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 그리고 책, 문학, 예술

[책과 TEA] 새해 첫날의 소망(이해인) 그리고 우전 녹차

by HEEHEENE 2023. 1. 15.
반응형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가 같은 달력을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사는 지역에 따라서 새해가 다르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의 동지가 밤이 긴 날이라 동지 다음날의 해를 새해라고 여겼던 곳이 많았다고 합니다. 농사를 주로 하는 지역이었던 우리나라, 중국, 일본은 음력을 사용하면서 음력 1월 1일이 새해로 보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건 새해라기보다는 같은 해를 사람들이 새롭게 느끼는 것뿐인데요. 인간이란 그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별것 아니지만 의미를 부여해야 살아가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망년을 하고 나서, 새해를 밝으면 이제 올 한 해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해봅니다. 저도 올해에는 좀 더 다양한 차를 만나보고, 완성도 높은 레시피를 만들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책도 좀 더 많이 읽었으면, 아니 좀 더 잘 읽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해인 시인

새해가 시작되면서 그와 관련된 시가 있을까 찾아보았습니다. 수녀님이면서 시인이신 이해인수녀님의 시 중에서 '새해 첫날의 소망'이라는 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를 좋아하셨는지 차에 관한 시도 있어서 2편정도 옮겨봅니다. 차와 관련된 시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기도 이해인 시집작은 기도 이해인 시집
작은 기도 이해인 시집

이 시는 작은 기도라는 이해인 시집에서 발견했습니다. 수녀분이라서 그런지 시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주변이 조용해지는 것만 같은 시집이었습니다


새해 첫날의 소망 - 이해인

새해 첫날의 소망
이해인

가만히 귀 기울이면
첫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하얀 새 달력 위에
그리고 내 마음 위에

바다내음 풍겨오는
푸른 잉크를 찍어
희망이라고 씁니다

창문을 열고
오래 정들었던 겨울 나무를 향해
'한결같은 참을성과 고요함을 지닐 것'
이라고 푸른 목소리로 다짐합니다.

세월은 부지런히 앞으로 나가는데
나는 게으르게
뒤처지는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후회하며

올려다본 하늘에는
둥근 해님이 환한 얼굴로
웃으라고 웃으라고
나를 재촉합니다.

너무도 눈부신 햇살에
나는 눈을 못 뜨고
해님이 지어주는
기쁨의 새 옷 한 벌
우울하고 초조해서 떨고 있는
불쌍한 나에게 입혀줍니다

노여움을 오래 품지 않은 온유함과
용서에 더디지 않은 겸손과
감사의 인사를 미루지 않는 슬기를 청하며
촛불을 켜는 새해 아침
나의 첫마음 또한
촛불만큼 뜨겁습니다.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어디서나 평화의 종을 치는
평화의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모든 이와 골고루 평화를 이루려면
좀 더 낮아지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겸허히 두 손 모으는
나의 기도 또한 뜨겁습니다.

진정 사랑하면
삶이 곧 빛이 되고 노래가 되는 것을
나날이 새롭게 배웁니다.
욕심 없이 사랑하면
지식이 부족해도
지혜는 늘어나 삶에 힘이 생김을
체험으로 압니다

우리가 아직도 함께 살아서
서로의 안부를 궁급해하며 주고받는
평범하지만 뜻깊은 새해 인사가
이렇듯 새롭고 소중한 것이군요
서로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아름다운 선물이군요

이 땅의 모든 이를 향한
우리의 사랑도
오늘은
더욱 순결한 기도의 강으로
흐르게 해요, 우리

부디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웃으며
복을 짓고 복을 받는 새해 되라고
가족에게 이웃에게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래처럼 즐겁게 이야기해요, 우리

새해를 맞이하면서 어떤 소망을 가지셨나요? 로또 복권 1등 당첨 같은 거창한 소망도 좋겠지만 시 내용 중에 있는 모든 이들과 골고루 평화롭게 보내기 위해서 좀 더 낮아지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비록 종교는 없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안부를 주고 받으면서 평범한 새해인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이해인수녀님의 시처럼 좀더 낮아져서 사람들과 골고루 평화롭고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를 마시며 - 이해인

차를 마시며
이해인

친구가 선물로 보내준
차(茶)를 마시려다가
깨알같이 적힌
설명문을 읽어봅니다.

'그대가 늘 친절하고, 자비롭고
협조적이며 말에 진실하다면
천사의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하마터면 놓칠 뻔한 이 말을
몇 번이고 되새기며
나는 천사가 될 궁리를 합니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천사가 되는 꿈을 꿉니다

날개 없이도 마음먹으며
천사가 될 수 있어 기쁘다고
가슴속에선 자꾸 웃음이 차오르고
'차를 마시면 마음이 맑아진대.
몸에도 좋대. 오래 살아주렴' 하는
친구의 다정한 목소리가
찻잔에 내려앉아
꽃으로 피어나는 아침을
기도처럼 마시는 삶의 고마움이여

수녀님은 친구에서 선물받은 차를 마시려고 하는 중에 친구의 예쁜 말에 마음속에 천사를 태어나게 합니다. 혼자 마시는 차이지만 친구와 함께 마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차를 마시면서 늘 향, 맛, 질감, 수색에만 집중하는 저와는 다르게 친구를 떠오르는 군요.

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도 사랑하는 가 봅니다.

 

차를 마셔요, 우리 -이해인

차를 마셔요, 우리
이해인

오래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요, 우리

찻잔을 사이에 두고
우리 마음에 끓어오르는
담백한 물빛 이야기를
큰 소리로 고백하지 않아도
익어서 더욱
향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차를 마셔요

오래 기뻐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요, 우리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산을 닮은 어진 눈빛과
바다를 닮은 푸른 지혜로
치우침 없는 중용을 익히면서
언제나 은은한 미소를 지닐 수 있도록
함께 차를 마셔요
오래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요, 우리

뜻대로만 되지 않는 세상 일들
혼자서 만들어 내는 쓸쓸함
남이 만들어 준 근심과 상처들을
단숨에 잊을 순 없어서도
노여움을 품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며 함께 차를 마셔요

차를 마시는 것은
사랑을 마시는 것
기쁨을 마시는 것
기다림을 마시는 것이라고
다시 이야기하는 동안
우리가 서로의 눈빛에서 확인하는
고마운 행복이여

조용히 차를 마시는 동안
세월은 강으로 흐르고
조금씩 욕심을 버려서
더욱 맑아진 우리의 가슴속에선
어느 날 혼을 흔드는
아름다운 피리 소리가 들려올 테지요?

오래 사랑하고 오래 기뻐하기 위해서는 차를 마십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마십니다. 함께 차를 마시면서 사랑을 마시고 기쁨을 마시고 기다림을 마시면서 서로의 눈빛을 마주하며 행복합니다.

수녀님의 시에는 차가 즐겁게 나타나지만,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마시면서 행복을 찾아가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몇 년간 다양한 차를 혼자서 마셨습니다. 혼자서 마시면 좋은 점은 차에 집중해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지만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단점도 있습니다.

보성녹차 우전

새해가 밝으면서 누군가와 차를 마셔야 한다면 어떤 차를 준비할까요?

날이 추워서 중국홍차가 떠오르지만 그래도 새해라면 우리나라 녹차 중에서 곡우(4월 20일) 이전에 수확해서 작고 감칠맛과 신선한 풀향이 풍성하면서도 부드러운 우전 녹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보성녹차 우전보성녹차 우전보성녹차 우전
보성녹차 우전

우전녹차를 구하려면 보통은 인터넷이나 차 전문 매장에서 구입해야 하는데요. 홈플러스에서는 우전으로 티백을 만들어서 판매합니다. 일반 중작이 5490원이라면 우전은 10990원입니다. 2배에 가깝지만 그래도 전문 찻집에서 구입하면 더 비싸니까요. 맛과 향만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고, 건조된 녹차가 티백에 1g씩 들어 있으면서 10개 티백이니 한 개의 티백에 1099원입니다. 우리나라 티백 중에서는 높은 가격입니다.

우전녹차우전녹차
우전녹차

우전녹차는 아주 여린 잎으로 만들기 때문에 너무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제맛을 내지 못하고 익어버립니다. 그래서 80도 전후의 물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1g의 티백이기 때문에 100ml 정도의 따뜻한 물을 넣고 3분 정도 기다려서 마셔봅니다.

쓴맛은 강하지 않습니다. 다만 감칠맛이 많은데요. 특히 닭육수가 떠오르는 풍성한 감칠맛과 향은 보성녹차구나 싶습니다. 질감은 부드럽고, 맛은 감칠맛이 가장 많으며, 단맛과 구수한 맛이 그다음 정도이며 쓴맛은 후미에 여운 있게 있으면서 풀향도 함께 드러나서 마무리를 깔끔하게 해 줍니다.

 

새해에는 누군가와 우전녹차를 마시면서 가볍게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조심스레 빌어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