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이라는 노래로 인기가 있었던 빨간 머리 앤 이라는 애니메이션 이래로 빨간 머리를 가진 여자 아이는 왠지 사랑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 소설이 빨강머리 앤입니다. 실제 영어로 제목은 "Anne of Green Gables"입니다. 녹색지붕 집의 앤입니다.
줄거리는 고아원에서 농가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구했던 녹색지붕에 사는 매튜와 마를린 남매는 빨간 머리에 주근깨, 그리고 어리고 마른 여자아이인 앤을 받게 됩니다. 전혀 실용적이지 못한 앤이라서 돌려주고 남자아이로 바꾸려고 하지만 매튜의 주장으로 녹색지붕에 살게 된 앤은 마를린이 원하는 엄격하고 조용한 아이가 아닙니다. 실수 투성이지만 늘 상상력이 풍성하고 감성적이며, 조잘거리는 소위 텐션이 하늘 끝을 내달리는 아이입니다.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닌데 툭하면 집중력이 상상력으로 흘러가면서 사소한 실수를 하게 됩니다. 책을 눈으로 읽고 있는데 괜히 귀가 따가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저라면 질색을 하고 도망갔을 것 같지만 매튜는 앤을 마음에 들어 하고, 마를린도 점차 앤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마을 사람들과도 편견으로 인한 충돌이 있기도 하지만 진정성 있는 밝은 앤에게 점차 사랑하게 되고, 고아이며 운이 없었던 앤은 마을 사람들과 가족, 친구들과 함께 밝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라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1908년 캐나다의 프린스 아일 랜스라는 섬의 한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감리교의 엄격한 종교적 분위기입니다. 여기에서 자란 앤의 친구인 다이애나는 검은색이 진한 머리카락을 가진 책을 좋아하는 소녀입니다. 길버트 브라이스는 이 소설에서 앤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당근'이라고 놀렸다가 머리카락에 예민했던 앤이 석판(작은 칠판)으로 머리를 내려찍고 난 뒤 몇 년간 그를 무시할 만큼 화를 냅니다.
그렇게 앤은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에 대해서 콤플렉스가 심한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염색을 하지 않으면 잘 보지 못하는 색입니다. 그런데 왜 저자는 빨간 머리카락으로 정했을까요? 서양에서 생각한 빨간 머리카락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붉은 머리카락은 전 세계의 1~2% 정도의 인구가 가지고 있다는데. 특히 영국, 켈트족, 특히 스코틀랜드에 분포가 많다고 합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가 붉은 머리카락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녀가 왕위에 있는 동안은 붉은 머리카락이 인기가 좋았다는군요. 당시에 귀족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붉은색으로 염색까지 했다는군요.
캐나다는 영국에서 이주한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특히 붉은 머리와 하얀 피부 그리고 주근깨가 있는 것은 햇빛이 흔하지 않은 북부 유럽 태생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붉은색 머리카락이 생기는 이유는 호르몬의 분비에서 오류로 인한 현상인데 이로 인해서 통증에 대한 반응과 내성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신경질적이거나, 성적으로 개방적이라는 말은 속설일뿐이라고 합니다. 다만 인도의 아유르베다에서는 오히려 붉은 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면 낙천적일 수 있다고 하는군요.
다만 종교적으로 중세에서는 빨간 머리가 유대인이라며 배척하기도 하고, 그림 중에서 유다를 붉은 머리카락으로 표시하는 등 빨간 머리카락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영국계의 영향을 받은 붉은 머리카락의 앤은 종교적으로 엄격하고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마을에 오게 됩니다. 특히 종교적으로 더 엄격한 집은 초록색 지붕을 가지고 소매도 퍼프소매를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엄격합니다. 그런 초록색 지붕에 붉은 머리의 상상력이 풍성한 재잘거리는 여자아이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 보이는 소녀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밝은 상상력의 재잘거림은 심심했던 마을과 초록색 지붕에 붉은 열매처럼 달콤함을 심어주게 됩니다. 만약 초록색 지붕에 검은 머리나 갈색머리의 소녀가 왔다면 도무지 그려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붉은 머리를 놀리는 데 사용했던 '홍당무'를 이용한 음료수도 있는데요. 제주도에 가면 당근주스가 상당히 맛있습니다. 흙내도 별로 없죠. 이번에 공차에서는 제주 당근 밀크티를 출시했는데요. 빨간 머리 앤을 보면서 이 밀크티를 마셔보고 싶어 졌습니다. 실제로 붉을까요? 무슨 차가 들어갔을까요? 어떤 맛이 날까요?
공차가 이번 여름에서는 제주도의 테마를 사용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당근 밀크티와 유채 꿀토 마토스 무디, 깜장돌 흑임자 스무디, 제주 오름 밀크티 4가지나 있군요. 제주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제주 당근 밀크티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에 비해서 붉은색은 적고 노란색이 더 많이 보이는데요.
맛을 보면 색깔처럼 당근 향이 아주 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흙내가 거의 없이 당근의 단향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많이 느껴지는 것은 우유의 맛입니다. 단맛은 50% 정도로 잡았는데 당도는 적당한 것 같습니다.
당근의 흙내는 싫어하신다면 겁내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근 우유가 아니기 때문에 차가 들어 있다고 합니다. 녹차가 들어있다고 설명해 주시는데 녹차의 느낌은 잘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후미에 재스민향이 조금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보조적으로 후미를 깔끔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결론입니다.
홍당무로 놀림을 받았던 '빨간 머리 앤' 은 초록지붕의 ANNE입니다. 캐나다의 보수적인 동네에서 잘 자란 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앤은 통증에 대해서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신경질적이거나 변태적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영국 계열에서 종종 나오는 희귀하고 아름다운 머리카락 색이라서 조금은 경직된 초록색에 활기를 더하는 열매와 같은 색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차의 제주 당근 밀크티는 사진이나 당근에 비해 붉기보다는 노란색이 더 많으며, 녹차의 느낌보다는 후향에 재스민향이 조금 있으며, 흙내는 없고 단맛의 우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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