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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그리고 책, 문학, 예술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 - 대체 감자껍질파이랑 북클럽이 무슨 상관이람?

by HEEHEENE 202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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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프랑스에 좀 더 가까운 곳에 있는 영국 왕실 직할령인 건지(Guernsey)라는 섬이 있습니다. 넓이가 77.5km2으로 우리나라 울릉도가 72.86km2 이기 때문에 비슷한 넓이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국은 아니고 직할령이라서 자체의 의회가 있다고 합니다. 겨울에도 평균 6도 정도이고 여름에는 20도 정도라고 합니다. 주로 낙농업이나 농업을 중심인 곳입니다.

건지섬
건지섬

지금같이 평화로운 시절에는 한번쯤 놀러 가고 싶은 섬일 수도 있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이 프랑스와 더 가까운 지역이라 방어를 포기해서 나치의 점령하에 있었다고 합니다. 1945년 5월 9일 독일에서 해방되면서 다시 영국 왕실의 직할령이 되었다고 합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책은 줄리엣 애슈턴이라는 작가가 주변인들과 1946년 1월 8일에서 9월 17일까지 주고받은 편지와 전보로 구성된 책입니다. 다른 설명이나 묘사 없이 다짜고짜 독자들은 그들의 편지를 읽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습니다. 

 

건지 감자 껍질 파이 북클럽 줄거리

시작은 우연히 건지섬에 있는 도시 애덤스에게 전해진 책의 주인 줄리엣이 도시가 속해있는 건지 감자 껍질 파이 북클럽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줄리엣은 타임지에 투고를 하는 입장이었고 건지 섬에서 있는 독특한 이름의 북클럽은 이름만큼 그 사연도 흥미로운데요. 이 책은 그 사연을 그들의 편지를 훔쳐보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은 이 북클럽은 돼지고기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으면서 생기게 된 북클럽인데요. 여기에 감자껍질파이가 들어가게 된 것은 회원 중에 한 명이 재료가 없어서 만든 파이가 감자 껍질로 만든 파이였다고 합니다.

건지감자껍질파이북클럽

처음에 이 책은 읽을 때는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요. 독일군이 섬을 점령하고 그로 인해 돼지 사육두수를 관리하면서 사람들의 재치로 한 마리의 돼지를 숨겼고 이를 함께 나눠먹게 되고 밤늦게 먹고 나온 그들은 야간 통행에 잡히게 됩니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있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입장에서 섬의 주민인 엘리자베스는 불 클럽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게 되고, 독일군 장교들이 이 북클럽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얼떨결에 돼지고기 만찬에 참가했던 그들은 책을 읽게 되고, 그중 한 명은 모임에는 단맛이 나는 파이가 있어야 한다면서 파이를 만드는데 재료가 없어서 감자 껍질로 파이를 만들면서 이 모임은 건지 감자 껍질 파이 북클럽이 됩니다.

주축이었던 엘리자베스는 일련의 사건으로 독일군에서 체포되고 수용소에서 사망하게 되는데요. 엘리자베스는 건지섬에 주둔한 한 독일군과 사랑에 빠져 킷을 낳았고, 북클럽 회원 들은 킷을 돌보면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줄리엣은 이 북클럽의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서 직접 건지섬에 오게 되고 전쟁 중에 건지 섬에 벌어졌던 일에 알게 되고, 건지 섬의 북클럽의 회원들과도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건지 감자 껍질 파이 북클럽의 한 줄

감자파이감자파이
다양한 색의 감자파이

당시 건지 섬에서는 버터와 밀가루가 부족하고 설탕은 아예 없었기 때문에 윌이 감자 껍질 파이를 만들었어요. 으깬 감자를 소로 넣고 비트즙으로 단맛을 내고, 감자 껍질을 파이 껍질로 사용했지요. 윌의 조리법은 대개 미덥지 않지만 그 작품은  성공작이었어요

독일군이 점령했을 당시 식량부족상태에서 어찌 되었든 파이 흉내를 내기 위한 아이디어로 나온 감자 껍질 파이에 대한 내용입니다. 설탕 대신 비트로 단맛을 내었다고 하는데요. 전 비트에서 쓴맛과 흙내가 가득하다고 생각했는데 단맛을 낸다니 상상할 수 없군요. 그냥 감자 맛일 것 같은데요. 아 파이지가 감자 껍질이고 속이 감자니까. 감자군요. 그렇군요.

 

'작은 슬픔은 말이 많지만, 크나큼 슬픔은 말이 없는 법이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수다스럽게 느껴지고 경쾌한 분위기이지만 타국의 군대에 점령당한 입장에서 겪는 일을 설명하는 부분은 비참함이 가득합니다. 이부분은 존 부커라는 섬의 주민이 독일군 수용소에서 잡혀 있다 겨우 살아난 경험을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인용문구입니다. 

 

줄리엣, 네 책에는 중심이 필요해, 심층인터뷰를 더 해보라는 게 아니다. 한 인물이 중심이 되고 그 사람의 시선으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말하는 거야. 지금까지 쓴 원고는 '사실'의 나열인데, 하나하나 흥미진진  하지만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정리가 안 된 느낌이다.

이 부분은 시드니가 줄리엣에게 보낸 편지로 줄리엣이 건지 섬 주민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면서 부족한 점을 조언을 구할 때 출판업자의 시각으로 편지로 남긴 부분입니다.

저는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쓰면 그다지 인기가 좋지 않은 편입니다. 사실을 잔뜩 모아도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극을 위해 부풀리다 보면 허풍이 되고 핀잔을 듣기 마련이죠. 나쁜 의도가 없었는데 악당이 되는 기분이랄까요. 시드니의 조언은 글을 쓰거나 말할 때 주의할 점을 잘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중심 그러니까 여기서는 주인공이 있어야 하고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야 사람들이 쉽게 인식해서 재미있게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고아
전쟁고아

그래요, 그럼 못써. 아가씨! 독일군 점령기에 관한 책을 쓰려면 그 전에 우선 진실을 알아야 해, 물론 나도 그 시절이 싫었다오, 그때 생각만 해도 미칠 것 같아. 그놈들 중 몇몇은 순 악질이었어. 노크도 없이 남의 집 안으로 쳐들어와서는 사람을 막 밀쳐내고 그랬지. 평생 한 번도 남보다 우위에 서보지 못한 놈들이라 그런 위치에 있는 게 좋아던 게지. 하지만 모든 독일군이 그런 건 아니었어. 그럼, 아니고 말고.

줄리엣이 돌보는 킷은 섬의 주민인 엘리자베스와 점령군인 헬만 대위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입니다. 이 아이를 보며 섬의 오래된 묘지 관리인인 위더 스시까 줄리엣에게 한 말입니다.

전쟁이라는 괴물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없게 만듭니다. 적의 편이라는 이유로 모든 점이 나빠 보이고, 그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움이 생긴다면 인간으로 옳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적의 편에 있다고 해서 인간적으로 나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쁘게 보이게 해서 감정적으로 대항하게 만드는 것은 적이 아니라 우리 편의 수뇌부일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이든, 사업이든, 정치이든 사람과 싸움은 투트랙으로 대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쟁에서는 독일군과 싸워야 하지만 그 나라 사람과 사랑을 할 수도,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버지가 누구냐에 따라서가 아니라 그 아이 자체로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쉽지 않아서 우리 편이 아니면 미움이 먼저 자라는 편이라 이 구절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가 너무 좁게 사는 것 같네요.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을 읽으면서 생각이 난 타이푸의 홍차

그나마 감자껍질파이를 만들어서 모임에서 그나마 먹거리를 만들기는 했지만 모든 물자가 부족했던 당시에 차가 있었을 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차에 관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는데요. 

저의 찻장에는 영국인들이 즐겨마시는 홍차라는 타이푸의 홍차가 있습니다. 이 홍차는 개인적으로 쓰고 떫고 향은 부족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 이 홍차 한 박스만 있어도 즐겁게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지감자껍질파이북클럽
건지감자껍질파이북클럽

타이 부의 홍차는 너무 뜨거운 물에 우려내면 저는 조금 불편한 향이 많고 맛이 너무 진하더군요. 그래서 마실 때는 60도 전후의 물 300ml에 티백 1개(2.9g)를 넣고 3~5분간 우려서 설탕을 잔뜩 넣어서 마십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레몬 슬라이스도 한 개정도 넣는다면 훨씬 마시기 편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꿈꿈한 향이 있어서 향긋한 홍차와는 다른 향과 맛이지만 그래도 대체 홍차보다는 홍차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다시는 전쟁이라는 비극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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