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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그리고 책, 문학, 예술

[책과Tea] 길가메시 서사시와 보리차

by HEEHEENE 2021.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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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영웅
기장 오래된 서사시로 알려진 길가메시 서사시를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수메르어와 악 카드 어를 번역했다고 하는군요. 446페이지의 부담스러운 두께지만 실제 내용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사진이 많고 반복 어구가 많아서 빨리 읽힙니다.



길가메시는 실제로 있었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메르 국의 왕입니다. 지금은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의 중간에 유프라테스 강유역의 지역입니다. 책에도 나오는 강의 범람이 있고, 보리와 밀등의 작물이 잘 자라는 지역입니다.

메소포타미아지역 

길가메시 서사시의 줄거리

길가메쉬 상 -안고있는 사자가 고양이정도 크기

길가메시의 아버지는 인간이고 어머니는 들소의 여신인 닌순에서 태어나 2/3은 신이고 1/3은 인간입니다. 그래서인지 키가 5미터가량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우르크 제1왕조의 5대 왕입니다. 방탕한 왕인 그는 초야권을 행사하며 여인들을 가만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의 친구이자 형제가 된 엔 키투는 짐승들과 함께 살았다가 창녀에게 꼬임을 당해 인간의 냄새를 가지게 되면서 빵과 맥주를 마시면서 문명인이 됩니다. 문명인이 된 그는 길가메시의 친구이가 형제가 되어 이후 모험을 함께하는 동료가 됩니다.

삼목산의 산지지 훔바바

젊은 왕 길가메시는 삼목산의 산지기를 해하고 삼나무를 베어오겠다고 모험을 떠납니다. 삼목산의 산지기인 홈바 바는 엘릴 신이 임명한 산지기입니다. 불안해하는 길가메시를 엔 키투는 잘 달래서 삼목산에 가서 훔바바와 싸움에서 2:1로 싸워 이기고 그를 죽입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데 여기서는 삼목산의 산지기를 후와와인 신이라고 부릅니다. 신인 후와와와 싸우게 됩니다. 싸움에 질 것 같자 길가메시는 속임수를 사용해서 잡고, 엔키투는 그를 죽여버리고 맙니다.

하늘황소를 죽이는 엔키투와 길가메쉬

우루크로 돌아오자 여신인 이쉬타르가 다가와서 남편이 되라고 강요하지만 길가메시는 거부합니다. 이에 이쉬타르는 아버지인 아누와 안투에게 징징거려서 하늘의 황소를 얻어서 길가메시를 죽이러 보냈습니다.

그래서 유프라테스강이 말라버리는데 길가메시와 엔키투는 황소를 죽여버립니다. 

이후 키쉬의 아가와의 전쟁에서 길가메시는 승리를 거둡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던 길가메시에게 큰 고통은 친구이자 형제인 엔키두의 죽음입니다. 가장 가까운 이의 죽음을 지켜본 길가메시는 자신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공포에 빠져 이를 벗어나기 위해 세상의 끝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세상의 끝에서 죽음의 바다를 건너 영생자인 우트나피쉬팀을 만나 영생의 비결을 묻습니다.

우트나피쉬팀은 영생의 비결-7일 동안 잠을 자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인간의 육체를 가진 그는 잠의 유혹에 7일간 잠을 자고 맙니다. 영생의 기회를 놓친 그를 안타깝게 여긴 우트나피쉬팀은 길가메시를 위해 젊음을 되찾아주는 식물을 알려줍니다.

가시만 찔려서 젊음을 되찾으라는 충고를 무시하고 그 식물을 뜯어서 도망치는데, 뱀이 그 향기를 맡고 가지고 도망쳐버립니다. 우르크로 길가메시는 돌아오고 유프라테스강의 바닥에 그의 무덤을 만들고 아내, 아이들,애첩, 후실, 이발사, 신하와 하인 물건을 무덤에 모두 함께 순장합니다.

 

길가메쉬 서사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지금의 도덕기준에 보면 오만방자하고, 백성들을 핍박하고, 자만을 위해 신의 대리인을 살해하고, 친구가 죽었다고 자기는 영생을 얻겠노라며 백성을 내팽기고 세상 끝으로 여행을 갑니다. 신들이 그나마 도와주려 기회를 주어도 욕심 때문에 번번이 기회를 잃고 결국 죽습니다.
2/3은 신이며 1/3이 인간이라는 길가메시는 제가 보기에는 불한당이며 힘만 센 이기주의자입니다. 마치 그리스 신화나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그나마 반성이라도 하지만 길가메시는 작은 반성조차 없이 징징거리는데 히한하게도 신들은 그의 편을 들어줍니다.
백성이나 신을 위한 싸움은 한 번도 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살아가 왕 길가메시를 왜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헥토르의 시신을 모독하는 아킬레스


그러고 보면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스도 자존심에 전쟁터에서 도망쳐서 병사들이 죽는 동안 모른척하다 자신의 남자 애인이 죽자 원수를 갚겠다고 엄마에게 징징거려 받은 신의 갑옷을 입고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를 죽이고 시신을 모독하죠.

어쩌면 지금의 시각에서 영웅은 어벤저스같이 공익을 위한 힘센 자일지 모르지만, 과거에서 영웅이란 건장한 신체와 힘을 가지고 배후가 튼튼한 인물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가 행하는 비도덕적인 행위도 우리의 기준일뿐 그들에게는 힘이 쎈 자가 욕망에 충실한 것이 죄악이 되는 것은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시대는 지금부터 4800여 년 전의 일입니다. 그래서 그 당시의 식생활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합니다.

빵과 맥주(그 시대와 다르겠지만)


내용 중에 길가메시의 친구가 되는 엔키두를 인간화시키는데 필요한 것이 빵을 먹고, 맥주를 마시라고 합니다.

당시 맥주생산량을 기록한 점토판

가끔 버터도 나오며 향기가 있는 기름 정도가 목욕용으로 나옵니다. 또 다른 식재료가 나오지는 않지만 그들의 시대에 밀과 보리가 있었고 밀은 가루로 만들어서 빵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음료는 맥주 외에는 언급되는 내용이 없습니다. 맥주외에 마실거리는 우물을 파서 얻는 깨끗한 물 정도입니다.


그래서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으면서 떠올린 차는 보리차입니다. 물을 끓여 먹는 것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아마도 보리차를 만들어 먹지 않았을 까요? 

인간이 기록한 최초의 영웅서사시를 시원한 보리차와 함께 다시 한번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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