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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그리고 책, 문학, 예술

[책과 TEA] 별이 빛나는 밤에 어울리는 민트루이보스티 - 릴케의 가을날, 윤동주의 별 헤는 밤

by HEEHEENE 2022.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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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깊어가면서 생각이 나는 시가 있었습니다.

윤동주 - 별 헤는 밤

윤동주 - 별 헤는 밤윤동주 - 별 헤는 밤윤동주 - 별 헤는 밤윤동주 - 별 헤는 밤
윤동주 - 별 헤는 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입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랜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머성할 게외다.
1941.11

1941년에 쓴 이 시는 윤동주의 나이 24? 25살에 쓴 시로 북간도에 계시는 어머님과 고향을 그리며 쓴 내용으로 보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단물이 나오듯이 가을 밤하늘 별이 보이는 듯한 모습입니다. 가을밤 별이 보이지는 않지만 시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요. 

 

가을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누구이길래 시에 올라와 있을까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습니다만 잘은 모르겠습니다..

1875년생으로 오스트리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입니다. 로뎅의 비서로 활동하면서 사물을 관찰하고, 규명하는 능력을 얻었다고 합니다. 또한 가지 유명한 내용은 그는 말년에 백혈병에 걸렸는데요. 힘든 가운데 연인을 위해 장미꽃을 따다 패혈증에 걸려 죽으면서, 자신의 비문을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로 정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백석, 김춘수, 윤동주 시인이 릴케의 시에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과 연결된 시가 릴케의 '가을'이 아닐까 추측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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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나뭇잎들이 떨어집니다. 저 먼 위에서인 듯 떨어집니다.
저 공중 높은 데서 과수원들이 죽어 가는 듯이,
잎들은 각기 "아니"라고 몸짓하는 듯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무거운 지구가 떨어집니다.
고독한 다른 별들에서 떠나.

우리는 모두 떨어집니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집니다.
그리고 다른 손들을 보세요...... 그것도 그들 속에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계십니다, 두 손으로
한없이 조용하게 , 이 모든 낙하를 받치고 있는 분이.

전혀 다른 표현을 하지만 서정적인 느낌과 화면을 그리는 듯한 모습이 비슷하지 않은가요?

별 헤는 밤에 비해서 가을은 좀더 농익은 가을 같은 느낌인데요. 마치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별동별이 떨어지는 느낌이 별헤는 밤에서 '별 하나의 추억과 별하나의 사랑과'의 부분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가을과 하늘과 별과, 함께 그리움이 익어가는 듯한 표현이 가을의 감성인가 봅니다.

 

민트 루이보스티

민트 루이보스티민트 루이보스티
민트 루이보스티

두 편의 시를 되뇌면서 이 시들과 어울리는 차는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밤이고 가을입니다. 

카페인은 없어야 하지만 향은 진한 가을의 농익은 향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차를 섞었습니다.

양치질할 때 느껴지는 민트와 가을의 느낌이 진한 루이보스 티를 1:1로 섞었습니다.

혹시 민트향이 부담스러우시면 민트 양을 1/2로 줄이셔도 좋습니다.

 

민트 루이보스티입니다. 숙면 차로 만들 때 민트와 루이보스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립톤에서 만든 안정을 위한 차에도 캐모마일과 민트, 루이보스가 들어 있었던 기억이 있군요. 민트가 진통과 신경안정 효과가 있고 루이보스는 항산화 기능뿐 아니라 그 향이 가을의 낙엽을 떠올리기 때문에 안정적인 느낌이 납니다.

민트가 들어가면 왠지 정신을 차릴 것 같지만 사실 치약항에서 자주 맡았던 민트이기 때문에 오히려 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그리고  낙엽 타는 향과 비슷한 루이보스는 괜스레 보이지 않는 별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윤동주와 릴케시집
윤동주와 릴케의 시집 그리고 민트루이보스티

아마 너무 늦은 밤이어서 잘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따뜻하게 이불 덮으시고 편안한 가을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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