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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그리고 책, 문학, 예술

[책 그리고 차] 언어의 온도 그리고 차의 온도

by HEEHEENE 2022.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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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끓여낸다라는 말보다는 우려낸다고 합니다.

지금은 대부분 티백으로 우려내서 마시지만 제대로 마시는 법을 다도라하고 주전자에 끓여낸 물(95도)를 숙우에 담고(85도) 다시 다관(65도)으로 옮겨서 2~3분간 우려내서 마신다고 합니다. 홍차는 뜨거운 물 95도정도의 물을 바로 다관에 담아서 우려내지만 녹차나 백차는 좀 번거롭지만 온도를 맞추면 좀더 맛있다고 하는군요. 오늘은 하동녹차를 이용해서 95도 85도 75도 65도의 온도에 맞춰서 3분간 차를 우려내어 보았습니다.

1.5g의 하동녹차를 150ml의 각 온도에 맞춰서 3분간 우려낸 녹차의 맛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녹차의 온도에 따른 맛과 향의 차이

95도의 온도에 끓여낸 녹차는

구수함이 많습니다. 다 우려내고도 뜨끈합니다. 수색은 조금 어두운 연두색이랄까요. 채도가 낮은 연두색정도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엽저는 대부분 풀어져 있으며, 맛은 구수함이 많고 풀향이 적고 질감은 부드럽습니다. 마치 엽차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쓴맛이 더 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구수함이 많습니다. 풀향은 없습니다.

녹차온도
좌측 95도에 우려낸 녹차 우측 85도에 우려낸 녹차

85도에 우려낸 녹차는

연두색의 수색입니다. 엽저는 일부 풀어진 형태입니다. 

풀향이 선명합니다. 일부 젖은 풀향같아서 비린내도 느껴지는 군요.

맛은 쓰고 떫음이 선명합니다. 이 온도에서는 탄닌과 카페인의 추출이 많은 것 같습니다. 녹차가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75도에 우려낸 녹차는

연두색의 수색입니다. 85도에 비해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엽저는 풀어지지 않는 찻잎이 꽤 남아있습니다. 2번정도는 더 우려내도 될 것 같습니다.

쓴맛이 적고 비린내도 덜합니다. 구수함이 많고

마치 여린잎의 이파리의 향과 맛을 느끼는 것 같으며 질감이 부드럽습니다. 95도의 구수함이 다시 살아난 것 같습니다. 다만 비리지 않는 풀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입니다.

녹차온도녹차온도
좌측75도에 우려낸 녹차 우측 65도에 우려낸 녹차

65도에 우려낸 녹차는

수색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자세히 보면 조금더 연하지만 큰 차이는 없는 연한 연두색입니다.

엽저는 풀어지지 않아서 3번은 더 우려내도 될 것 처럼 보입니다.

65도는 달다 75도에까지 있던 구수함과 톡쏘는 맛이 사라졌습니다. 단물만 쪽 빨아 먹은 듯이 부드럽고 달아서 봄날의 잔디에서 마시는 설탕물같습니다.

 

차를 우려내는 온도는 취향에 따라 다르게 마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것이 옳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군요. 다만 85도 정도는 쓰고 떫음이 분명하고 65도는 단맛이 강합니다. 95도와 75도는 구수함이 많지만 95도는 풀향이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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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언어의 온도

차를 마실 때는 그 온도에 따라 맛과 향, 질감이 바뀌는 특징이 있습니다. 언어에도  그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는 책이 있는데요. 이기주 작가님의 언어의 온도입니다. 도서관에서 보라색의 작은 이 책을 발견하고 따뜻한 녹차가 떠올라서 바로 대여를 했습니다. 대체로 따뜻한 느낌의 언어의 온도는 특히 따뜻한 문장이 있었는데요.

 

하루를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로 받아들이기로 했지. 그리고 다른 건 다 잊어도 아내 생일과 결혼기념일 같은 소중한 것은 잊지 않으려 하네... -언어의 온도 중-

치매 진단을 받으신 경비일을 하고 계시는 어른께서 시간이 나면 종종 수첩에 동일한 문장을 적는 연유를 설명해주는 문장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쉽게 뱉을 수도 있어서 때로는 뜨겁기도 하고 미적지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르신의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소중한 것은 잊지 않으려 하네' 라는 언어의 온도는 무척이나 여운있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언어의온도
책 언어의 온도

반면에 아주 시원한 언어의 온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인과 이별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나 봐. 아무튼 잘 지내...;"라고 마지막 문자를 보냈더니 "ㅇㅋ"답문을 답았다는 지인이 있다.

작가는 이 얘기를 듯고 장르가 뒤죽박죽 뒤엉켜있는 영화를 관람한 느낌이 들었다지만 저는 무척이나 시원한 언어 'ㅇㅋ'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이별을 직접 경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헤어져야만 하는 입장이라면 시원한 탄산수 같은 이별을 하고 싶군요.

 


차를 마시는데 적절한 온도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개인적으로 기분에 따라 저는 뜨거운 물에 녹차를 끓여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오죽하면 엽차를 따로 구입해서 끓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태워버린 잿더미에서 느껴지는 구수함이 마음에 들어서 입니다.

많은 영양분을 가지고 있는 단맛과 풀향은 항산화물질이 가득할 것이고, 적당한 쓴맛과 떫은맛에서 탄닌과 카페인을 섭취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저는 불편할 때도 있더군요.

주변에서 다정하게 다가오는 말이 따뜻하고, 논리적으로 옳은 것 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저는 불편할 때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뜨거운 말이나 차가운 냉정한 말들이 좋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저 더울 때는 시원하게 추울 때는 따뜻하게 그날의 기분에 따라 들어야하는 걸까요? 또 너무 자기 귀에 맞는 온도만 찾는 것도 욕심쟁이일까요. 

찻물의 온도만큼 언어의 온도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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