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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그리고 책, 문학, 예술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기욤 뮈소) 그리고 아나스타샤 티

by HEEHEENE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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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강의 이름 없는 소녀

센 강의 이름 없는 소녀(L'Inconnue de la Seine )는 1880년 후반 센강에서 발견된 익사한 소녀입니다. 자살한 사람으로 보이는데 미소 짓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영안실의 병리학자가 데스마스크를 본을 떠서 장식품을 만듭니다. 신비로운 미소라며 유명인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고 레플리카가 제작되고 피카소, 까뮤 등의 작업실에 두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 심폐소생술 인형을 만드는데 이 소녀의 모습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조금은 으스스한 내용이기도 합니다만 

센강의 이름없는 소녀센강의 이름없는 소녀
센강의 이름없는 소녀

그 내용이 떠오르는 제목의 소설이 있습니다.

 

기욤 뮈소의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입니다. 기욤 뮈소는 인기 있는 프랑스의 서스펜스 소설 작가입니다. 저도 구해줘나 7년 후 정도를 읽었는데요. 글자 수가 많은 책을 힘들어하는 저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독성이 좋으면서도 독자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연결시켜주는 반전과 사건을 연결시켜 주는 소설입니다. 사건이나 인물이 너무 복잡하지 않아서 읽다 보면 전체 스토리가 연결되는 소설이었는데요.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기욤 뮈소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 기욤뮈소

이번에 2021년에 출시한 센강의 이름모를 여인도 371페이지나 되는 두께지만 몇일만에 읽으면서도 스토리가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센강의 이름 모를 여인 줄거리

센강에서 익사 직전의 여인을 경찰이 구조를 합니다. 여인은 알몸에 시계와 팔찌를 차고 있고 다리에는 담잼이덩굴로 만든 왕관, 얼룩 무니 모피 문양 문신이 새겨져 있습니다. 기억을 잃은 상태라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여인은 이송 도중 사라집니다. 여인이 있었던 경찰청 간소실 병실에 머리카락과 소변이 남아 있습니다.

밀레나 베르그만
머리카락 유전자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밀레나 베르그만

국립 도주자 수색대에서 수사팀의 팀장이었던 록산 몽크레스티앙 경감은 특이 사건 국으로 전출됩니다. 사건이 거의 없던 특이 사건 국에 센강의 이름 모를 여인에 대 한 사건이 배치됩니다. 유전자 감식을 통해 나온 그녀의 이름은 밀레나 베르그만으로 독일 출신의 유명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런데 1년 전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해 파리로 향했던 에어프랑스 229 항공기에 탑승했다 추락해서 현장에서 사망한 인물입니다. 

록산은 그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녀의 시계와 발목의 문신의 정체를 찾기 시작합니다.

 

에어프랑스 추락사고

책의 내용에 나오는 에어프랑스 추락사고는 2009년6월 1일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2009년 6월 1일,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파리 샤를 드 골 국제공항으로 가던 에어 프랑스 소속 A330-200 여객기가 대서양 해상에 추락한 에어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인명피해를 일으킨 사고. 승객 216명, 승무원 12명 합쳐 228명이 불귀의 객이 되었다. -나무 위키

당시에 추락한 비행기에 생존자는 없었고, 지금도 리오 데 자네이루와 파리에는 추모비가 있으며, 한국인 가족도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의 사고는 조종사의 실수로 이후로 이런 상황에 대한 교육이 더해졌다고 합니다.

 

 

디오니소스와 비극

소설에서 담쟁이덩굴 왕관 문신에서부터 등장하는 디오니소스 신앙은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만 그중에 기본적인 배경지식만 소개합니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테베의 공주 세 베스 사이에 태어난 아이입니다. 이 둘을 질투한 헤라가 유모로 변해서 제우스가 가짜일 수 있으니 진짜 모습을 보여달라 요청하라고 꼬드깁니다.

어쩔 수 없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본모습을 보이자 타 죽을 수밖에 없었는데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허벅다리 속에 숨겨서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름이 두 번(Dio) 태어난(nysos)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디오니소스디오니소스와 사트로스
디오니소스

헤라는 그 이후로도 디오니소스를 죽이고자 쫓았는데요. 이를 피해서 여장을 하고 여자아이로 연극을 하면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임프들 사이에서 자라면서 포도주 만드는 법을 깨달았고 이런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리서 그가 나타나면 축제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디오니소스가 성인이 되었을 때 헤라가 발견해서 광기를 주입해서 광기를 부리며 이집트와 시리아 등지를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이런 디오니소스를 고대 그리스에서 하층민 그중에서도 여인들에게서 신앙이 퍼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광신도들은 술을 마시고 취해서 배회하면서 보이는 데로 찢어 죽이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는데요. 폭력적인 행사를 막기 위해 공식적인 2년에 한 번 정도 하는 스트레스 해소의 축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후 축제는 희극과 비극을 경연하는 대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트로스
사트로스와 디오니소스제단그림

참고로 소설 속에서 염소가죽을 덮어쓰는 모습이 나오는 데요. 디오니소스의 추종자인 반인반수인 사트로스(Satyr)가 염소를  타고 다니며, 염소 뿔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디오니소스의 축제에서 염소를 제물로 바치고 연극을 했다는 데요. 초창기의 연극은  trago(숫염소) dia(노래)라는 뜻으로 염소가죽을 쓰고 노래와 춤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tragodia는 현재 비극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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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강의 이름 모를 여인에 나오는 차 마시는 구절

소설 내에서 먹고 마시는 부분도 묘사가 상세하게 나옵니다.

역시 아침에는 크로와상과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술을 마시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런데 종종 차를 마시는 장면도 묘사가 됩니다.

록산은 머그잔에 뜨거운 차를 부었다. 그녀는 한국 제주도산 감귤 맛이 가미된 홍차가 핫픽 역할을 대신해주길 기대하며 다리 위에 뚜껑 엎인 머그잔을 올려놓았다.

아마도 오설록의 삼다연 제주영귤 차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차와 책] 오설록의 블렌딩 티 6종과 여덟단어 (박웅현)

차를 공부하면서 만난 지인께서 선물을 주셨습니다. 오설록의 블렌딩티를 6개나 주셨더군요.(감사합니다.) 오설록의 블렌딩티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맛과 향을 가지고 있지만 가격이 높은 편이

heeheene-tea.tistory.com

예전에 오설록의 6종 블렌딩 티를 리뷰할 때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요. 발효차에 천혜향 같은 느낌의 시트러스 향이 풍성한 차입니다.

 

"주문하신 녹차 나왔습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을 쥐자 손이 따뜻해졌다. 눈은 그리 오래 내리지 않았다. 낮게 떠오른 겨울 해가 뤽상부르 공원에 창백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프랑스에서도 카페에서 녹차를 주문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가인 라파엘이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오후 4시경 뤽상부르 공원으로 가서 녹차를 받아 들고 산책하면서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는 장면입니다.

 

센강의 이름 모를 여인과 어울릴만한 차 -쿠즈 미티 아나스타샤

소설 내에서 남성이었던 라페엘은 녹차를 손에 들고 산책을 하고, 여성이었던 록산은 시트러스 향의 발효차를 마십니다. 소설 내에서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은 어떤 차가 어울릴까요?

쿠즈미의 아나스타샤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해진 러시아의 마지막 차르의 막내딸 아나스타샤를 모티브로 차를 만들었습니다. 17세의 어린 나이로 처형당했지만 궁에서 살 때는 활발했고, 어떤 면에서는 짓궂기도 하며, 매력적인 그녀를 표현한 차입니다.

쿠즈미 아나스타샤 티쿠즈미 아나스타샤 티
쿠즈미 아나스타샤 티

저는 티백제품을 구입했는데요. 2g이며, 얼그레이보다는 레이디 그레이에 가까운 향처럼 느껴지는데요. 화려한 시트러스 향과 조금은 묵직한 홍차의 향이 황실의 막내딸이라는 느낌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센강의 이름 모를 여인은 어쩌면 이보다는 오염된 센강의 꾸리꾸리함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디오니소스의 보모였던 임프들을 생각 하년 다양한 과일향과 홍차의 향과 또 잘 어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차보다는 와인, 와인 중에서도 저렴하지만 도수가 높은 그런 술과 어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쿠즈미의 아나스타샤는 베르가못 향이 있고 레몬과 오렌지향도 더해진 얼그레이 계통의 홍차입니다. 쓰고 떫음은 적고 오일 리 함도 진하지 않으며 후미에 은은한 오렌지향이 밝고, 순수한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사실 도서관에서 이 소설을 발견하고 다음에 읽어야지 하는 순간 누군가 먼저 대출을 해서 한참만에 다시 읽게 된 기욤 뮈소의 '센강의 이름모를 여인'입니다. 

기욤뮈소의 소설을 읽으면 뛰어난 요리사가 유튜브에서 요리하는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마치 장난처럼 이것저것 말하면서 집어넣고 하면 뚝딱 대충 만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정갈한 요리인 것처럼.

그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나도 쓸 수 있겠는데 싶을 만큼 주변의 사실을 버무려서 뚝딱한 것 같지만 그 안에 반전과 세부묘사 그리고 흐름의 속도 강약이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센강의 이름모를 여인과 아나스타샤
센강의 이름모를 여인과 아나스타샤

이 글을 쓰면서 책을 뒤적이고,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옆에서 아나스타샤를 절반 정도 마시고 나머지는 방향제처럼 두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나스타샤가 너무 순수한 이미지라 갸랑스와는 잘 어울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또 하나의 등장인 물인 베라와는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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