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풍습이 참 많습니다. 내 더위를 사 가라며 외치던 '더위팔기', 보름달을 보며 비는 '소원 빌기',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부럼 깨기'가 대표적이죠.
어릴 적, 영문도 모른 채 어른들이 "이거 무라, 이거 묵어야 부스럼 안 난다!"라며 건네주시던 견과류를 오독오독 씹어 먹던 기억이 납니다. 밤, 호두, 땅콩부터 잣과 은행까지 종류도 참 다양했죠. 요즘은 마트에서 편하게 패키지로 사 먹을 수 있는 이 부럼 깨기, 과연 언제부터 시작된 풍습일까요?
부럼 깨기 역사
- 부럼을 누가 가장 먼저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선 고종 때의 학자 이유원은 그의 저서 <가오고략(嘉梧藁略)>에서 "부럼 깨는 풍속이 신라와 고려 시대부터 이어져 왔다"고 기록했습니다. 이후 18세기 영·정조 시대의 <동국세시기> 등 문헌에 자주 등장하며 대중적인 민속 풍습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 부럼은 '부스럼'에서 온 말로, 한 해 동안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주술적 의미가 큽니다. 동시에 딱딱한 껍질을 깨물며 치아를 튼튼하게 하려는 '고치지방(固齒之方)'의 지혜도 담겨 있죠
부럼 깨기 방법

단순히 먹는 게 전부가 아니랍니다! 옛날 방식 그대로 즐기려면 몇 가지 규칙이 있어요.
- 나이 수대로 깨물기: 자기 나이만큼 견과류를 깨무는 것이 원칙입니다. "내 나이가 몇인데 그걸 다 깨무나?" 싶으시죠? 걱정 마세요. 첫 번째 부럼만 "딱!" 소리 나게 제대로 깨물어 마당이나 길가에 던져 액운을 쫓고, 나머지는 맛있게 나눠 먹는 것으로 대신했으니까요.
- "부럼 깨물자!" 주문 외우기: "올 한 해도 무사태평하고 부스럼 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입 밖으로 외치거나 마음속으로 빌어보세요. 단 한 번에 "딱!" 소리가 나야 성공입니다.
- 첫 부럼은 밖으로: 지역에 따라 첫 번째 깨문 부럼은 나쁜 기운을 담고 있다 하여 먹지 않고 집 밖으로 던지기도 했습니다.
부럼 종류에 따른 의미

🌰 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밤 세 개를 깨물며 부스럼 예방을 비는 것을 '교창과'라 불렀습니다.
🧠 호두: 단단한 껍질 소리로 액운을 쫓고, 뇌를 닮은 모양 덕에 '총명함'을 기원합니다. (다만, 치아 건강을 위해 도구를 살짝 활용하는 센스가 필요하겠죠?)
🥜 땅콩: 고소한 맛처럼 한 해가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과 온 가족의 화목을 뜻합니다.
🌲 잣: 작지만 알찬 영양으로 '풍요'를 상징하며, 바늘에 꽂아 불을 붙여 운세를 점치기도 했습니다.
🍂 은행: 긴 세월을 버티는 나무처럼 '장수'를 상징합니다.
이제 이 고소한 부럼들을 더 현대적으로 즐길 수 있는 '부럼 밀크티' 레시피를 소개해 드릴게요!
치아가 약해도 OK! 고소한 '부럼 밀크티' 만들기
부럼 깨기는 오래된 우리 고유의 풍습입니다. 요즘은 사계절 내내 견과류를 먹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을 보충하는 아주 소중한 시기였죠.
하지만 저처럼 치아가 약하거나 치료 중인 분들에게 딱딱한 부럼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딱 좋은 대안이 바로 '부럼 밀크티'나 '부럼 커피'입니다! 남은 견과류를 활용해 고급스러운 맛을 내는 홈카페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1단계: 부럼 베이스 만들기


부럼 베이스는 당일에 바로 사용하면 가장 신선합니다. 홍차뿐만 아니라 커피 위에 토핑으로 얹어도 고소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죠.
- 준비물(1잔 기준): 우유 100ml, 견과류 한 줌, 소금 한 꼬집, 꿀 1큰술, 땅콩버터 1큰술(선택 사항)
- 만드는 법: 모든 재료를 믹서기에 넣고 입자가 고와질 때까지 충분히 갈아주면 끝!
Tip: 그대로 드셔도 좋지만, 음료로 만들 때는 우유와 1:1 비율로 섞으면 농도가 딱 적당합니다.
2단계: 부럼 밀크티 완성하기


재료:
부럼 베이스 100ml, 우유 100ml, 진하게 우려낸 홍차 50~100ml, 토핑용 견과류 분태
레시피:
- 거품 내기: 부럼 베이스와 우유를 섞은 뒤 거품기로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 주세요. 거품이 단단해야 나중에 토핑을 올리기 좋습니다.
- 층 쌓기: 잔에 섞어둔 부럼 우유를 먼저 담고, 그 위로 진하게 우려낸 홍차를 천천히 부어줍니다.
- 토핑 마무리: 부드러운 거품 위에 피스타치오나 잘게 부순 견과류를 톡톡 뿌려 완성합니다.

나만의 취향대로 즐기기
저는 부럼 베이스 100ml + 우유 100ml + 홍차(또는 커피) 50ml의 비율을 가장 좋아하지만, 진한 맛을 선호하신다면 홍차의 양을 조절해 보세요.
원가가 다소 높아 카페 메뉴로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정월 대보름에 남은 견과류를 가장 맛있고 우아하게 해치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 대보름에는 딱딱하게 깨무는 대신, 부드럽고 고소한 부럼 밀크티 한 잔으로 건강과 소원을 빌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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