찾아야겠어.. 찻잔에서 반쯤 말라붙어 있는 티백을 꺼내..

이 문구를 보고 불쌍한 줄리에트에게 따뜻한 밀크티 한잔을 만들고 주고 싶은 심정이 생겼던 구절입니다. 저도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버릴까 말까 해서 놔둔 티백으로 다시 우려먹던 시절 누군가 따끈한 차 한 잔을 주면 어땠을까요? 

 

소설 구해줘

사랑은 열병과도 같다.
사랑은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어나고 사라진다.

코로나19가 전 인류를 삼킨 현시대는 코로나의 시대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랑 바이러스면 어떤 세상이 될까? 

그런 쓸데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소설 구해줘

이른 새벽, 루텔리는 멧비둘기와 찌르레기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이 깼다. 실내는 창백하고 푸르스름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옆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역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레이스는 더 이상 그의 곁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 구절은 읽으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앞에 그려지면서, 인물의 감정이 느껴지는 묘사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영상매체가 많아지면서 글이 차지하는 영역이 좁아진다고 하지만, 작가의 글은 오히려 영상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 상상됩니다.

마치 어디에선가 경험한 이라기보다는 어디에선가 본 듯한 영상을 글로 만나는 듯한 장면 묘사에 흡인력이 더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소설 구해줘와 밀크티

우연히 손에 집어 든 소설을 순식간에 읽어버리고

며칠간 그의 여운에 빠져 있네요.

 

줄리에트에게 주고 싶은 밀크티를 만들어서 마시면서 

다시 한번 더 읽어보지만

여전히 매끈하고 가벼워서 부담 없으면서도

계속 되씹게 되는 명작 소설 '구해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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