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 가물한 어린 시절 책을 좋아했는지 그림도 없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읽어가던 중 갑자기 울음이 나왔고 책을 다 읽지 못하고 접어 두었습니다. 조금 더 철이 들었을 때 접어두었던 책을 꺼내 다시 읽었지만 역시 절반도 읽지 못하고 눈물 때문에 읽지 못하고 책을 접었습니다. 그렇게 3~4번을 번번이 완독을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조차 기억을 못 하는 책을 잃어버렸습니다.
차와 책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용기를 내었습니다.
'이젠 반백년이 다 되어가는데 설마~'
이런 생각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고 조심스래 읽었습니다.
'브라질의 이야기이니 마테차를 주제로 해야할까?해야 할까? 아니면 오렌지 차를 주제로 해야 할까?'
'이 책을 읽고 어떻게 블로그에 풀어낼 수 있을까?'
'아이유의 제제라는 노래와 이 책의 연관성은 뭘까?'
다행히 조금은 분석적이 된 꼰대 아저씨는 완독을 성공했습니다. 물론 뽀르뚜까가 죽고 제제가 아파하는 부분에서는 잠시 멈추지 않을 수 없었지만요.
라임 오렌지는 실존하는가?
그보다 저의 이성을 붙잡게 해 준 주제는 '라임 오렌지'라는 단어입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브라질이고 1968년에 발표한 소설로 원제목은 포르투갈어: Meu Pé de Laranja Lima, 영어: My Sweet Orange Tree입니다. 어째서 '라임'이라는 단어가 붙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lime orange라는 과일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laranja 가 오렌지라는 뜻이며 laranja lima라고 해서 번역을 하면 라임 오렌지라고 번역이 되더군요. 하지만 이를 이용한 신발 쇼핑몰이나 레스토랑만 있을 뿐 실존하는 나무나 과일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라임 오렌지 나무라고 인터넷에서 판매를 하고 이를 구매하신 분들의 후기로는 라임나무의 별칭으로 라임오렌지나무라고 했다고 하며, 가끔은 lime 나무로 기사를 쓰는 분도 있긴 하지만 추측컨데 orange나무 중에서 작은 녀석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달달한 오렌지 라기보다는 귀여운 오렌지 나무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라임 나무였다면 원제목이 My Sweet lime Tree 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사진 등에서도 녹색의 라임 열매가 아니라 오렌지색 열매가 있는 것으로 보아 라임나무라기보다는 오렌지 나무로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의 옮긴이가 브라질에 직접 가서 먹어보았다는 라임 오렌지는 무엇인지 궁금해지더군요.
그 후 제제의 나라 브라질로 건너가 라임 오렌지와 따민린두와 고이아바등의 과일들을 먹어 보고 제제가 좋아하는 "늘어진 마리아"젤리도 맛보았다.
이렇게 혼랍스럽기만한 라임 오렌지에 대한 정체는 글의 맨 아래에 출처와 함께 정리해두었습니다. 참고하세요.
책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 대해서
1968년 브라질에서 포르투갈어로 처음 출판되어서 브라질의 초등 문학수업에도 사용된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에 출판이 되었으나 제가 읽은 책은 기존의 번역이 오역이 있어서 최초 완역판이라는 이름으로 1982년 초판을 인쇄했습니다.
옮긴이의 말까지 포함해서 301페이지로 두껍지 않으며 중간중간 일러스트도 있는 책입니다.
2012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다양한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저는 본 적은 없군요.
https://youtu.be/7YzXuezC70w
다만 5살치고는 브라질의 아이가 좀 크다는 정도입니다.
저자 주제 마우리 지 바스콘셀로스(1920~1984)
제가 포르투갈어는 모르지만 호세라고 부르는 이름 아니었나 라는 의문이 생기는 작가의 이름은 José Mauro de Vasconcelos입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권투선수, 바나나 농장 인부, 야간업소 웨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는 인디언계 어머니와 포르투갈계 아버지에게서 태어났으며, 수영과 나무 타기를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이후 후속 편인 햇빛사냥과 광란자 라는 소설도 있습니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줄거리
책의 뒤편에 있는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 두 구절이 이 책의 전체 줄거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일찍 철이든 영리한 5살 제제의 가족들은 다들 바쁩니다. 해고를 당한 아버지 때문에 이사를 가게 되고 여기서 작은 자신과 영혼이 통하는 작은 오렌지 나무 '밍기뉴'를 만나서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의 놀이인 박쥐 놀이를 도전하다 차 주인인 포르투갈인' 마뉴엘 발라다리스( Manuel Valadares)'에게 걸려서 혼이 나고 복수를 맹세하는 제제지만 크게 다친 제제를 도와주면서 그를 '뽀르투가'라고 부르면서 친구가 됩니다. 뽀르투가에게 사랑을 배우지만 발라다리스 씨는 기차 사고로 죽게 됩니다.
정신적 충격에 심한 병을 앓은 제제는 이후 어린아이의 마법을 모두 잃어버려 밍기뉴와의 대화도 막내 루이스의 동물원 세계도 볼 수 없는 철이 들게 됩니다. 아버지는 직장을 얻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제제는 잃어버린 뽀르투가를 그리워합니다.
책 속의 한 줄
책의 줄거리는 5살의 제제가 성장하는 성장소설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심상치 않습니다.
난 아주 쓸모없는 아이예요. 아주 나쁜 아이 말이에요. 크리스마스에도 내 속에 악마가 태어나는 바람에 아무 선물도 못 받았어요. 난 악질이에요. 개망나니인 데다가 불량배예요. 우리 누나 말로는 나같이 못된 아이는 태어나질 말았어야 했대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잊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제제는 5살이며 티브이나 다른 매체를 접하지 않는 아이라는 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에 줄을 그은 것은 제제의 가족들과 이웃입니다. 그런 제제는 주변에서 자신에게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제제는 영리해서 글을 읽거나 단어를 외우기를 잘하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반복해서 타인에게 말을 합니다.
내 얼굴은 얼얼함으로 거의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내 눈은 아빠의 손찌검에 따라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나는 노래를 그만두어야 할지 아빠가 시키는 대로 계속 불러야 할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5살짜리 제제는 노래를 쉽게 배우고 잘 부르는 영리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노래 가사의 의미는 모르지요. 그저 음이 좋은 탱고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라서 위로하기 위해서 아빠에게 불러줍니다. 하지만 자신을 놀린다고 혼자서 생각한 아빠는 손찌검을 합니다.
아빠뿐 아니라 큰언니도 주변 어른들은 모두 제제를 말썽 꾸리기라고 규정하고 쉽게 때립니다. 그러다 자신들이 화가 나면 이렇게 아빠처럼 어른들의 기준으로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죠.
하지만 이런 행동이 제제의 아빠가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 시절 아이들은 남자 어른에게 소유된 하나의 재산처럼 취급당했고 어른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폭력(육체적 그리고 언어적)을 통해서 자신들의 기준으로 교정하는 것이 옳다고 여겼던 시절입니다.
다시 상기시키면 제제는 5살이며 그의 모든 행동, 말은 어른들에게 영향을 받은 것뿐입니다.
그런 제제의 영리한 점을 봐주는 몇몇 인물(엄마, 작은누나, 선생님) 있지만 그들은 여성입니다. 당시에는 여성들의 힘도 매우 약해서 폭력적인 남성에게 저항할 수 없던 시절이었죠. 이런 가운데 뽀르뚜 가는 제제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유일한 성인 남성입니다.
아주 영리하고 귀여운 꼬마야
발라다 리스에게 제제는 영리하고 귀여운 꼬마일 뿐입니다. 그저 이것 하나면 제제에 대한 모든 설명이 되고, 제제는 편안하고 착한 아이가 되지만 이런 시선조차 제제에게는 흔하지 않은 보물이죠.
집안에서 바쁜 엄마를 제외하고 유일한 제제 편인 작은누나 글로리아는 제제의 오렌지 나무가 드디어 꽃을 피웠다고 기뻐하며 아픈 제제에게 가져다줍니다.
난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밍기뉴는 이 꽃으로 내게 작별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밍기뉴도 이제 내 꿈의 세계를 떠나 현실과 고통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었다.
사랑하는 뽀르뚜가를 잃고 심하게 앓고 난 제제는 그의 마법의 세계를 잃어버리고 그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오렌지 나무가 됩니다. 마법이 벗겨진 이 세계는 현실과 고통의 세계입니다.
이디야 네이블오렌지 티
마트에서 발견한 네이블오렌지라는 티를 발견하고 저는 어린 시절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다시 읽을 결심을 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핑계를 대면서 읽고 싶었던 것이죠.
감귤향이 더해진 네이블오렌지는 파인애플, 사과, 오렌지. 로즈힙, 레몬그라스 등이 혼합된 허브티입니다. 생각보다 차가 잘 우러나오지 않으며 향은 은은한 감귤향이 맛은 단맛과 산미가 약간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단독 스트레이트로 마시기보다는 다른 차나 음료에 블렌딩을 해서 마시는 편이 좋다고 생각이 들만큼 바디감에서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풍부한 감귤향의 마법의 세계에서 그저 좋은 향만 찾으면 행복하겠지만
맛과 바디감이 부족한 현실의 세계로 오면 고통이 오는 것일까요?
조만간 이 네이블오렌지로 좀 더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찾아서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마법의 세계가 깨어진 제제는 고통스럽고 아프지만 그의 흔적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 책은 한 번 읽으면 감정이 흔들려서 고통스럽습니다. 학대받은 어린 시절 기억은 없지만 어째서인지 폭력에 노출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감정에는 묘하게 공감이 강하게 됩니다. 글을 쓰면서도 정신을 차리기 어렵네요.
책의 내용은 언젠가 잊히고 슬픈 감정만 남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을 다시 한번 반복해봅니다.
제제는 5살이며 그저 영리한 아이일 뿐입니다.
말처럼 생겼다고 해서 말처럼 올라탔을 뿐이고,
욕을 배워서 욕을 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일 뿐입니다.
제제가 악마로 보였다면 어른들이 악마였기 때문이겠지요.
제제가 예수가 되기를 바란다면 그들이 예수가 되면 쉬운 일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현실과 고통의 세계에 살고 있는 한 철이 들지 않고 어리석은 어른의 주절거림이었습니다.
글의 내용 수정을 합니다 라임오렌지 정체
그렇게도 찾기 힘들던 라임오렌지에 대한 내용을 찾았습니다. 김지현작가님이 쓴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라는 산문집에서 라임오렌지는 다양한 오렌지 중 하나이며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아이들이 먹기에 적합하지만 요리용으로는 많이 쓰지 않는 오렌지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뽀르뚜가가 제제의 상상의 인물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말합니다. 저는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릴 내용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김지현님의 생강빵과 진저브레드에서 라임오렌지부분을 보시면 됩니다
'차 그리고 책, 문학, 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무소유 그리고 수류개화를 느낄 수 있는 세작 (0) | 2021.06.13 |
---|---|
[책]스마일위크 그리고 티 칵테일 루이보스 로즈 - 웃으라니 웃겠어요 (0) | 2021.06.06 |
[책과 차] 80일간의 세계일주와 TWG Vanilla Bourbon Tea (0) | 2021.05.09 |
[책 그리고 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 그리고 숙면에 도움이되는 차 (0) | 2021.05.02 |
[차와 책] 오설록의 블렌딩 티 6종과 여덟단어 (박웅현) (0) | 2021.04.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